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초등학교인지 국민학교인지 그 명칭을 헷갈려 할 정도의, 가까운 옛날.

동네 초등학교마다 존재하는 자그마한 문구점은 언제나 그 주변으로 하나의 작은 상권을 만들어내고, 그 중심에 우뚝 서는 존재였다.


"와아, 귀엽다!"


그런 문구점엔 다들 그럴듯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었다.

오락기 하나를 두고 게임과 현실 모두에서 격투게임을 벌이던 치열한 추억도.

뽑기 기계에서 캡슐을 뽑아 누가누가 광고지에 나온 장난감을 뽑았을지 내기를 벌이는 추억도.

그리고, 문구점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달고나와 함께 팔던, 상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던 틋녀의 추억도.


[틋녀 팝니다.]

[500원]


"와아, 500원이래."


"500원, 너무 비싸다!"


"그래그래."


사람을 닮아 말도 하는, 그러나 요정처럼 작은 외형으로 지금까지도 애완동물로써 선풍적인 인기가 있는 틋녀는, 당시엔 그렇게 상자에 담아서 파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

지금에서야 틋녀 보호법이 들어오고 그 불쌍한 동물들을 위한 법안이 마련되었지만, 그 당시 관리가 필요한 틋녀들에게 매겨진 가격은 겨우 500원.


"야생에서 잡은 녀석들이라, 비싸단다."


"엄마가 양식보단 자연산이 좋댔어!"


"그럼 이건 좋은 틋녀야?"


"그렇겠지. 야생에서 잡았다잖아."


"고럼고럼."


그 당시 껄껄 웃던 할아버지는 지금 뭘 하고 지낼까.

법 제정 이후, 밀렵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방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 또한, 틋녀를 손으로 마구 만져본다거나 하는 잘못된 사육법을 저지르던 녀석이었지.


"아파아...!"


"와, 말했다!"


"말했다, 말했어!"


"저어, 할아버지. 이거 하나 살 수 있을까요?"


"500원은 있느냐?"


"저어, 여기요."


"와아, 500원이다!"


"부자다 부자!"


그 당시에 아무 생각없이 샀던 틋녀를,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르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그녀들은 가벼운 초콜릿만 주어도 스스로 밥을 조절해가며 먹어서 한 달을 넘게 사는, 굉장히 손을 덜 타는 애완동물이었으니.

...그것조차 하지 못하고 틋녀를 굶겨죽였던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많았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아, 주인님. 돌아오셨어요."


"응. 오늘은 뭐하고 놀래?"


"TV...가 보고 싶어요."


요즘엔 법이 제정되어서, 틋녀같은 똑똑한 애완동물은 똑똑하고 좋은 사람의 손에서 길러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전처럼 문구점 앞에 모여있던 틋녀와의 우연한 인연을 더이상 경험하지 못한다는 건, 사회가 조금씩 삭막해지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