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tower/56701655

"오빠! 오빠!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고비를 넘겼으니 차츰 회복될거다."
"정말.. 제때 발견해서 다행이야..."

"어? 깨어나려나봐!"
눈을 뜬다.
낯선 천장이다.
"저기? 나 보여...? 오빠! 빨리와 빨리!"
"깼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두 사람 중에서, 오빠라고 불린 남자는 가만히 눈만 깜박이는 나에게 다가와 내 허리춤을 툭 친다.
"음. 서프레서 상태는 정상이군. 걱정마라. 여긴 괜찮다."
"여기는...?"
계속 누워서 말하는 것이 불편했기에 일어나 섰다.
남자는 내 몸 상태를 물어보았다.
"네 서프레셔에 새로운 에너지 모듈을 장착했다. 몸은 어떤가?"
"전... 괜찮은것... 같아요. 당신들은 누구죠?"
비록 정신을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의 몸 상태는 충분했다.
어느 부분에서 이질감이 느껴기는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신을 잃은 네가 발견되고 하루가 완전히 지났어.. 완전히 걱정했거든... 아, 우리 소개를 할께!"
"이 사람은 셜리, 난 셜리의 오빠 지크다. 이 대피소 책임자이기도 하지."
셜리? 지크?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진다. 그래 마치...
"당신들이 저를 구해 주신 건가요?"
"당연하지! 대피소 뒷편에 쓰러져있는 널 발견했거든!"
"네 서프레셔 에너지가 다 소모되었거든. 그래서 대피소로 데려와서 응급처치를 했지. 상태를 보니... 괜찮은 것 같군."
"여긴 아스트라 대피소야! 코드는 HT501이고!"
"네 이름은? 왜 혼자 뒷산에 있었지?"
서프레셔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면, 옴니아 방사능에 침범당해 돌연변이가 되어버린다.
큰일 날 뻔했다. 이들은 내 생명의 은인이구나..
'이 자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정보를 줘도 괜찮겠지'
생각을 마치고 나는 내 소개를 했다. 아니, 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내가 누구인지는 커녕, 심지어 정신을 잃어버리기 전, 그 훨씬 이전의 기억도 전혀 나지 않는다.
마치... 나라는 존재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저기...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데..."
내 답변에 지크라는 남자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나는 혹시 환영받지 못하는 걸까?
"음.. 일시적 기억상실인가? 하지만 이건..,"
"오빠! 내가 발견했을 때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어. 그냥 길을 잃은 것 아닐까..?"
"정말 말이 되지는 않지만 정말로 운이 좋았군. 그 곳은 변이종이 둥지를 튼 곳인데... 정신을 잃은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케도 기절한 상태에서 습격받지 않았군. 정말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어. 천운이야! 놀랍군 놀라워.."
"오빠! 그런식으로까지 말할 것은 없잖아!"
셜리의 말을 들은 지크는 잠시 생각하더니 표정이 다소 풀렸다.
그리고 약간 날이 서 있었던 목소리도 처음으로 돌아왔다.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미안하군.. 신경 쓸 것이 많은 위치라서 이해를 표하지. 그리고 셜리, 지금의 난 임시로 의사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피소의 책임자이기도 한단다. 잠시 기다려주지 않겠니?"
"그치만..."
지크는 나가지 않으려는 셜리를 문 밖으로 내보낸 후 말을 이었다.
"간단한 테스트니 걱정하지 말도록. 지금 상황이 일시적 기억상실인지만 파악할거야. 금방 끝내고 셜리가 주둔지 구경을 시켜줄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있거라."
***
지크는 이틀전 밤, 다짜고짜 수신받은 그들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 xx일 xx시. 선물이 도착할 예정. 좌표는 xxx.xxx.
선물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하고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은데..."
투덜대며 밤 늦게 좌표로 향한 지크.
그가 발견한 선물은 물건이 아니었다.
상처를 입고 기절 해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엮이고 싶지는 않지만."
쓰러져 있는 이는 겉보기로는 같은 아스트라인으로 보인다.
어떤 연유로 인해서 이 여성이 그들이 내게 주는 선물이 되어버렸을까?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너도 정상이 아닌 부류의 인간일테지."
지크가 보기에는 세상의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
대재앙 이후 급속도로 황폐해진 이 세계는 그 분류에 의해 극단적으로 소속이 정해졌다.
약탈자 하이에나 무리들, 아이다의 후예와 같은 비정상적인 분류에 속하는 인간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최소한 이 대피소에 소속된 인간들은 정상인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자신은... 잘 모르겠다.
"정상인들의 수장이 비정상인이라니.. 그것도 웃기는 일이군.
달빛에 쓰러진 여성의 얼굴이 비추어진다.
셜리의 또래로 보이는 여성의 모습은 셜리의 사고 수습을 비롯한 바쁜 주둔지 지도자 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성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것보다 이것은... 나를 시험하겠다는 건가?"
아이다의 후예의 선물을 거절하고 돌아간다면 이 여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는 상처들은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장착되어 있는 서프레셔의 배터리가 극도로 부족했다. 내가 그냥 가 버린다면 반드시 변이 해 버리리라.
하지만 선물을 거절하고 그녀를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슬슬 그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내 입장을 대변하는 퍼포먼스로는 충분할 것이다.
'셜리도 이제 다 크기도 했고..,'
셜리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여성을 발견한 이 곳, 적어도 주둔지의 뒷산은 아니다.
지크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데려가야겠지... 셜리가 난리가 나겠군."
지크는 쓰러진 여성을 안아들고 대피소로 복귀했다.
***
지크는 그녀를 앉혀두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네 이름은 기억하나?"
이름이라.. 잘 모르겠다.
"아무나 떠오르는 사람은 있나?"
아는사람.. 아는사람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녀가 고개를 젓자 지크는 실망하지 않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한 번이라도 들어봤던 자에 대해서, 아무나 기억나는대로 이름을 대보지 않겠나?"
"아는 사람 이라면... 내가 한번이라도 보고 이름을 알고 기억하는사람..이지요..? 지크.. 셜리... 그리고 또..."
지크는 침착하게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미안해요. 아무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크가 보기에 그녀는 완벽하게 인간관계를 말소당했다.
연락처가 사라져버린 통신기기와 마찬가지인 상태.
'방금 만난 우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이건 분명히 인위적인 기억조작이군. 아이다의 후예의 짓인가?'
그리고 지크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하지만 인관관계가 불분명한 점만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그녀에게서 특이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도 있고, 지능에도 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지크는 몇 가지의 질문만 더 해 보기로 했다.
"이 물체의 이름을 아나?"
"전자검이네요. 제 무기였던 것.. 같네요.."
"그럼 이건 뭐지?"
지크는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서프레셔를 가리킨다.
겉은 다소 사용감이 있는 물건이지만, 새로운 에너지 모듈로 교체했기에 새 것처럼 생생해 보인다.
"서프.. 서프레셔요."
지크는 조금 더 파보기로 했다.
"누구꺼였지?"
"그건 제..제꺼..? 아니 내께 아닌..데..."
머리가 아프다. 생각해내야 하는데 온 몸에서, 그리고 머리속에서 거부하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그녀의 머리속에서 더 이상의 기억을 끄집어 낼 수는 없었다. 텅 비어버렸다.
"으으.. 머리가.. 아파..요."
"억지로 생각해낼 필요는 없어. 그만두자."
억지로 확인 할 필요는 없다.
전문적인 의사는 아니지만, 그녀에게서는 위험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도 맑고, 순수하고,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때묻지 않은.. 그래.. 마치 셜리와도 비슷한.. 둘이 잘 어울릴것이다. 셜리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테지.
'셜리의 친구라...'
지크는 그녀를 내게 선물로 보낸 그 단체를 떠올린다. 그녀를 추궁해 봐도 점점 의도를 모르겠다. 그저 미궁에만 빠질 뿐이었다.
혹시 이런식으로 셜리를 포섭하려고 그러는건가?
셜리는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난 내 부모의 일을 똑똑히 보았다.
비록 필요에 의해 아직도 연락을 취하곤 하지만 깊이 관계할 생각은 결단코 없다.
지크는 피식 웃었다.
아이다의 후예, 가끔은 귀여운 짓도 하는군.
그래. 잘 이용해 주기로 하지.
'그것보다.'
지워져 있는 서프레셔의 상표.
무기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양산형 보급품.
의복 또한 아스트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공장제 의류.
'시급히 프란츠와 상담해야겠어.'
"무기를 다를줄은 아나?"
"잘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네요."
전투는 그녀의 특기였다. 아니 특기였을지 모른다.
그녀는 혹시라도 정신을 잃은 동안 몸이 상했는지 불안해했다.
"몸을 풀고 싶어요."
"미안하다. 질문이 길었구나. 셜리와 주둔지를 돌아다녀도 좋다."
***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와 지내도 좋아. 전반적인 검사를 진행 했지만 큰 문제는 없겠군."
"정말? 잘됐다!"
지크가 문을 열자마자, 볼이 빵빵해진 셜리가 들어왔지만, 오빠의 말을 듣고 토라졌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내 일처럼 좋아해 주었다.
"먼저 신입은 모습을 정돈하는게 좋을 것 같군. 먼저 셀린한테 가렴. 셀리에게는 연락해 뒀다."
"알겠어! 그럼 신입! 날 따라와! 잊은 것은 없지?"
여기 온 내내 기절해 있었는데 잊은 것이라...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난 셜리를 따라 나섰다.

※
모바일로 하면서 쓰는거라 화질구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