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야.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는 커서 용이 될래요!”

 

어렸을 적 현우의 꿈은 용이 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용이 아니라 드래곤. 뱀처럼 생겨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양식 용 말고,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입에서 브레스를 내뿜는 드래곤 말이다.

 

물론 현우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세상에 용은 실존하지 않을뿐더러, 만약 실존한다고 해도 인간인 현우가 용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럼에도 어른들은 현우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당장 옆집 천수나 지혜만 봐도 공룡이 되고 싶다느니, 민달팽이가 되고 싶다느니 하는 귀여운 꿈들을 늘어놓고 있었으니 굳이 막을 이유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또 아이들은 금방 자라지 않는가. 지금의 귀여운 모습을 볼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몇 년만 지나면 현우도 제법 머리가 커질테고, 그렇게 된다면 이 귀여운 꿈은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 * *

 

십오년이 지난 후에도 현우의 꿈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하다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을 지경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정말로 용이 되는 것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원인은 십년 전 일어난 대격변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설명하자면 그리 길지 않게 설명할 수 있었는데, 게이트가 열리고, 던전이 생겼으며, 각성자가 탄생했다.

 

무슨 삼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데. 아무튼 현우는 그러한 세계에서 각성을 했고, 제법 강력한 편에 속하는 각성자가 되어 인지도 있는 헌터가 되었다. 그렇게 3년정도 열심히 구르다보니 돈도 제법 많이 벌고 충분한 지식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는 연구의 연속이었다. 3년간 일반인은 평생 놀고먹어도 다 못 쓸 돈을 번 현우는 작은 연구실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연구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마법계열로 각성해서 다행이었다. 마법사들이 지능만 주구장창 찍는다는 것은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에도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실제로 각성을 한 후 현우의 지능은 굉장히 높아졌으니 어쩌면 게임 개발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더랬다.

 

아무튼, 그렇게 연구에 매진한 지 1년쯤 되었을까. 마침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이론뿐이지만 반룡이 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물론 완전한 용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인반룡이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반룡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용이 될 수 있다면 어차피 폴리모프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 확률은 턱없이 낮지만 그런 것쯤은 올리면 될 일이다.

 

우선은 이 방법의 검증부터 해보자.

 

“으음….”

 

검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제대로 된 검증은 불가능했다. 자신의 몸과 용을 합체시키는 실험인데, 용을 어디서 구해온 단 말인가.

 

물론 S급 던전이라던가 그런 곳에 가면 용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아직 그정도 급은 되지 못했고, 파티를 짜서 간다면 당연히 온전한 용을 배분받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용은 그 자체로 희귀 아이템이나 마찬가지다. S급 랭커가 들고다니는 검이 용의 뼈로 만들어진 무기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애초에 그정도 파티를 만드려면 얼마나 돈을 더 벌어야 할지.

 

“그래도 일단 실험은 해봐야지.”

 

아쉽긴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인류는 이럴때마다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현우라고 그것을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 방법은 동물실험.

용과 강아지는 조금 다르기는 해도, 그래도 뭐.

다른 종족과 합쳐진다는 것은 동일하니, 비슷하지 않을까.

 

곧바로 현우는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해 실험을 준비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 꽤나 귀엽게 보이는 모양새다. 이런 귀여운 동물로 실험을 한다는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험에 성공하면 죽지는 않는다.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바로 원래대로 돌아갈 생각이었고, 그렇다면 강아지도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올 수 있겠지.

 

현우는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을 그리고 그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잠들어있는 강아지를 반대쪽 마법진 위에 올려두었다. 이윽고 짧은 주문을 외자, 마법진의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실험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음?”

 

실험은 싱거울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잠시 번쩍, 하더니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오고 말았으니 말이다. 성공한건가? 아니면 실패한건가. 현우는 곧바로 준비해두었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만약 실험에 성공했으면 강아지 귀와 꼬리가 달려있을 것이고, 실패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타나 있으리라.

 

그리고.

 

“서, 성공인가?”

 

현우의 머리 위에는 귀여운 강아지 귀가 돋아나 있었다. 귀를 향해 힘을 주니 쫑긋, 쫑긋 하고 움직이는 것도 성공했다. 뒤를 돌아 아래를 보니 확실히 강아지의 꼬리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달려있기도 했다. 아무래도 실험은 성공한 모양이었다.

 

“어, 음. 성공이다.”

 

약간 몸이 작아지고, 전체적인 선이 가늘어진데다가 가슴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도 달려있기는 했다만.

그래도 뭐, 실험에 성공했으니 괜찮지 않겠는가.

이거는… 강아지가 암컷이었던 모양이지.

 

“후후.”

 

확실히 강아지는 암컷이었던 모양이다. 현우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누가 들어도 미소녀의 목소리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아무튼. 실험에 성공했으니….”

 

이제 돌아가도록 할까. 성공했으니 원래대로 분리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현우는 방긋 웃으며 미리 그려두었던 분리용 마법진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다시 주문을 외며 마력을 쏟아부었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

 

착각이 아니었다. 각성 이후 언제나 함께하던 마나가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 턱.

 

돌연 무언가가 현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현우는 잠시 당황했다. 내가 이 연구실에 누군가를 들인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가끔 연구가 잘 되지 않으면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신 적은 있어도 연구실 안에 들어오게 한 적은 없다. 게다가 오늘은 실험을 하는 날. 당연하지만 술도 먹은 적 없었고, 누굴 들이거나 할 이유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럼 이 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슬쩍 곁눈질로 확인한 손은 남자의 손이었다. 일단, 일단은 얼굴이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현우는 고개를 돌렸고,

 

“멍!”

 

그렇게 외치는 한 남자가 있었다.

 

“…….”

 

그런데,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나잖아.”

 

이런 미친.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험은 반만 성공했다. 반인반수가 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강아지가 가져가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마력과 지식이 많이 사라져버린 상태.

 

“하아….”

“주인님,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그 얼굴과 목소리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듣기 힘들어.”

 

확실히 자신의 얼굴과 몸을 한 사내가 주인님이라 부르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멍멍거리며 돌아다니는 것보단 나으니 조금 가르치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될 줄이야.

 

지금 상황은 현우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절망적이었다. 분명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저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깨워내려면 교육을 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이 강아지가 되어버린 나머지 교육을 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자신의 지식은 남자의 몸을 하고 있는 강아지보다 떨어지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하고 있는 저 녀석을 어디 교육이라도 들으라고 보낼 수도 없고. 아무리 중견급 헌터라고는 해도 제법 얼굴이 알려진 몸이다. 그런 자신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꼴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미치겠네, 진짜.”

“응? 왜 미치겠어?”

“…아냐. 그냥 한 말이야.”

“으응….”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제일 좋은 것은 어느날 마력이 다해 몸이 분리되는 것인데,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아, 참. 주인님. 손.”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현우의 모습을 한 강아지가 손을 내밀었고, 현우는 그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강아지는 반대쪽 손을 들어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동시에 현우의 꼬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잘했어, 주인님.”

“이 행동은 왜 하는건데….”

“어, 강아지를 키우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던데?”

“난 강아지가 아니야.”

“그렇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늘 머리를 쓰다듬어줬는걸.”

“…….”

 

현우는 잠시 생각했다. 분명 강아지였던 상태에서 쓰다듬어줬던 기억은 아닐테고, 아마 자신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렇게 계속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법도 기억해내지 않을까.

 

“…그런가?”

 

뭔가 조금 미심쩍었지만, 현우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말았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 * *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현우와 강아지 사이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를 말하자면 강아지의 이름이 생겼다는 것일까.

 

현우는 현우라는 이름이 있지만, 강아지는 애초에 실험용으로 사왔기 때문에 이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늘 이름이 없다보니 부르기도 불편했고, 이런 상태가 생각보다 오래 가는 것도 있었기에 이름이 하나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현정. 여자같은 이름이지만 사실 현우의 이름인 정현우를 뒤집은 이름이다. 처음에는 현우의 이름을 탐냈지만, 아무래도 그것까지는 허락 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뒤집어진 이름을 준 것이었다. 그것도 벌써 3주 전의 이야기. 지금은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있는 상태라 아무래도 좋았다.

 

“초코야.”

“…….”

 

사실 그것보다는 현우의 이름이 더 문제였다. 언젠가부터 현정은 현우를 초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강아지를 부르는 듯한 이름. 당연히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이제는 하도 많이 불리다보니 싫어도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강아지를 키우던 생각을 하며 기억을 되찾을 수도 있고.’

 

어차피 지금의 자신은 현정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보니 현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납득하는 것뿐이었다.

 

“왜, 또.”

 

현우는 쪼르르 달려와놓고는 새침하게 쏘아붙였다. 물론 뒤에서 열심히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는 현우의 진심을 말해주고 있었다. 애초에 강아지의 몸이 되어버렸는데, 잔뜩 귀여움을 받으면 동물로서의 본능이 발현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은 부정하고 있다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반응이나 마찬가지였다.

 

“손.”

 

현우는 새침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몸을 낮춰 머리를 들이밀었다. 시킨 행동을 했으니 쓰다듬어달라는 뜻이었다.

 

“잘했어.”

“…….”

 

곧이어 현정의 손이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현우는 미소가 지어지려는 것을 참아야만 했다.

 

“…….”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현우는 머리를 떼어냈다. 현정은 그런 현우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던전 갈래?”

“…응?”

 

그렇게 현우를 바라보던 현정은, 돌연 던전에 가자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으음, 거의 다 기억이 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실전을 못해서 그런지 마법 쪽은 잘 떠오르지가 않아. 간단한 마법이면 몰라도 고급 마법 같은 것들은….”

“으음.”

 

확실히 그럴듯한 말이었다. 지금 현정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정도의 기억은 확실히 떠올린듯한 모습. 그리고 그건 현우와 함께 살며 인간의 기억을 떠올렸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전을 겪고 나면 마법에 대한 기억도 잘 떠오를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래. 그러면 조심히….”

“아니, 같이 가야지.”

“나도?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별 도움도 안될테고, 굳이 내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의 현우는 솔직히 말해 애완동물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무력도 없고, 지혜가 뛰어나지도 않고.

기껏해봐야 보기에 좋다, 귀엽다 정도가 끝인 애완동물.

 

“그렇지만, 나 혼자 갈 수도 없고 파티를 짜야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이쪽 등급 각성자들은 다 알고 지내는 사이잖아. 그리고 난 아직 기억이 완벽하지 않고.”

“그렇지…?”

“그러니까 가서 실수하지 않게, 너도 같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어, 음.

 

얘가 이렇게 말을 잘했나. 이번에도 틀린 말이 아니라서 현우는 금세 납득하고 말았다. 확실히 옆에 있으면 도움이 될 수는 있을거다.

 

“그렇지만 너랑 나랑 무슨 관계라고 해?”

 

그러자 현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랍에서 목줄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애완동물과 주인.”

 

* * *

 

던전의 규정은 빡빡하다. 애초에 던전이라는 건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미지의 공간. 이런 던전의 규정이 빡빡하지 않다면 더 이상한 일이겠지.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출입증이 필요하다. 물론 나같이 알려진 헌터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검사도 잘 안하긴 하지만, 오늘은 헌터로서의 내가 아니라 애완동물인 나로서 출입증을 받으러 온 것이니.

 

“…으으.”

 

수치심이 엄청나게 올라온다. 출입증을 발급해주는 헌터 협회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 곳에 여자애같은 옷을 입고 목에 목줄을 차고 있는 상태라니. 정말, 정말로 수치사로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애완동물 등록이요.”

 

현정은 내 목줄을 이끌고 접수대로 가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이렇게 헌터가 아닌 다른 것들을 데리고 던전에 입장하려면 따로 출입증을 받아야만 한다.

 

“어, 애완동물이요…?”

 

접수원이 약간 놀란 얼굴을 해 보였다. 그렇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솔직히 외형만 보면 나는 평범한 미소녀와 다름없었다. 물론 귀와 꼬리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걸 보지는 못한 것 같고.

 

“실수로 키우던 녀석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음. 여기 귀랑 꼬리 보세요.”

“아, 아….”

 

그러자 접수원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가끔 이러한 애완동물을 만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다.

 

“이름이 뭐니?”

“아, 이름….”

 

순간 현우라고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좋든 싫든 밖에서는 이녀석이 현우고, 나는 애완동물이다. 그리고 아무리 애완동물을 사랑해도 자기 이름을 붙여주는 사람은 없지.

 

“초, 초코요….”

 

마침 딱 맞는 이름이 있었다. 매일같이 녀석이 나를 불러대던 이름.

 

…기분이 묘하다.

내가 헌터 협회에서, 스스로 초코라는 이름을 대며 애완동물로 등록을 하고 있다니.

 

“자, 여기 출입증 카드.”

“가, 감사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접수원이 내게 출입증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내 지문도 찍혀버리고 말았다.

 

…애완동물 초코로서의 신분이 만들어진 것이다.

 

* * *

 

“초코야.”

“네… 아, 아니. 어.”

 

던전 탐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초코는 현정의 부름에 자기도 모르게 존댓말로 대답하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주인님으로서 현정을 인정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아무래도 공식적인 관계는 주인님과 애완동물이니 그게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고, 던전을 돌아다니는 내내 그런 말투를 쓰다보니 입에 배어버린 것이다.

 

“초, 초코라고 부르지 마. 이제 둘밖에 없잖아.”

 

초코의 말에도 현정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헷갈리지 않아?”

“으응?”

“아무래도 던전 몇 번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헷갈리니까 계속 연습해보는 건 어때?”

“어, 어…?”

 

확실히 헷갈리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분명 현우를 불렀는데 자신이 대답할 뻔 했다던가, 그런 일들이 많았던 탓이다.

 

하기야 집에서는 자신이 현우인데, 밖에서는 현우가 현정이니. 헷갈릴 만도 하다.

 

“그, 그치만.”

 

그럼에도 초코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도 존댓말을 쓰며 주인님이라고 부르라는 게 아닌가.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그것만큼은 할 수 없다고 버티는 중이었다.

 

“어차피 앞으로도 밖에서 그렇게 해야 하잖아.”

“으으….”

 

그렇지만 바깥에서는 목줄을 차고 주인님이라 부르며 꼬박꼬박 머리를 쓰다듬어지는데, 집에서 자존심을 부린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있을까? 오히려 빨리 이 상황을 끝내 원래의 몸을 되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초코의 마음 속에서 격한 갈등이 피어났다. 너무나도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주인님이라고 불러주는 거 엄청 귀엽던데.”

“주, 주인님.”

순간적으로 초코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당황한 초코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지만, 그렇다고 내뱉어진 말이 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현정은 싱긋 웃으며 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초코.”

“…….”

 

초코는 양손으로 입을 가린채로 얼굴을 토마토처럼 붉게 물들였다. 누가 봐도 엄청나게 부끄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부끄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초코의 꼬리가 엄청난 속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확실하게, 기쁘다는 감정의 표출이었다.

 













이 뒤로 발정기라던가 데이트라던가 순애야스라던가를 쓰고 싶었지만 분량의 한계로 인해 사라져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