갑작스러운 워프로 바크릴의 전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들을 분노캐 했다.
전사들의 분노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만 같던 그때, 시내의 작은 단상 위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던 전사들은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심지가 잘린 폭탄처럼 잠잠해졌다. 전사들은 경청할 준비가 된 것 처럼 보였다.
그 남자의 이름은 카이도노크, 바크릴의 그랜드 마스터였다.
잠시의 침묵 끝에 카이도노크가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그대들이 사랑하던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바크릴의 산, 바크릴의 강, 바크릴 인근의 속국들까지 모두 사라졌다. 나는 이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나는 그대들이 당황스럽고 분개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의 선조들부터 쌓아왔던 끝을 알 수 없는 영광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또한 이사실에 격분했다. 일반적인 국가의 일반적인 국민이라면 모두가 광란에 휩싸여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인 국민들인가? 우리는 전사들이다! 그냥 전사도 아닌, 바크릴의 전사들이다. 고대신들과 자웅을 겨루던 가다데즈의 위대한 영웅들의 후손이다. 우리 선조들이 살아가던 가다데즈는 이보다 훨씬 혹독하고 잔인한 추위가 도사리는 땅이다. 가다데즈에 비하자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미지의 땅은 온실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이런 온실이나 다름없는 이땅에서 다른 이들도 아닌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우리들 자신을 파괴한다면, 이 얼마나 선조들께 면목없는 일인가? 그런 연유로 나는 그대들이 이성을 잃고 날뛰는 폭도들로 변하는 것을 윤허하지 않겠다. 그대들 가슴 속에 끓는 울분을 지금 옆에 있는 동지들에게 쏟아내지 마라!  그 울분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을 제2의 바크릴로 만들기 위한 일에 사용하라! 그렇지 못하겠다는 자들은 내가 직접 처단하겠노라.


앞으로 과거의 바크릴은 잊으라. 바크릴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크릴이 우리이고, 우리가 곧 바크릴이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이 바로 바크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