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은 전학생이 왔다. 자기소개하도록..."


"내 이름은 김시우!

부모님이 이사와서 이곳으로 전학하게 되었어. 앞으로 잘 지내보자."


형식적인 박수소리가 끝나고는 시우는 자리를 찾고 있었다.


"시우 학생 원하는 자리 아무데나 앉도록... 어 근데 거기는 좀..."


'왜 귀여운 아이가 혼자 앉아있지 왕따인가?' 하며 시우는 수업시간에 잠을 청하고

있는 여학생의 옆자리에 자연스레 착석했다.

그리고 학생 모두가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선생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전학생! 너 옆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는 모습만 보면 요정같지만

그냥 괴물이야! 그냥 심기 안 건드리는게 좋아."


라는 신호를 주변 학생들이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손짓발짓을 알리 없이 시우는 아량곳하지 않고 

그녀를 툭 건드리며 마치 잠에서 깨우려는 시도를 하였다.


'망했다! 전학생이 말이 안 통하는 몬스터를 깨워버렸어!'


'저 여자애는 학생들을 괴롭히는 일진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유명 격투기 선수가 탐낼 정도의 괴물, 서하준...

어느 날 성별이 바뀌는 병이 걸려서 

여자가 되었지만 깔보는 일진 무리를 단 20초만에 초전박살내고

태생이 유연한 탓에 체조기술까지 선보이며

여전히 학교에서 군림하고 있는 최강자... 서하린!

근데 지금 잘생긴 데다 싸움이라곤 안해봤을 거 같은 저 전학생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고 있어! 선생님 뭐라도 말려봐...'


한설민이 장황스레 설명을 이어가며 선생을 바라 보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교과서를 펴고 있었다.


'포기한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어! 무사히 정년퇴임 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제발 깨우지 마... 깨우면 너의 라이프가 무자비하게 깎인다고!'


"자는 사람 깨우기는 싫지만,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수업 시간에 자는 걸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거 보니까...

아이돌 연습생이여서 그런가봐! 그래서 이렇게 예쁜 건가?"


시우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전학생의 대가리에 꽃밖에 없잖아! 무슨 아이돌이냐!'


'괜찮아. 지금 일어나지만 않으면 아무일도 없을꺼야. 힘내!'


학생들이 머리 속으로 수군거리고 있을 때 무언가 기척을 내었다.


"으으으, 잘 자고 있는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거야."

서하린이 눈을 뜨며 일어나자 마자 조금 짜증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망했다 괴물이 깨어났다아아! 이제 저 녀석은 

무자비하게 죽을 꺼야, 곧 피떡이 될 꺼라고!'


'제발, 전학생 처신 잘해... 다른 여자 아이들 같았으면

전학생의 외모 때문이라도 사과하면 넘어가겠지만

저 녀석은 일반 여자아이들과는 사고방식이 일체 다르단 말이야!'


학생들이 그녀가 깨어나자마 아무것도 안 보는 척 눈을 돌렸지만

그 쪽을 굉장히 신경 쓰는듯 생각했다.


"일어났어? 오늘부터 옆자리에 앉게 된 김시우야, 잘 지내 보자."


시우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전학생 쓸데없이 존나 밝아!'


'저 늑대의 포스가 쟤한테는 보이지 않는거지? 

금방이라도 나 깨운 새끼 죽이려고 드는 저 눈빛이?'


그 광경을 흘깃흘깃 지켜보는 학생들이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두려워했다.


"내 잠을 깨운 걔가 너냐? 

그리고 누구 멋대로 내 옆자리에 앉은 거지?"


하린이 예전보다는 높지만 여자 기준으로 로우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귀여운 아이 옆에 왜 아무도 없나 해서

혹시 아이돌 연습생인가 싶어가지고... 무심결에 앉아 버렸어 헤헤."


시우가 의문을 표하며 그녀를 바라본 다음

학교에 있는 학생 모두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전학생을 바라봤다.


'전... 전치 4주로 병원행이다. 저건.'


'4주면 다행이지... 깨어나고 숨이 붙어있으면 기적 같은데.'



"아이돌? 내가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거냐!

너도 전학하자 마자 나를 깔보는구나,

오냐... 이 서하린의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겠다... 어?"


"여자아이가 이렇게 머리가 헝클어 지면 안돼,

그리고 깔보다니... 너가 정말 궁금해서 그런 건데..."


라며 시우는 하린이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끝났다! 저건 이제 생명 아웃이야! 세이프 같은 건 없다고!'



모두가 전학생을 우려하는 사이에

서하린은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얼굴에 꽂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시우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더니

그대로 쓰담쓰담 거리기 시작했다.


'오 주여, 저 김시우라는 이름의 학생을 어여삐 여기시어

주님의 곁에 두게 하소서... 아멘.'


기도소리가 끝나자 한번도 모지 못한 광경이 나왔다.


서하린이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면상에 뻗기는 커넝...

전학생의 쓰다듬거리는 걸 기분 좋다는 듯이

가만히 머리카락을 내어주며 가만히 쳐다보았다.

남자한테 머리를 쓰다듬 당하는 것을 굴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마치 무서운 대형견이 주인에게 쓰다듬을 더 해달라는 것처럼...


"이렇게 귀여운데 머리카락을 험하게 다루지 마

여자는 머리카락이 생명이니까..."


"으, 으응."


전학생의 섬세한 손짓에 그녀의 짜증이 눈 녹 듯이 사그라들었다.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난 이 학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너가 알려주면 더 좋고.

이름이 서하린이라고 써져 있네? 이름도 디게 이쁘다..."


"시끄러워 이쁘다고 하지마... 그렇지만 아까는 큰 소리쳐서 미안.

너도 잠잘때 시끄러운 건 싫어하잖아."


"그건 미안해, 옆자리에 앉은 기념으로 인사하려고 한게 그만..."


시우가 멋쩍어하며 말하였다.


"여튼 잘 지내보자! 다음에도 그러면

가만 안 두겠지만."


하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에 반 사람들은 전학생의 조련 솜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지? 라는 반응을...


그리고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너가 전학생이지? 너 아침에 대단하더라... 아주 그냥 배짱이 두둑해."


"왜 그래? 내가 아침부터 뭘 했다고... 헤헤."


"그게, 이거 쟤가 들을 수 있으니까 조용히 말할께...

저 녀석 별명이 괴물이거든... 

괴물같이 강한 녀석이라 너가 그 녀석 옆자리로 간 것도 무서웠는데

그 괴물을 첫 날부터 조련해버리다니! 저 혹시 꿈이 사육사나 그런거야?"


설민이 흥분한 것 같은 어투로 텐션을 높였다.


"괴물이라니, 귀여운 여자애한테 그러지마.

그리고 집에 대형견을 키우긴 하지만 개하고 사람은 다르지."


시우가 진정하라는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하였다.

그러더니 반 사람들이 서서히 오고는


"야 우리 반 강형욱이다!"


"전학생, 어떻게 그 괴물을 조련한 거야! 알려줘, 나도 알려주라고

혹시 아버지가 강형욱이거나 엄마가 오은영 박사야?"


그렇게 시우는 전학 첫날부터 강형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 그거 들었어? 그 괴물이 전학생한테 머리를 쓰다듬고는

여자애처럼 굴었다는 게 사실이야?"


"그러게 살다살다 서하린이 그런 귀여운 표정을 보이다니

아 사진이라도 찍어놨어야 했는데... 크크크

이따 편의점가서 담배나 피러 가자. 경서야? 어..."


어 하는 사이에 경서가 옆에서 픽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 그녀, 아니 괴물이 인기척도 없이 옆으로 온 것이였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냐?"


"하린아 그게... 그게."


그러자 괴물은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높이 뛰어올라

발차기로 상대의 명치를 가격하며 그대로 제압해버렸다.

그리고 경서가 깨어나자마자 괴물은 무서운 눈을 하며 이 말만 전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양호실로 데려가, 한번만 더 니들 입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는 응급실이다."


경서는 그녀의 말에 오줌이 나올 정도로 벌벌 떨며 

쓰러진 친구를 양호실로 데려갔다.



'그 녀석을 처음부터 패버리면서 확인시켜 줬어야 했는데

왜 남자가 쓰담쓰담 해준게 기분 좋다고 생각한 거지...

그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왜 아직도 떠오르는 거야!


남자인데 남자한테 몽글몽글해지다니 

내일은 정말 그 전학생이 선을 넘는 순간 손을 봐버리고

반쯤 죽여버려서 다시는 못하게 해야지.


그런데 뭔가 어렸을 때 또래한테 쓰담쓰담받고

기분이 좋았던 거 같은 게 왜 떠올랐지?

어렸을 때 친구들은 얼굴도 기억 안 나는데 말야...'


하린은 기억나지도 않은 어린 시절 기억까지도 떠올리며

이 감정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이 혼란스러워 했다.




https://arca.live/b/tsfiction/49642661


어제 생각바구니를 보고 써봤습니다만

약간 2012년식 일진물 감성과

일본식 대신 호들갑 떨기가 합쳐저서 굉장히 혼종적인 글이 탄생했네요

하지만 워낙 좋은 소재여서 얌얌했슴돠 꺼억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