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치과 다녀왔는데 마취가 덜풀렸다.
마취 풀릴 동안 써본다.

이번 글은 정보를 알려준다기보단, 내가 찾아본 걸 정리 및 기록한 거에 가깝고
그걸 트붕이들이 구경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가족관계등록비송재판, 통칭 가사비송.
일단 되게 머리 아플 거 같고 보기 싫게 생겼다. 뭔가 행정적이고 법적인 개념 잘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우리는 해야 한다. 그도 그럴게,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성별정정, 그리고 개명이 가족관계등록비송에 포함되다보니, 어떻게든 머리에 쑤셔박아야 한다.
일단 이름부터 보자.
가족관계등록 + 비송 + 재판. 이렇게 나눈다.
가족관계등록은 쉽게 이해하려면 가족관계등록부를 알아보면 된다.
행정기관에서 국민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준 장부인데, 여기에 이름, 등록기준지, 성별, 주민번호 등등이 기재된다. 즉, 여기에 기재된 이름, 성별 등에 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에 포함된다.
그 다음 비송은 사이에 한 글자를 끼워넣으면 알기 쉽다. "소". 그러니까 비소송, 소송이 아닌 건이다. 다들 알겠지만 소송은 흔히 판사님 쟤(피고)가 나(원고) 괴롭혀쪄 때찌해죠 하고 청구하는 것이니, 쉽게 표현해 "상대가 없이 나 홀로 뭔가를 청구하는 것"이 비송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재판을 합치면
이름, 성별 등에 관련된, 소송이 아닌 재판.
이게 가족관계등록비송재판이다.
편의상 뒤에 재판은 떼기도 한다. "청구" 자체에 재판의 의미가 있기도 하고.
그러면 대충 저게 뭔지 알았으니, 그 중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성별 정정"의 절차에 대해 적어본다.
일단 자기 등록기준지가 어딘지 보자. 그게 뭐임 싶을 수 있는데, 가족관계증명서 떼면 위에 적힌 게 등록기준지다. 아 참고로 개명신청이면 주민등록지를 봐야 하니 민증을 봐야 한다. 둘이 다르니 주의.
그 다음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어딘지를 찾는다. https://pro-se.scourt.go.kr/wsh/wsh000/WSHMain.jsp << 여기서 우측 퀵메뉴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여기에 성별정정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비송을 신청하면 된다.
이게 옛날에는 무조건 방문접수였는데, 솔직히 귀찮지 않나. 전자청구 절차로 적어본다.
일단 어디서 신청하는지 찾는 것부터 난관인데,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 > 서류제출 > 가사 서류 > 가족관계등록비송 > 등록부정정허가신청서. 여기서 신청한다.
이거 찾는 데 10분 걸렸다. 겁나 복잡해 슈댕....
+) 댓글에 스캔 이야기가 나왔길래 떠올라서 추가해봄
집에 스캐너가 없는데 서류첨부 어떻게 함? >> 폰에 adobe scan 하나 다운받자.
아무튼 찾았으면 여기서 서류를 제출하는데, 무슨 서류를 어떻게 적어서 내는지를 보자.
우선 http://transroadmap.net/gender-recognition/ << 해당 페이지에서 여러 양식을 다운받아 확인하면 이해가 쉽다.
1. 등록부정정허가신청서
전자제출이라 양식은 걱정 안해도 된다. 인적사항과 취지, 사유를 적는데, 인적사항이야 직접 적으면 되고, 사유는 "이런 정체성 가지고 살았다, 이런저런 병원에서 성전환증 진단 받았다, 이런이런 수술도 받고 이 성별로 살고 있는 바 신청취지와 같은 결정을 구한다" 식으로 적으면 된다.
취지 내용은 대충
"등록기준지 OOOO 사건본인 OOO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특정등록사항란의 성별란에 “여/남”을 “남/여”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한다.
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쓰면 끝.
2.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혼인관계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서, 신용정보조회서
전부 다 온라인 발급이 된다.
등(초)본은 민원24에서, 출입국사실증명서는 정부24에서, 신용정보조회서는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나머지는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서 뽑으면 된다.
사실 등(초)본까지만 필수 서류이고, 혼인관계증명서부터 후술할 서류들은 참고자료인데, 그래도 확실한 게 낫지 않나. 준비해두자.
3. 정신과 진단서, 수술확인서, 의사 소견서
셋 다 병원에서 발급한다.
진단서는 기존 f64.0 진단서가 있어도 가급적 새로 받자. 기존 진단서를 들고 가면 빠르게 정정신청용 진단서 + 법적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으니 찾아보고, 그게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딱 한군데만 이름을 적어본다. 살림의원.
수술 확인서는 그동안 정정을 위해 받아온 수술들을 각 병원에서 최대한 받아서 내자. ftm이라면 탑, 궁, 재건 등일거고, mtf라면 고적, srs 등.
소견서는 생식능력 및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이 베스트. 생식능력이 아직 살아있는 친구가 있다면 재전환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을 받아도 되는데, 빠꾸당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건 감안하자.
4. 성장환경진술서
여기서부터 고비다. 직접 써야한다.
당연하지만 자소설 쓰듯이 지어내는 순간 100% 빠꾸. 본인이 겪었던 내용들을 위주로 2~3페이지 정도로 적어주면 된다. 아무래도 결정을 일반인인 판사분들이 하다보니, 약간 트랜스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충족시키도록 적어주면 좋아한다. 예를 들면, 시스젠더 이성과의 동거 or 연애 경험담, 의료적인 성전환(hrt, srs 등)을 거치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주민번호 때문에" 고통받고 산다는 징징 등. 물론 여기까지 진행할 정도면 적을 거리가 산처럼 쌓여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자.
......산처럼 쌓이는 시점에서 걱정 안할 수가 없긴 하겠지만......
5. 인우보증서 + 보증인의 등본 or 주변인 진술서
마의 벽 그 자체. 일단 이름부터 "보증"서라서, 아무도 써주려고 하질 않는다.
인우보증서 자체는 1장만 제출해도 무방하나, 2장 이상 제출하는 게 좀 더 유리하긴 하다. 가족, 친구들에게 받기 어렵다면, 같은 트랜스젠더 친구를 찾아 부탁해보자.
내용은 대강 신청자의 인적사항 적고, "보증인과 신청인은 이런 사이다. 신청인은 ~~성별로 태어났으나 OO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며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 신청인은 현재까지도 OO으로 살아왔고, 성전환 관련 의료적인 수술을 받았다." 식의 내용을 적어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위의 사실이 틀림이 없으며 만일 후일에 본 건으로 인하여 문제가 있을 때에는 보증인등이 법적 책임을 지겠기에 이에 보증합니다." 한 줄과 보증인 인적사항, 보증인 등본을 붙여주면 끝.
정 인우보증서를 받기 어렵다면, 주변인들의 진술서를 받아보자. 인우보증서보다는 효력이 떨어질 순 있지만, 없는 것 보단 낫다. 내용은 인우보증서와 비슷하게, "보증"을 "진술"로 바꿔주면 된다. 마지막의 법적 책임을 진다는 한 줄도 지우고, 대신 "위와 같은 진술은 틀림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정도로 마무리 + 진술자 인적사항.
etc. 부모 동의서
이거 요구하는 판사들이 종종 있다. 2019년에 서류에서 삭제됐는데, 보수적인 판사들은 가끔 요구한다.
대처 방법이 3가지인데
1. 시키는 대로 동의서를 제출한다.
2. 동의서 제출이 불가능한 사유서를 제출한다.(절연, 부모 사망 등)
3. 항고 및 재항고(소송에서 항소, 상고 하는 행위 비슷함)해서 안받을 때까지 재청구한다.
4. 때려치우고 등록기준지 옮긴 다음 다시 신청한다.
1번은 알기 쉬우니 패스하고, 3번은 시간과 정신 소모가 너무 심해서 비추천한다. 특히나 1심 판사가 법원 내에서 높은 직책이라면 항고, 재항고 해봐야 2~3심 판사들이 눈치 보고 빠꾸 먹인다.
2번과 4번이 일반적이니 저 쪽으로 검색해서 찾아보도록 하자.
여기까지 한 다음 서류를 제출했다면, 보통 추후 4가지 중 1가지 통보가 오게 된다.
1. 정정 허가(서류만 제출한 상태에서는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됨)
2. 심문기일 통보
3. 보정권고
4. 보정명령
어떤 통보가 났는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https://www.scourt.go.kr/portal/information/events/search/search.jsp << 여기서 확인하면 되고.
1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면 되고, 보통 심문기일이 잡힌다. 그 날짜에 어디로 오세요 하고 오는데, 사무실 가서 판사 분이랑 담당 사무관이랑 데이트하고 오면 된다. 는 뻥이고 주로 성장환경진술서 내에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고, 의문이 없으면 통과.
이 때의 팁이 있다면, 퀴어가 아닌 일반인들이 심문하는 만큼 고정관념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mtf라면 여성 정장과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링도 좀 하고. ftm이라면 짧고 단정한 머리에 남성 정장과 구두.
3번은 서류 보충"해줘" 하는 내용인데, 보충할 수 있으면 보충하고, 없다면 사유서/소명서라도 제출하자.
4번은 서류 보충"해라" 하는 내용인데, 보충 못하면 그대로 빠꾸니까 웬만하면 맞춰주자. 정 기한 내로 서류 확보가 안되면 법원에 연락해 기한 연장이라도 신청할 것.
이후 심문이 끝났다면 위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링크에서 자주 조회해보자. 보통 1개월, 인사시즌 등에는 6개월까지도 걸리니 조급해하지는 말고.
만약 그 기나긴 싸움을 마치고 정정 승인이 되었다면 끝....은 아니고,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일단 아무 의문을 가지지 말고, 결정문 복사부터 여러 장 해두자. 한 20장은 해두는 게 속 편하다.
지금은 "정정해도 된다" 하고 법원의 허락만 받은 단계이고, 실제 성별 정정이 된 게 아니니, 일단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야 한다.
http://efamily.scourt.go.kr << 여기서 인터넷 신고 > 신청서 작성 > 등록부정정 신청 순으로 진행하면 일주일 내로 정정이 되고, "더 빨리 하고 싶다" 하면 등록기준지 관할 시/군/구청에 결정문 들고 가서 방문접수를 해도 된다.
그리고 주민등록 정정을 해야 하는데, 보통 가족관계등록부 정정하면서 자동으로 된다. 혹시나 안됐다면 정부24 > 주민등록정정(말소)신고에서 정정신청을 해주자.
그 다음 주민등록 정정이 되었다면, 증명사진 들고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신청한 다음, 임시신분증을 받아서 나오자. 나오는 길에 무인발급기에서 초본(과거변경기록포함) 몇 부 뽑아두는 것도 잊지 말자.
이제 마지막으로 운전면허, 여권, 보험, 은행, 학생부, 각종 인증서 등등 본인 생활에 필요한 서류가 있다면 초본 + 결정문을 들고 정정신청을 하자. 특히 보험과 은행은 보통 한 군데만 들어가있질 않으니, 초본과 결정문이 모자라면 더 출력해주고. 만약 부당하게 거부당했다면 인권위 같은 곳에 진정신청을 하고, 불안하면 녹음을 생활화하자. 녹음기 생각보다 별로 안비싸다.
그리고 여기서 ftm 친구들, 또는 미필 mtf 친구들은 군대에서 연락이 온다. 등기로 오기도 하고, 전화로 오기도 하고. 법원 결정문을 보내주면 5급 판정을 받고 민방위 훈련만 받으면 되는데, 문제가 이 5급 판정이 완료될 때까지 여권 정보 정정이 안된다. 군대 가기 싫어서 해외 도주한 유 명인사가 한 명 있어서...... 귀찮아도 여권이 필요하면 먼저 정정해주자.
필요한 서류들 전부 정정을 끝마쳤다면?
축하한다. 드디어 법적으로도 네 성별로 사는 첫 걸음을 완료했다.

만약 저 과정들이 전반적으로 귀찮다면?
법무사를 통해 정정신청을 진행하자. 비송사건이라 변호사보단 법무사가 훨씬 경험이 많고, 빠꾸당할 확률도 적다.
적다 보니까 7시다. 이제 저녁 먹어야지.
나도 내가 적은 이 글 언젠가 써먹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글 보는 트붕이들한테는 당연히 그 날이 올 거고.
노라라.
아맞다그거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