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쥔 채.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무리 요즈음 들어 바보처럼 군다고는 하지만, 이 상황을 이해 못할 정도로 멍쳥해지지는 않았다.
...두 사람 다, 나를 좋아하는 거잖아.
다시 휴대폰에 찍힌 메시지를 바라본다.
똑같은 날짜. 똑같은 시간...
그리고 완전히 다른 두 장소.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그럼에도, 내 두 발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길은 두 갈래.
내가 발을 움직이기만 한다면, 둘 중 한 명은 언제나와 같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하겠지.
그러나, 다른 한 명은 내가 없는 곳에서 쓰린 마음을 달랠 것이다.
어쩌면, 올 때까지 기다리다 해가 저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셋이서 타던 그네가 있는 공원을 혼자 거닐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네를 꼭 잡고 닦아도 닦이지 않는 눈물을 땅에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둘이 내게 가지고 있는 마음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나는 여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시간은 나를 놔두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