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딸기를 받고 좋아하는 생쥐 메이드 래트를 쓰다듬으면서 보라는 그렇게 말했다.

멍하니, 허공의 어딘가에 초점을 맞춘 채, 휠체어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며.



"...보라야."


"시아는 어떻게 생각해? 행복은 개인적인 만족의 영역이라는 것에 우리 모두 동의하지만, 우울은 전혀 다른 감정이라는 내 생각."



그런게 말이 될 리가 없잖아, 하고, 보라의 궤변을 반박해주고 싶던 시아는 보라의 얼굴을 보고, 그리고 그녀가 래트를 쓰다듬는 그 방법을 보고 하려던 말을 고이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손이 허공을 쓰다듬고 있으면, 래트가 쪼로로 달려가 머리를 가져다대는 쓰다듬.


다른 사람이었다면 일종의 기발한 놀이를 만들어냈다고 보라를 칭찬했을법한, 단순하지만 뛰어난 생각.



"그렇잖아?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우울함 또한 느낄 수 없어야 하는데 말이지."



보라는 선천적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뇌를 연구했고, 행복이 느껴지게 만드는 약을 개발했다.


그리고 보라는, 지나치게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던 탓에.

TS도, 인체개조도, 불사화도 스스로 이루고 정복한 그녀에게 행복함이란 주어지지 않는 허상의 감정이었기에.


다른사람에겐 아무런 부작용 없이 행복감을 선사해 기적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탈리신 정'.

그녀가 만든 약은 그녀 자신에겐 통하지 않았다.



"왜 난, 만족할수가 없는거야?"



손이 멈췄다. 그리고 내려간다.

보라는 그 멍한 얼굴을 돌려 자신이 방금까지 래트를 쓰다듬던 손의 등을 바라봤다.

온통 주삿바늘이 꽃혔다 빠져서 생긴 흉터로 흉측해진 손등을, 래트가 약간 울먹이며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아 너는, 나한테 특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메달리듯 안긴 보라를 무심코 쓰다듬는다.

그 덕분에, 보라는 그녀가 느끼던 끝없는 허무의 감정에서 한꺼풀 벗어날 수 있었다.



"너에게 안겨있으면, 행복하진 않아도, 모든걸 잊어버릴 수 있어.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시아는, 결국 심연의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진 그녀에게, 그저 계속해서 손을 내밀어볼 수 밖에 없었다.



"언제든 찾아와도 좋아. 연옥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고마워."



시아는 그럼에도 손을 내밀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않아야 했다.

'탈리신 정' 이 지금 일으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틋녀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위선적인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자, 시아의 내면 속에서 그녀는 구토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