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tsfiction/103150453 1편


튼녀가 보기에 열정과 노력은 늘 옳았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뭘 하는 게 좋은 결과를 창출한다고 믿었다.


다만 노력하기 전에 충분한 조사는 필수였다. 목적 없는 노력은 방황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튼녀는 제일 먼저 자신의 몸을 파악했다. 몸이 바뀌다 보니 재능의 차이가 확 느껴졌기 때문에 파악하는 건 쉬웠다. 


다행히도 이 몸뚱어리는 검사로서 꽤 재능이 있었다. 비록 몸뚱이가 마검사라는 잘못된 테크트리를 탔지만 재능이 있는 게 어딘가.


나 때는 사람 하나하나가 귀해서 손절이라는 걸 쉽게 할 수가 없었다. 폐급이 들어왔다고 해도 고쳐쓰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내가 엔진 제조 회사에 이사라는 자리에 오른 것 아닌가? 그러니 어떻게든 테크트리를 잘못탄 몸뚱이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


결국 알아냈다. 단전 대신 자리 잡은 써클이라는 게 결국은 마나를 회전시켜 힘을 얻는 터빈이지 않은가.


마나를 돌리는 대신 마나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린다. 이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에 이사직을 걸 수 있었다.


튼녀는 깨달음을 얻은 즉시 써클을 개조해 엔진의 형태를 만들었다.


"역시 노력은 틀리지 않았어."


새로운 길이 개척되었다. 이제 쭉 달리기만 하면 된다. 튼녀는 검을 챙겨 연무장으로 나섰다.


*


노력은 언제나 즐겁다. 원래도 노력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재능 있는 몸을 얻어 실력이 느는게 체감되니 튼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검을 휘둘렀다.


한참을 수련하고 있으니 연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학생이 다급하게 들어와 소리쳤다.


"도망쳐! 몬스터가 쳐들어왔다고!"

"몬스터?"

"그래, 몬스터! 교수 급이 와야 막을 수 있는 놈이라고!"

"위치를 알려줄 수 있어? 


학생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같잖은 영웅심 때문에 자살할 생각이야?"


뭐? 같잖은?


"쯧,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디서 훈계질이야? 빨리 알려주기나 해라."

"...난 모르겠다. 공터에 있으니 가던가 말던가. 난 말렸다?"


튼녀는 몬스터의 위치를 듣자마자 수증기를 더욱 가속시켜 써클을 오버클럭하고 달려나갔다. 


"진짜 가네..."


*


콰아아아아앙-!


마치 증기 기관차 같은 굉음을 내며 공터에 도착한 튼녀는 때마침 보이는 몬스터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스걱-


일검에 몬스터가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버렸다. 튼녀는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에 잠시 당황했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대검을 어깨에 짊어졌다.


몬스터에게 죽을 뻔한, 갓 태어난 사슴처럼 몸을 떨던 여학생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입을 열었다.


"어, 어째서 저를 살려주신 건가요...?"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도 아니고, 왜 살려줬냐니? 거 참 이상한 질문일세.


"..."


그에 대한 여러 대답을 입 안에서 굴려봤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대답은 한가지 뿐이었다.


"어린 아이을 보호하는 것이, 어른의 의무니까."

"어른이요...? 저희는 같은 나이 아닌가요?


아차.


"그건... 알려주지 않겠다."


튼녀는 쪽팔려서 횡설수설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심장이 쿵쾅거리고, 서클이 터질- 서클이 터질?


"아. 오버클럭은 이게 문제구나."


튼녀는 서클 속에서 맹렬하게 회전 중인 수증기를 공기 중으로 배출했다. 압축되고 압축된 증기가 풀려나오자 일대는 안개가 심하게 낀 것처럼 흐려졌다.


"우, 우와아아아!"


안개가 걷히고 튼녀가 사라져 있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튼녀가 암튼 강하고 신비스러운 무언가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튼녀가 요즘 틀딱스럽게 굴고, 묘하게 강해진 것이 이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진실은 마나와 달리 수증기는 급속 냉각을 할 수 없기에 서클이 무리가 가기 전이 배출한 것일 뿐이지만.


"저 정도의 강자가 몰랐을 리도 없을 테니, 설마 봐준 걸까? 자살하려고 몬스터를 푼, 엄청난 민폐를 저질렀는데도 용서받아버렸네..."


한편 튼녀에게 구해진 여학생은 상기된 얼굴을 한 채, 기숙사로 돌아갔다.


*


튼녀는 틀딱흑막디젤펑크기사애오


엔진포스 아니에오


1편을 좀 더 상세하게 썼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