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냉정이 병신일리 없다. 그러니 숨겨진 속 뜻이 있겠지
글쓴이는 제목을 "냉정병신" 으로 지었다. 띄어쓰기가 없지. 하지만 1, 2, 3연은 띄어쓰기가 있다. 즉, 의식적 행위인 띄어쓰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피상적인 정보의 조합을 본능적으로 판단하여 제목을 작성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1, 2, 3연에서는 띄어쓰기를 하였다. 즉,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고찰이 시작된 것이다.
1연을 보자. "냉 병정 신" 이라는 글자는 얼핏 보기엔 제목인 "냉정병신"의 단어전철(anagram)으로 비춰지지만, 아니다.
1연에서의 "냉"과 "신"은 여기선 다다 기법(dadaism)의 산물로, 제목의 "냉정병신"을 재료삼아 만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무의미한 강조의 글자이다. 즉, 글쓴이가 강조하고픈건 굳세고 강건한 "병정"의 모습이다. 글쓴이는 냉정이 굳세고 강인한 병정과도 같은 속성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뿐이 아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2연을 들여다보자. "냉 정신병"이라는 문구는 우리 모두가 보자마자 "냉정은 정신병이다"를 표현한것이라고 단정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까?
여기선 "냉"의 소리에 집중해야한다. "냉."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활발하게 교주의 말에 대답하고 있는 버터의 모습이다. 즉, 이는 고도의 은유로써 사용된 말이며, 제한된 재료(냉정병신) 내에서 표현하기 위해 "버터는 병신이다" 라는 말을 네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연을 보도록 하자.
"냉 신 정병." 도통 알 수가 없는 단어이다. 이는 글쓴이가 악랄하다면 악랄하게도 숨겨놓은 깊은 진주와도 같은 말이다.
한번 거꾸로 읽어보자: "병정 신 냉."
그렇다. 글쓴이는 마지막까지 냉정을 찬양하고 있었다. 진정한 병정중 병정, 병정들의 신이라고 추앙받아 마땅한 존재는 "냉정" 뿐이라는 것을 "역"설한 것이다.
이를 종합해서 보면, 개략적인 흐름이 눈에 잡히기 시작한다.
1. 글쓴이는 냉정이 병신이라고 생각했다.
2. 줘팸에서 늠름히 싸우는 냉정의 모습에 감탄했다.
3. 버터의 급발진을 보고 버터를 욕했다.
4. 지고나서 생각해보니 진정한 줘팸꾼은 냉정이였다고 생각을 고쳤다.
자, 이제 다시 본문을 읽고 글쓴이의 냉정에 대한 경외심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