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흔히 어떠한 존재에 비유하곤 한다.


도도하고 세련된 인상을 가진 사람에게 고양이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처럼, 나 자신을 비유하자면 아무래도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것은 공기일 것이다.


무색무취하고,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도 자주 잊곤 하는 그런 존재.


“으으…”


어렸을때는 그런 취급을 받는 게 싫어서 벗어나려 이것저것 해 봤지만, 그때마다 다시 굴러 떨어져서 제자리로 돌아 오더라.


어쨌든, 나는 오늘도 고된 직장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늘 집을 가기위해 지나가야 하는 같은 풍경의 골목길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마치 내가 봐달라는 듯 대놓고 집앞 가로등 아래에 놓여있는 야구 배트.


평소같았으면 무시하고 지나갔을 사소한 일이었다.


누가 버리고 간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왜인지 밀려오는 호기심을 이길 수 없어 그 배트를 손에 쥐었다.


“오…”


배트를 들자, 이상하리만치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어어…?”


내 몸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땅을 향해 움직였다.


콰당-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 나는 깨어났다.


“저기,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아, 으으…? 어?”


일어나보니 아침이라는 것보다 놀라운 건 어떤 여성이 나를 깨웠다는 것이고.


“어어…?!”

“왜, 왜 그러세요?”


그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것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마자 보이는 봉긋한 가슴이었다.


잠시 후,


“조금 진정되셨을까요…?”

“아…네. 감사합니다.”


나는 길바닥 한가운데에서 나를 깨운 여자와 카페에 와 있었다.


되게 이해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음…혹시 이름이 뭐예요?”

“네…?”


카페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커피를 마시던 중, 여자가 그렇게 말을 했다.


“아니, 다른 의미는 없으니까요! 그냥 무슨 학교 소속이신지…”

“...학교요?”


내가 약간 당황스러움을 담은 채로 되묻자, 여자는 다른 의미가 없다고 급히 해명했다.


그런데 해명하면서 꺼낸 말 역시 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무슨 학교 소속이냐니…?


이 말을 듣고 여자의 복장을 다시 보니, 어딘가의 교복 같긴 했다만…


“설마, 자퇴생이라거나…”

“그, 제가 사실 기억이 없어서요!”


내 앞에 있는 여자가 혹시 자퇴생이냐 물어보며 표정이 실시간으로 안 좋아지고 있었기에, 나는 기억상실이라고 핑계를 대었다.


어차피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기억상실이나 다름 없겠지.


“아, 그리고 여기…”

“네?”

“이거, 그쪽 무기인 것 같아서요.”


이제 감사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찰나, 여자가 나에게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 물건은 아마도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 배트였다.


나는 약간 찜찜했지만, 일단 받긴 했다.


“그럼 이만…”


내가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저, 저기. 잠시만요!”


여자는 따라 일어나며 나를 불렀다.


“네?”

“그, 어디서 지내시려고요…?”

“...아.”


그리고 그녀는 아주 핵심적인 것을 찔렀다.


내가 지낼 곳이 없다는 것.


“혹시 없으시다면…”


제 집에서 잠시 지내실래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 에, 예?”


그리고 나는 고장났다.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 탓이었다.




다음은 너히들이 더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