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V조종사_대식이


 정병 10만명을 태운 영국 해군은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었다. 이윽고 이들이 인도네시아 근해에 도달했을 때, 이들은 스산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꼈다. 영국의 수병들은 강도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극도로 숙련되어 일반적인 해류 따위에는 동요조차 하지 않는 엘리트들이였다. 그러나 함대의 통솔을 맡은 존 스티머 베이 제독은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다. 


"지금은 계절풍이 불 때도 아닌데 바람이 심각합니다! 함대를 후퇴시켜야 합니다!"


 돛대에 위태롭게 매달리다시피 하여 해로를 바라보던 선원이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탄 함선은 일등 전열함. 이따위 풍랑 따위에 후퇴한다면 대영제국의 자존심인 해군의 이름이 무엇이 된단 말인가. 제독은 그의 외침을 무시하고, 침로를 북으로 고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풍랑은 점점 더 거세졌다. 거세디 거센 광풍은 이윽고 조그만 프리깃들의 돛대를 부러뜨릴 만큼 강력해졌고, 돛대가 고물에 꽂힌 채 침몰하는 함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 앞에 분명히 있어야 할 인도네시아는 보이지도 않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폭풍 속을 항해하던 그들은, 하나둘 씩 옆에서 들리는 비명과 나무가 처참하게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아갔다.



  이윽고 전열함들 조차도 침로를 유지하지 못할 만큼, 흔들리고, 제2갑판과 제3갑판에서는 로프로 고정해둔 18파운더 대포조차 굴러다닐 정도로 심각한 해류를 만났을 때 즈음, 몇몇 함선들이 '번쩍'하는 불길을 관측했다. 이들은 미친듯이 신호기를 휘두르고, 아예 불빛을 키고 자신의 위치를 알렸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으나, 엄청난 폭풍 안에서 그것은 무리였다.


 함선들은 하나하나 알 수 없는 번쩍임과 함께 침몰해갔고, 나침반조차 미친듯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결국 제독은 후퇴를 명령하는 깃발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들을 만한 기상상황 조차 아니였으며, 기함의 바로 옆에 있었던 2등 전열함 "이리지스터블"조차 해류에 휩쓸려 침몰하였다.


 결국 각 함장의 재량으로 급속도로 후퇴한 일부 함선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폭풍을 빠져나온 그들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호주 북부의 사막으로 뒤덮인 해안이였다.


그렇다. 거의 70%의 병력과 함선을 잃고, 이들은 다시 호주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해류에서 '탈출'한 수많은 나무판자와 돛대들, 시체들, 무너진 삭구와 포가, 깃발, 현판, 등유 덩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