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일곱 서사시 전시관의 부주인이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때 그는 지하실 안에서 감금된 채 한명의 목뼈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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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옛날, 먼지 퀘퀘한 지하실 선반에 맥콜과 낡은 타블렛 펜을 두고, 야위어버린 볼따구와 주머니엔 빳빳하게 펴진 클립 몇개를 넣고 있는 목뼈가 있었다.

피멍 든 손으로 쥔 펜을 덜덜 떨며 볼따구를 그리고 있는 그의 뒤에는 빨간 머리의 소녀가 검붉은 색의 몽둥이를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30분."

덜덜 떨리던 손이 다급해졌다. 어떻게든 러프를 그려놓고 손을 들고 있잖니 소녀가 다가와 의자 뒤에 손을 결박시켜놓고 그림을 검수했다.

"잘 그리셨네요."

다행이다- 라는 마음관 다르게 눈은 이미 그녀에게 애원중이었다. 산책 시간은 그가 유일하게 바깥 공기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대신 보이지 않게 수갑을 차야된다는 점이 있지만 말이다.

"불 끌게요."

매정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탁. 익숙한 전등 나가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그는 불 한점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서 손을 더듬어 먼지 쌓인 이불 위에 몸을 누였다.

꽤나 오랫동안 늦게 잠자리에 들어온 감도 있었다. 때로는 불이 꺼지자 마자 의자 위에서 까무룩 잠이 들 때도 숱했다.

얇은 담요를 덮고 몸을 뒤척거리며 삐걱거리는 목재 바닥 위에서 어떻게든 편안한 자세를 찾고 수마에 빠졌다.

목뼈는, 커피보다 진한, 어둡고 쑤셔오는 경추를 무겁게 뒤채면서, 그리 숨을 쉬었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해주는 유일한 매개체였던 알람시계가 여댓번 울리고 망가져버렸기에 한숨을 내쉬고, 다시 의자에 앉아 펜을 들었다.

뻐근한 목을 돌려서 우드득 소리가 나게 한 뒤 고개를 젖혀 위를 봤다. 하늘은 눅진하게 녹슬어버린 먼지 쌓인 베이지 색이었다.

어느새 들어와 몽둥이를 어루만지고 있는 등 뒤의 소녀를 애써서 무시한 뒤, 그는 다시 펜을 잡았다. 3월의 시린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