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외유내강'의 성격을 가졌다고 알려지는 잔번-퓐프(줄여서 잔번이라고들 부른다) 가문은 오래, 아주 오래동안 프라이부르크 성에서 살아 오며 목화를 재배하는 가문이다.  목화는 오랜 시간동안 그들 곁을 지키며 가문의 유일하고 주요한 밥줄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하나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또한 그들은 직조 기술도 뛰어나서 그들이 만든 무명은 '프라이부르크 근방에서 가장 좋은 품질로 평가받아 신분의 고하를 막론한 많은 사람들의 옷에 쓰여졌고, 그 덕분에 잔번 가문은 남바이에른(가칭, 현실 독일의 남쪽 지방)에서 대부분의 점유율을 움켜쥐며 그곳에서 내로라하는 부유한 가족들의 반열에 서기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땅이 내주는 산물을 받고 면화 직물을 만들며 그들은 행복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그들도 지나가는 세월은 피할 수 없었다. 지역 간 무역이 활발해지며 외지의 제품들이 마구마구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품질도 그들의 것과 맞먹는데다가 값도 더 싼 이 제품들은 사람들의 환심을 쉽게 살 수 있었고, 잔번 가문은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가문의 몰락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기의 자식들을 위해, 자기의 후손들을 위해 잔번 가문의 식구들은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발견해내고야 말았다. 자신들을 적어도 수 세기동안 먹여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이제 잔번 가문은 새로운 여정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갈 것이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348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