틋붕이는 인류 문명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유튜브 보고 싶다..."



티비로 멍하니 한철 지난 영화를 보던 틋붕이는 혼이 빠지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재미없어.


고시원에서는 무료 와이파이와 인터넷 회선을 제공했지만 틋붕이에게는 의미 없었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다. 틋붕이는 자신의 비참함에 화가 났다.



"디시인사이드! 유튜브! 히토미!"


쾅쾅!



고통스레 끌어낸 틋붕이의 고함에 옆방이 즉각 반응했다.


저 새끼는 공부도 안하면서 조금만 시끄러우면 벽쾅질이야, 지가 더 시끄러우면서.


틋붕이는 투덜거렸지만 안타깝게도 발언할 용기가 없었다. 기립하시오! 쳐맞고 싶으면.


"더워..."


후덥지근한 공기에 틋붕이는 곰곰이 생각하다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가자, 피시방에.


*


"크, 시원하다. 이게 야스지."


"선불 시간 10분 남았습니다."


신나게 게임을 하던 틋붕이는 의아함을 느꼈다. 분명 두시간을 결제했을터였다.



"뭐야? 50분 지났는데?"



시계를 확인하고 당황한 틋붕이는 두리번거리다가 모니터 위의 스티커를 발견했다.


-프리미엄 좌석


낭패였다.


안그래도 신분이 없어서 회원가입을 못해 비회원으로 결제해서 더 비싼데 프리미엄 좌석이라서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틋붕이는 화가 났지만 용기는 없었다. 그야... 신원이 없는 걸...


직원에게 차마 따질 수 없어 좌석들을 이리저리 살펴본 끝에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 피시방, 프리미엄 좌석들 밖에 없다. 사기꾼 새끼들.


매번 피시방을 다니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 돈이면 고향만두가-


결국 틋붕이는 남은 시간 동안 중고 컴퓨터 매물을 알아보려 했지만...


대한민국은 개인정보 검사에 철저한 국가였기에 중고마켓 조차 가입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지는 적었다. 동네 컴팔이에게 웃돈 주고 로우엔드 컴퓨터(30만원 넘음)를 살지. 그것도 아니면 디지털 프라자에서 싸구려 스마트폰(30만원 넘음)을 살지.


결론을 내린 틋붕이는 투덜거리면서 컴팔이를 찾아나섰다.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다신 안가 시발아. 중고 셀러론에 40만원?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위안거리라면 키보드 마우스도 받아온게 위안이었다. 잘 작동할지는 모르겠지만.


무더위 속에 슬림한 컴퓨터를 안아들고 낑낑거리며 고시원을 향하던 틋붕이의 눈에 편의점이 보였다.


꿀꺽...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틋붕이의 한 손에는 하드가 들려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깨물어 먹지 않고 진득하니 핥아먹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고시원 계단을 끙끙거리며 올라갔다.


복도와 다르게 후덥지근한 열기가 흘러나오는 방에 도착한 틋붕이는 컴퓨터를 설치하고 전원을 켰다.


부우우우웅-


요란하게 쿨러 도는 소리와 함께 틋붕이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더워, 존나 더워! 안 그래도 후덥지근한 방의 온도가 5도는 올라간 것 같았다.


그냥 보급형 스마트폰 살걸.



똑똑.



"누구세요?"


"총무입니다. 월세 결제하러 내려오세요. 어제 내셔야 하는데 깜빡 하셨나봐요."


"어... 네..."



틋붕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열어봤다.


7만 6천원.


헉.





*


틋붕이는 박카스 한병을 사들고 총무을 찾았다.


"제, 제가 이번 달은 돈이 없어서, 한달만 미루면 안될까요..?"


"엇, 그럼 곤란한데. 일단 원장님께 연락해볼게요."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하지? 지하철? 공원? 벌벌 떠는 틋붕이는 총무가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웠다.


"원장님이 천천히 내도 된다 하셨어요."


"앗, 감사합니다."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밀려오는듯했다. 느그적 주방에 도착한 틋붕이는 라면을 끓이며 생각했다.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알바는 할 수 없었다. 근로계약서 쓸 때 신분증을 확인할게 분명한데.


"몸이라도 팔아?"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린 틋붕이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쳤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수저를 꺼내려고 옆으로 돌은 순간 옆에 있던 여자와 눈이 맞았다. 뭐야 씹, 언제 왔어?


"얼마에 팔래?"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