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모 인권단체의 익명 상담 사이트에 질문글을 올렸고, 이에 대해 활동가 분께 답장을 받은 상황임. 아래는 질답을 요약한 것.)


Q. 만약 사정 상 (ex. 스텔스 중임, 친구가 없음 등...) 인우보증서 및 주변인 진술서를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서류가 있는지?


A.  인우보증서는 현재는 쉽게 말해 '참고 서류(선택사항)'의 대표적인 예시인 서류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래서 제출 안 해도 법원 측에서 별 말 안하고 허가해주는 경우도 있고, 인우보증서를 제출해도 보정 명령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신할 수 있는 서류가 있냐고 물어도 이거다! 하고 대답하긴 어렵다.

만약 성별 정정을 준비 중인데 인우보증서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 제출 가능한 서류부터 제출하고 기다려 보시라. 보정 명령을 받을 수는 있어도 그게 정정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그냥 '님 이거 제출 안하셨던데 추가로 제출하시면 도움이 될지도 모름요ㅇㅇ' 하는 추가자료 요청이기 때문에 보정 명령이 오면 그 때 인우보증서를 준비하거나 미제출 사유서를 작성하시면 된다.

요약:
1. 일단 제출하고 보라.
2. 인우보증서 없이도 정정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몇 장씩 가져와도 기각나기도 한다.
3. 명령 받으면 그때 대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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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답변을 받았음.
보통 우리가 인우보증서를 써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은 내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나를 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사람들임. 근데 아싸트부이나 커밍했다가 상처입은 트부이들이라면 알지? 이런 사람을 찾는 게 은근(많이) 어렵다는 거... 하지만 갓반인세계의 정상성수호자님들은 웅?? 멀쩡한 사람이라면 「친구」정도는 있는 법이잖아? 라는 입장을 자그마치 1N년 내내 고수해왔고 2020년이 되어서야 친구자랑서는 참고서류로 변경됨. 물론 판사 바이 판사인지라 인우보증서 없이 제출하면 갓반인의 상식에 갇혀있는 판사들이 미아핑 띄우면서 보정권고 때려버리는 일도 많이 일어나지만, 성장환경진술서 내용을 토대로 사정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봐주는 판사들도 있고 보정권고를 먹어도 위에서 말했듯 사유서를 적으면 되니까 친구 없다고 너무 마음 쓰지 마셈. 

아래는 내가 개인적으로 찾아본 정보를 정리해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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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우보증서는 무조건 '현실 친구'나 혈연에게만 받아야 하는 게 아니다.
옾챗에서 만난 퀴어친구도 써줄 수 있고, SNS로 만난 사람들한테 열 장 넘게 받아내 제출한 사람도 있다. 오히려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의 경우 이 사람이 트젠에 대해 호의적인지 쉽게 파악 가능하고, 관심사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안전도(?)가 높다고 한다. 케바케긴 하지만.
동년배 친구한테 못 받는 상황이면 믿을 만한 어른한테 부탁하는 것도 괜찮다.


2. 보증인들이 모두 보증사항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보통 인우보증서를 부탁할 때 등본과 함께 '내가 정정하고자 하는 성으로 살아왔음을 입증해줘!'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이게 귀찮다면 보증인 중 한 명이 대표로 보증사항을 진술하고, 글 하단에 보증인 명단을 쭉 쓰는 식으로 떼울 수 있다는 말이다. (등본 제출은 당연히 필수.)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인우보증서다. 보통 '얘 여/남 맞아요 수술도 했잖아요 좀 정정해줘요'하는 보증서를 1장씩 써서 제출하는 식이다. 보증인의 역량에 따라 추가적으로 진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보증인 중 한 명이 대표로 진술한 뒤, 하단에 보증인 명단을 차례로 작성한다면 나머지 보증인들은 보증서를 일일히 작성할 필요 없이 그냥 등본만 뽑으면 된다. 물론 사람마다 편한 방식이 있으니 참고만 하셈.



3. 인우보증서와 성장환경진술서의 내용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건 당연한 거...ㅇㅇ


4. 인우보증서를 써줄 친구나 어른이 없을 시 인권단체 활동가나 청소년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5. 인우보증서는 길수록 좋다, 자필이면 좋다, 이런 말들이 있는데 그냥 케바케다.
물론 일부러 수고를 들여 길고 자세하게 써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굳이 성공 확률을 올리기 위해 길게 써달라, 자필로 써달라 요구할 필요는 없다.


6. 만약 본인이 사정 상 그 누구에게도 보증서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성장환경진술서에 작성하거나 미제출 사유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
이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친구가 없는 아싸트부이들은 너무 솔직하게 작성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만약 정말로 내가 친구가 없다는 말을 적고 싶다면 흔히들 생각하는 트젠의 고통, 내적 갈등과 연관지어 작성한 후, 트랜지션 이후에는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잘 이어가나고 있으나 법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의 괴리로 인해 사적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소극적인 스텐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성별이 정정되어 '완전한' 여성/남성으로 살아가게 될 시 여/남으로서의 인간관계를 더 넓힐 의향이 있다는 글을 덧붙임으로서 성별 정정의 당위성을 어필하면 좋다.
반면 스텔스를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천재트부이들은 '제 친구들이랑 동료들도 저를 여/남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기재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7. 인우보증서는 사실상 우리가 수없이 반복한 맘고생과 X뺑이를 타인의 입을 빌려서 입증하는 것이므로, 이게 없다면 성장환경진술서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이정도면 판사쿤이 센스있게 이해하고 넘어가주겠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쓰지 마라. 대부분의 판사는 정상사회에서 살아온 시스젠더 이성애자다. 와 이건 진짜 TMI인데; 싶은 건 적당히 거르면서 '트랜스젠더'로서의 인생사를 쉽고 자세하게 서술하자. 인우보증서를 낼 수 없는데 그 이유가 사유서를 쓰기에는 아주 사소한 거라면 성장환경진술서에 납득 가능하게 기재하자.


8. 만약 트랜스젠더에게 관계 맺음이란 일종의 도박과도 같다는 사실을 어필하고 싶다면,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서술하며 유관 기관의 조사 자료 등을 첨부•인용하는 게 마냥 호소하는 것보다 더 신뢰감을 줄 것이다.



+ 만약 본인이 부모동의서도, 인우보증서도 제출 못해서 빠꾸먹을까봐 두렵다면 부모동의서를 조작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보증인의 등본을 요구하는 인우보증서와 달리 부모동의서는 필수서류에서 제외되면서 양식도 함께 날아갔기 때문에 대충 인터넷에서 양식 찾고 싸인하고 제출하면 끝인지라 이런 꼼수를 쓰는 것 같은데, 개깐깐한 판사가 무슨 성별 정정이 15지게 까다로웠던 2000년대마냥 부모의 인감증명서를 요구하기라도 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 큰 성인이 뭔 부모동의서냐!! 라는 항의를 수용한 2020년대에 부모님 인감까지 요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성별 정정을 준비하다 보면 꼭 구라같은 일이 한 번 씩은 발생하는 법이다.
어찌저찌 통과가 되었더라도 한평생 그짓말따위 입에 담지 않고 살아온 준법정신 투철한 착순이 트부이라면 양심에 매우 찔릴 것이다. 부모도 친구도 구몬 선생님도 아닌 법원을 상대로 구라를 친다니...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인우보증서를 준비하거나 (위에서 말했듯 꼭 '오프에서 만난 동년배 친구'가 아니어도 된다.) 미제출 사유서를 작성하자.



추가: 주변인에게 인우보증서를 부탁할 때, '보증'이라는 단어만 보고 덜컥 겁을 먹고 거절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별정정에 관한 법이 없어서 보증해준다고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 리가 만무함에도 거창하게 보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탓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무조건 '해줘' 하는 것보다는 트랜스로드맵이나 조각보 성별정정툴킷 등 성별 정정의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는 사이트의 글을 인용하면서 이 친구가 무해한 친구임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게 좋다. 

타인에게 등본을 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성별 정정이 허가될 시 네 등본은 영구히 처분할 예정이며, 원한다면 네가 보는 앞에서 폐기/삭제하겠음'이라고 설명해주고, 그럼에도 거부감을 못 지운다면 그냥 등본이 필요 없는 진술서를 써달라고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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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다. 적어보니까 생각보다 별 게 없다...
문제 되는 내용이 있으면 지적해주거나 지평선 보내주세요.



그럼이만...........


+념글갔길래 오 찢엇다. 하고 다시 확인하러 왔다가 이상한 점이 몇 개 보여서 수정함. (ex. 짭보증서 속 주소란에 옆동네 이름이 적혀있었음; 나 옆동네에서 활동하지도 않는데 왜지)

추가 정보 얻으면 여기에 적으러 오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