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회

2회

3회

4회

5회

리버우드에서 달달하게 휴식을 취한 우리들은 날이 밝은 것을 보고, 헬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라고 했으면 좋으련만, 프레위디스와 셰자드 녀석을 깨우다가 시간을 제법 보내고 말았다.

이것들이 둘이서 아주 광란의 밤을 보낸 모양이다.

프레위디스 녀석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 것을 보니, 아주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다.

프레위디스: 하~암... 미안... 어저께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버려서... 후훗

셰자드: 덕분에 나도 지금 아주 상쾌해. 이리 와, 요 이쁜 것...

셰자드가 프레위디스를 끌어 안자, 헤르타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녀석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헤르타: 셰...셰자드으... 오늘 밤은...

셰자드가 헤르타를 바라보며 말한다.

셰자드: 아이구, 우리 귀염둥이. 내가 없어서 섭섭했어? 일루와, 일루와. 예뻐해 줄게.

그러자 헤르타 녀석, 어린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면서 기뻐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녀석은 셰자드와 만나고 난 이후, 웃음이 더욱 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셰자드에게 가장 고마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헤르타는 같은 동네에 살던 이웃사촌 꼬마였다. 대장간을 했었던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는, 착하고 사랑스러웠던 아이였다.

그리고 탈모어 놈들에게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마을이 송두리째 불탔던 그 날, 나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다.

녀석은 본래 건강한 아이였지만 '그 일'이 있던 이후 몇 년간 말을 잃었었고, 정신적으로도... 조금 이상해져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조금 이상해지는 바람에, 그 아이는 더 이상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닌, 굶주린 늑대같이 싸우는 광전사가 될 수 있었다.

그 애가 말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나와 육체 관계를 가지면서부터였다.

부모님, 그리고 특히 친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그 아이는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한순간에 잃었고, 누구보다도 애정에 목마른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과 같이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그만한 애정을 주지 못했다. 그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상처를 덮어주는 것 정도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의지할 사람이 나 밖에 남지 않은 헤르타는 함께 살게된 지 3년째 되던 해부터 나에게 더 많은 '애정'을 요구해 왔다.

나는 처음에는 어떻게든 거부했지만 그럴수록 녀석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녀석이 자기 자신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날로 성숙하고 아름다움을 더해갔던 그 아이의 육체에 내 안의 수컷이 눈치도 없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 아이를 내 품에 안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애정'을 가장한 나의 '욕정'을 헤르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아이는 삶의 기쁨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 그 때의 내 마음을 녀석에게 말해주었지만,

녀석은 그것마저도 나의 사랑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오히려 나를 품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헤르타에게 어떻게든 나 보다 더 나은 사람,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그 바람을 셰자드가 이뤄 준 것이다.

헤르타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니, 갑자기 옛 생각이 나버려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있다가 또 시간이 흘러가고 말았다.

여관을 나온 우리는 헬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헬겐으로 향하는 동안에는 언덕길이 계속되었는데, 그 때 셰자드가 한 마디 한다.

셰자드: 여긴 정말이지 내 고향과는 완전히 딴판이야. 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산들도 그렇고, 숲도 엄청나게 울창하니 말이야.

그녀는 자기 고향인 해머펠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곳은 그야말로 황무지나 다름없는 모양이다.

셰자드: 미안해. 내가 말이 좀 많지?

라그닐드: 많아.

내가 던진 한 마디에 모두가 실소를 터뜨린다.

라그닐드: 그렇지만, 재미있어.

프레위디스: 맞아. 재미있어. 후훗...

그래. 확실히 그녀는 우리가 만난 이들 가운데 말이 좀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것들이 많으며, 모험심 강한 노르드인이라면 솔깃할 만한 이야기도 꽤 된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헬겐에 점점 더 가까워져갔다.

라그닐드: 저 문 너머가 헬겐이야. 시로딜과 연결되어 있는 국경지대이기도 하지.

셰자드: 이제 다 왔구만. 이제 울프릭 스톰클록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겠어.

목적지를 목전에 둔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헬겐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저건...

틀림없는...

'드래곤'이다!

그저 머나먼 옛날이야기로만 들었던 드래곤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놈은 끔찍한 소리로 울부짖으며 북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우리 선조들은 저렇게 날아다니는 놈들을 상대로 싸워왔던 것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드래곤을 목격하게 된 우리는 한동안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말 많던 셰자드는 정말로 충격적이었는지, 꽤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정신을 차린 나는 셰자드에게 말한다.

라그닐드: 이봐! 정신 차려! 마을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 해!

셰자드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셰자드: 이런 미친... 그래, 일단 마을로 가보자고.

황급히 헬겐에 들어간 우리들은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이 송두리째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끔찍한 참상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은 우리였지만 다시금 정신줄을 붙잡고 마을을 수색했다.

그러다 셰자드가 한 시체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셰자드가 발견한 것은 수첩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읽으려고 했다.

그러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인상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셰자드: 아이 싯팔, 글씨 존나 개판이네.

그렇게 수첩을 읽어 내려가던 셰자드가 말한다.

셰자드: 얘들아. 그래도 좋은 소식은 있다.

좋은 소식? 이 난리통에?

프레위디스: 뭔데? 무슨 일이야?

셰자드: 하필이면 오늘 스톰클록 반란군들을 처형하는 날이었는데, 저 드래곤 때문에 혼비백산해서는 제국군이고 뭐고 다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야. 그러니...

라그닐드: 족장 울프릭이... 탈출이라도 했다는 거야?

셰자드: 그렇게 볼 수 있겠지. 반란군들이 처형을 피해갔다고 하는 걸 보면, 족장은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지 않았겠어? 자기네한테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니.

세상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꺼져버린 스카이림 독립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셰자드: 족장 울프릭 스톰클록의 생사 여부는 윈드헬름으로 가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여기서 끝나지는 않았을테니 너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셰자드는 수첩을 챙기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셰자드: 일단 리버우드로 돌아가야겠는걸?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우리는 황급히 리버우드로 돌아가 마을 사람들에게 드래곤의 출현을 알렸다.

우리는 거더에게 드래곤 출현 소식을 먼저 알렸다.

그녀는 목재소를 운영하는 호드의 아내이자, 사실 상 이 마을의 촌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는 우리에게 화이트런의 발그루프 족장에게 주둔군을 요청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도로 화이트런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지금은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일단 길드에서 받은 의뢰의 보고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화이트런의 도시에 진입하고자 했을 때에는 이미 그쪽도 드래곤이 출현한 것을 파악한 듯, 우리를 들여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발그루프는 자기 영지의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둘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경비병을 설득해 도시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도시의 최상부에 외치한 궁전,

드래곤스리치로 향했다.

'드래곤의 종착지'라는 기묘한 이름을 가진 이 성채는 아마도 스카이림에서 가장 높게 지어진 성채일 것이다.

그렇게 드래곤스리치에 진입한 우리는 발그루프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그의 다크엘프 후스카를(Huskarl, Houescal), 이릴레스에게 막힌다.

이릴레스: 족장께서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했거늘, 이 무슨 무례인가?

그 때, 셰자드가 나서서 말한다.

셰자드: 헬겐에서 드래곤이 나타났소. 정확히 이쪽 방향으로 날아가길래, 알리기 위해 온 거요.

어째선지 그녀는 리버우드 이야기는 쏙 빼놓고,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했다.

그러자 이릴레스는 그녀를 족장의 앞에 데려갔다.

그리고 그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그녀의 보고를 듣는 모양이다.

그러자, 이릴레스가 리버우드의 주둔군 파견을 요청하고 나선다.

그때, 족장의 임페리얼 행정관 프로벤투스 아베니치는 팔크리스 홀드가 병력 파견을 군사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간언한다.

그러나... 역시 그는 듣던 대로의 사람이었다.

발그루프: 내 백성들과 영토를 유린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릴레스! 리버우드에 즉시 병력을 파견하게.

이릴레스: 알겠습니다, 족장님.

이 건이 일단락되자, 발그루프 족장은

 셰자드를 데리고 성채 한 쪽에 있는 방으로 그녀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녀를 따라 그 근처로 향했다.

발그루프: 파렌가, 자네의 드래곤 연구에 필요한 사람을 데려왔네. 그녀에게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게.

그리고 발그루프는 그 말을 끝내기 무섭게 자기 자리로 되돌아갔다.

파렌가. 화이트런 족장의 전속 마법사이며, 드래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몇 안되는 학자로...

이전에 길드를 통해 우리에게 드래곤 유적과 관련한 조사를 몇 차례 의뢰한 의뢰인이기도 하다. 다만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다.

파렌가: 아, 자네들이 그 전사들이로군. 일전엔 아주 크게 도움이 됐어. 그리고 자네...

셰자드: 그래, 필요한 게 뭐지?

파렌가: 저 친구들이라면 알겠지만, 난 드래곤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 그래서 말인데...

그는 얼마 전에 우리가 탐사하고 왔던 황량한 폭포 무덤을 지목하고는,

파렌가: 이곳, 황량한 폭포 무덤에 드래곤과 관련된 기록물이 존재한다고 하는군. 하지만 보시다시피 나는 연구를 해야 해서...

그러자, 셰자드는 묵직한 석판을 그 앞에 꺼내 들이밀며 말했다.

셰자드: 이게 당신이 찾는 거였으면 좋겠군. 마침 그쪽을 탐사하고 온 참이라서.

파렌가는 석판을 집어 들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파렌가: 그래! 바로 이거야! 이미 그곳에 다녀왔구만! 자네는... 족장께서 내게 떠밀었던 놈들하고는 전혀 다르군 그래! 하하하하...

그는 대단히 만족한 듯 하다.

셰자드: 그래서, 이 다음은 뭐지?

파렌가: 이 다음부터는 내 일이 시작되는 순간이지. 자네들이 해 준 일에 대한 보상은 족장님께 말씀 드리게.

그렇게 파렌가와 우리가 헤어지려고 했던 그 무렵...

족장의 후스카를이 황급히 달려와 파렌가를 불렀다.

이릴레스: 파렌가! 지금 즉시 올라오게! 드래곤이 발견된 모양이야!

그리고 이릴레스가 옆에 있던 셰자드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릴레스: 자네도 따라와야 할게야! 어서!

다급해 보이는 이릴레스와는 달리, 파렌가 저 인간은 뭔가 흥미로워 하는 듯 하다.

우리는 이릴레스를 따라, 드래곤스리치의 상층에 올라갔다. 그곳은 회의실로 쓰이는 공간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족장 발그루프는 병사에게서 보고를 듣고 있다. 발그루프는 병사의 보고를 듣고는, 셰자드에게 말했다.

발그루프: 자네 덕에 진일보를 이뤄냈네만, 그걸 축하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일이 생겼네. 자네도 들었겠지? 서부 감시탑에 드래곤이 나타났어. 이릴레스와 함께 그 드래곤을 토벌해주게.

셰자드: 우리가 드래곤에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발그루프: 바로 그걸 알아보기 위함일세. 놈들을 상대하면서 직접 알아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물론, 자네의 공적은 잊지 않고 있네. 내 프로벤투스를 시켜서 자네에게 토지 거래권과 보상금을 준비시켜 놓았으니, 내 부탁을 들어주게.

셰자드: 후... 알겠소.

발그루프: 명심하게. 이 임무의 목적은 놈과 죽음으로 맞서 싸우는 게 아닐세. 우리가 대적해야 할 상대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아내는 것이 목적일세. 알겠는가?

이릴레스: 알겠습니다, 족장님.

셰자드는 발그루프의 임무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표정이 썩 좋지는 못했다.

그리고 드래곤스리치를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셰자드는 드래곤스리치를 나서자, 깊은 한숨을 쉬더니,

헛웃음을 뱉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강인한 육체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셰자드: 에이 씨팔... 이거 어떡하냐...

그 때, 셰자드의 그 떨림을 감지한 헤르타가 말한다.

헤르타: 셰자드... 무서운 거야...?

셰자드는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한다.

셰자드: 응. 진짜 무서워.

그 때, 프레위디스가 끼어들었다.

프레위디스: 뭐야?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의외네?

라그닐드: 두려움은 냉정을 잃지 않게 한다는 것인가?

셰자드: 맞아. 두려움은 내가 그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지.

사실은 나도 두렵다. 반면 헤르타의 반응은 딴판이었다.

헤르타: 드래곤하고 싸우다가 죽으면... 소븐가르드에 갈 수 있어! 쇼어님의 전당에 갈 수 있다구!

셰자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말한다.

셰자드: 발그루프 족장이 말한 거 못들었어? 이건 죽음으로 맞서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그리고...

셰자드가 헤르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모두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셰자드: 지금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너희들과 헤어지는 거니까.

그 말을 들은 헤르타의 표정이 더 밝아지며, 셰자드의 품에 뛰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의중을 알고자 했다.

라그닐드: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셰자드는 자기 품에 안긴 헤르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셰자드: 뭐긴 뭐야? 발그루프의 말대로 하는거지. 우리 임무는 섬멸이 아니라 '위력정찰'이야.

라그닐드: 위력... 그게 무슨 소리야?

셰자드: 쉽게 말하자면... '간'을 보는 거야.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 가를 보고, 그 힘과 능력을 파악하는 거지.

라그닐드: 그렇군.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지?

셰자드: 너희는 내 뒤에만 있으면 돼.

우리는 드래곤이 출현했다는 화이트런의 서부 감시탑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자신보다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싸우되, 놈의 시선을 불필요하게 끌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우리는 이릴레스와 화이트런 병사들보다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감시탑에서 병사 한 명이 기어서 나와서는 우리에게 말한다.

화이트런 경비병: 물러서! 놈이 저쪽에 있어! 흐로키랑 토어가 방금 놈에게 죽었다고!

셰자드: 뭐라고?!

화이트런 경비병: 오, 카인이시여, 우리를 도우소서! 놈이 오고 있어!

그 자가 보고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저 하늘 너머에서 거대한 것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래곤이다!

하지만 우리가 헬겐에서 봤던, 그 끔찍하고 무시무시했던 검붉은 드래곤 보다는 몸집이 조금 작았다.

허나 놈은 드래곤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셰자드는 우리에게 낮은 자세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놈이 접근하는 것을 주시하던 그녀는 

먼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유목민은 날아가는 짐승도 화살로 맞힐 수 있다는 것인가...

프레위디스도 셰자드를 따라서 화살을 쏘고 있지만 녀석의 화살은 그곳까지 날아가지 못했다.

셰자드는 놈을 유인하기 위해 계속 화살을 쏘아댔다.

그리고 머지 않아...

놈이 바닥에 착지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무한정 하늘을 날 수는 없는 것 같다.

놈은 하늘에서 불길을 뿜기도 했지만 뿜어내는 방향이 다 보이는 탓에, 피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놈이 착지한 것을 파악한 셰자드는 놈에게 그 거대한 장대무기를 꺼내들고

놈의 목 부분을 베기 시작했다.

그 무기의 길다란 도끼날은 그녀가 휘두를 때마다 놈의 비늘 사이를 푹푹 파고들며 놈에게 타격을 확실하게 주고 있다.

셰자드: 좋아! 타격이 가고 있어! 라그닐드! 죽도록 패!

라그닐드: 좋았어!

나와 셰자드는 놈의 목덜미와 옆구리를 찍어댄다.

그리고 헤르타는 재빠르게 놈의 이곳저곳을 찌르고 베면서 약점을 찾는다.

놈은 나와 셰자드에게 공격을 받을 때마다 피를 흘리면서 고통스러워한다. 놈도 결국에는 짐승이라는 건가...?

그러다 놈이 셰자드를 물려고 하자, 셰자드는 그것을 기가 막히게 피한다.

셰자드: 아이고, 씨벌! 뒤질 뻔했네... 어이! 조심해!

놈은 날갯짓을 하더니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셰자드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놈을 뒤쫓는다.

놈은 감시탑 너머의 야지에 다시 착지한다.

그리고...

셰자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셰자드는 그 거대한 장대무기로 놈을 수차례 베어낸 뒤,

과감하게 놈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는

놈의 머리통을 몇 번이고 쪼갰다.

그리고 놈은 이상한 단말마를 내뱉으며 죽음을 맞이했다!

미르물니어: '도바킨'이라니... 안돼!!

우리가... 우리가 드래곤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셰자드의 마지막 일격에 놈이 쓰러지자, 모두는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그 때...

드래곤의 사체에서 밝은 빛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더니, 그 소용돌이가 셰자드에게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래곤의 사체는 뼈만 남은 채 완전히 증발해버렸다!

모두가 그 현상을 바라보며 넋을 잃은 가운데...

한 병사가 셰자드에게 접근하더니, 말을 건넨다.

화이트런 경비병: 아니 이런 세상에... 당신이 바로... '드래곤본'이군!

셰자드: 드래곤본?

고대 노르드의 전승 중에는 드래곤의 힘과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영웅, '드래곤본(Dragonborn)'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형제간의 피로 물든 싸움이 일어나고, 만물의 운명이 경각에 달할 때 나타난다는 그 영웅은

드래곤의 힘을 선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데... 다름 아닌 셰자드가 바로 그러한 존재라는 것이다!

셰자드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기에 아직까지는 어안이 벙벙한 듯 했지만, 이릴레스의 명에 따라 발그루프 족장에게 보고를 올리러 갔다.

그리고 우리가 성에 발을 들였을 때 즈음...

"도바킨!"

스카이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세계의 목젖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이건... 그레이비어드의 목소리다!

세계의 목젖 근처의 하이흐로스가라는 신전에 머물고 있는 그들은 평생을 드래곤의 힘을 숙달하는 데 바치는 은둔자들이다.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저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수천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발그루프 족장에게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때에도 족장은 이를 알고 있는 듯하며, 그것에 대해 셰자드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발그루프 족장은 그녀에게 이곳의 부동산을 매매할 수 있는 권리와 종사로서의 지위,

그리고 그녀를 위한 후스카를까지 붙여주며 그녀의 공로를 크게 치하했다.

보고를 마친 우리는 화이트런 성을 나왔다.

그런데 우리는 성을 나서자마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실감이 되면서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승리의 환희... 같은 무언가가 그제서야 우리 몸에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라그닐드: 하아... 얘들아, 일단 길드로 가자. 의뢰 보고해야 할 것도 있고, 그곳에서는 오래 쉴 수 있으니까.

그런데... 헤르타와 프레위디스의 상태는 나보다 더 심각했다.

헤르타: 하아...하아...하아... 헤헤헤...

프레위디스: 하아... 하아... 갑자기... 긴장이 풀려버려서...

라그닐드: 이런 젠장...! 셰자드!

다행히도 그녀는 아직까지는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모양이다.

셰자드: 그래... 길드로 가자. 바로 앞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우리는 길드 사무소에 들어가 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으로 보고하고, 지급받은 사례금으로 한번 더 길드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은 우리는 길드 내의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승리의 기쁨을 자축하며

발정난 짐승처럼 섹스를 즐겼다.

우리는 정말이지 끝도 없이 섹스했다.

이러다 우리 모두 임신해버리는 게 아닐까 두려워질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서 휴식하며 기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우리는 셰자드를 그레이비어드가 은둔하고 있는 그곳, 하이흐로스가가 있는 이바스테드로 보내기로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