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tsfiction/53753148

(대충 이 이후 벌어진 일이에여)

"...그래서 못 쓰시겠다는 겁니까?"

그녀들의 말에 내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모노클에 특유의 잿빛 머리카락.

그리고 금발에 화려한 장식의 제복.

내가 이 두 사람을 모를 수가 없지.

내가 직접 구상한 사람들이니까.

독일을 승천의 길로 이끈 명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여자), 통칭 틋순마르크.

그리고 그 독일의 카이저...아니 카이제린인 빌헬름 2세.

그래, 어찌어찌하다 이런 기가 막히는 설정의 ts 독일 대역물을 맡게 되아버렸지.

그때 열정에 찬 나머지 내리 사흘을 플롯에 꼴아박아 버린 뒤 지쳐서 기브업을 선언하고 나서는 이 상황이다.

"정확하게 하시죠. 3일입니까, 아니면 3일같은 하루입니까?"

정곡을 찌르는 틋순마르크의 일침.

"아니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대전기 쪽이나 좀 알고 있지, 19세기는 모른다고! 그 당시에 뭐가 있었는지조차 한참을 찾아보고서 간신히 알았단 말야!"

"그럼 더 찾아보시면 되겠군요. 보오전쟁도 찾아보고서야 아셨지 않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끄으응."

망했다.

그니깐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거 아닌가?

가장 힘든 걸 지적하다니!

"그,그치만 그놈의 1화! 그놈의 1화가 안 뽑혀 나온다고!이건 노력만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배경설명도 안 하고 막무가내로 연재를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런 것 치고는 첫날부터 신나게 후반부만 적고 계셨습니다만?"

으아아, 팩트 멈춰!

어떻게든 변명이라도 더 해보려고 했다만, 역시 인상이 강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두 여인이 노려보는 상황에서는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차라리 나도 기센 외형이면 반항이라도 해봤지.

왜 꿈이라고 나도 140cm 단신틋녀가 된 건데!

"그리고 말이지..."

잠자코 있던 카이제린이 입을 열었다.

저절로 눈이 질끈 감겼다.

냉정한 편인 틋순마르크가 저렇게 질책을 해댔는데, 독불장군인 카이제린은 어떤 걸 가지고 추궁할까.

아직도 진수식 장면을 못 적은거?

아니면 역시 동강동강 끊긴 플롯이 문제인가?

긴장 속에서 카이제린의 불만사항은.

"서비스신을 도저히 못 쓰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나와 오토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못 적겠다는 건가?"

충격적이게도 이거였다.

그 쪽이었습니까?!

아무리 내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카이제린을 변태 캐릭터로 만들었다지만 너무하짆아!

...어이가 털린 것은 틋순마르크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폐하, 풋풋한 사랑 이야기입니까, 아니면 폐하께서 기대하시는 음습한 에로씬입니까?"

"에로씬이라니! 오토, 너와 나의 그 찐하고 풋풋한 사랑을 부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전혀 풋풋하지 않다고 했잖습니까! 하다못해 젊은 영애라면 모를까, 왜 저 같은 노땅이랑 그런 짓을..."

"...하아."

갑자기 벌어진 둘의 사랑 싸움을 뒤로 하고 나는 저 뒤로 슬그머니 도망쳤다.

거 꿈자리 한번 참 사납네.

하지만 필력도, 체력도 딸리는 주제에 완벽주의자인 나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 같은 거창한 무언가를 적어낼 만한 그릇이 안 된다는 말이지.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은 또 어떤 플롯의 틋녀를 분양해야 할까, 하고 평범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뒤 세상이 뭔가 이상하게 커보임을 느끼고 경악하기 세 시간 전이었다.







모로 가도 엔딩은 틋녀엔딩이 정석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