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란의 처절한 항전준비는 인구과밀 상태에 전쟁 준비를 위한 생활고까지 겹친 국민들에게는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였다. 그러나 기사단과 국왕은 이들에게 시체를 우물에 던져넣어 독수로 만들고, 민가를 불태우고 함정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아샤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훈족을 맞을 최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준비는 오히려 너무나도 철저하였기에 훈족의 의심을 샀고, 우회로를 발견한 훈에게 있어서 그러한 함정들은 변변찮은 방어시설조차 되지 못하였다. 수풀과 삼림이 우거진 아샤란 남부의 숲을 질주한 훈은 어느덧 무인지경 달리듯 아샤란의 남부를 돌파하며 수많은 주민들을 학살했다. 허기진데다가 공포스러운 소문으로만 듣던 훈의 병사들을 만난 주민들은 질겁하며 목이 제 주인을 떠나가도록 두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윽고 훈의 병사들이 아샤란의 궁성에 들이닥쳤을 때, 아샤란의 고위층들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었으며, 기사단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법 통신으로 미친듯이 왕족들을 찾다 허무하게 각개격파당할 뿐이였다.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연결된 일군의 훈의 군단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대항이였다.


 마침내 아샤란의 궁성을 지키던 마지막 기사가 훈의 삼지창에 갑옷이 꿰뚫려 피를 칠갑하며 죽자, 궁성에는 불이 놓아졌다. 잿더미가 되어가는 궁성을 바라보던 모든 아샤란에 충성하던 이들은 패망을 직감하고 타국으로 도망가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유럽 세계에 있어서 훈이라는 이름의 재앙이 들이닥쳤다는 서곡과도 같은 사건이였다.


 아샤란, 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