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교전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온도는 차가웠고, 바람은 매서웠다. 그 감각에 눈꺼풀을 뜨면, 그곳은 그녀가 전혀 알지못하던 세계였다.







거칠게 가공한 목재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초라한 오두막의 안에서 그녀가 눈을 떴다.

그 오두막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커먼웰스로부터 내부의 사람을 보호해줄수조차 없는, 단촐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그녀, 'N4-1Va-K0'의 기준으로 보면, 건축물이라는 개념에 부합하지도 않는 부적절한 구조물.

그것은 그녀에게 익숙한 인스티튜트의 양식과는 계측할 수 없을만큼 동떨어진 더럽혀진 지표의 양식이었다.






느슨한 지붕을 뚫고, 겨울의 차가운 빗방울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필요이상으로 통풍이 좋은 오두막의 바깥으로는 강 하나를 끼고 드멀리 보이는 도시폐허가 외로히 그녀를 반겼다.

그러나, 커먼웰스는 결코 외로운 곳이 아니었고, 그녀 역시 혼자일 수 없었다.





강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는 기록으로만 접했던 슈퍼 뮤턴트와 기괴하게 생긴 돌연변이가 서로 교전중이었다.

서로에게 이득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만물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만인의 투쟁. 이성과 지성을 포기한채 약탈을 위한 본능과 서로를 죽이기 위한 기술만을 닦아온것을 증명하듯, 머리가 나빠보이는 슈퍼 뮤턴트 하나가 소형 핵폭탄을 터트리며 그 자리는 잠시나마 잠잠해졌다.


N4-1Va-K0 는 그것을 보고 이곳이 커먼웰스의 지표라는것을 간신히 눈치챌 수 있었다.


분명 그녀가 신스로 태어난 이상, 그 쓰임새와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한번쯤은 들려야 했을 커먼웰스.

그러나 그녀는 이곳에 오기전에 상부로부터 어떠한 임무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해서 자신이 이곳에서 깨어난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정말 다행히도, 그녀 자신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N4-1Va-K0는 스스로의 자체진단 기능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상태를 확인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상태는 최상. 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상황은 최악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GPS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한 N4-1Va-K0는 커먼웰스 남부에 속하는 지점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과거 미닛맨이 점거하고있던 더 캐슬에서 가까운 지역이지만, 그 미닛맨은 분명 지금 와해되어있을터.

과연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N4-1Va-K0는 스스로 판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인스티튜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알고있는대로라면, 인스티튜트는 CIT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인스티튜트와 직접 교신할 수 없었지만, 분명 이곳이라면 인스티튜트와 교신해서 자신을 회수해줄것이라고 생각했다.






N4-1Va-K0 는 이곳을 벗어나 CIT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녀에게는 이렇다할 소지품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전투용 신스에게 지급되는 레이저 라이플이 한자루 근처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어째서 이것이 전투용이 아닌 자신의 곁에 있는지 의아해했으나, 이내 그녀는 공간좌표이동중 사고가 발생해서 이러한 사태가 되었으리라고 추측했다.


인스티튜트는 인류의 희망이지만, 결코 실수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실수한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인스티튜트가 존재하며, 그를 위한 인류의 충실한 도구인 N4-1Va-K0는, 이러한 새로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어서빨리 인스티튜트로 돌아가고자 했다.






N4-1Va-K0는 GPS에 설정한 좌표대로 CIT 폐허를 향해 발을 옮겼다.

그러나 얼마 가지못해 그녀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윈넷 레스토랑의 근처에 닿았을때, 그녀는 후각기관을 찌르는 맹렬한 정보압을 느꼈다.

그러한 강렬한 냄새에 그녀의 프로세스는 잠시 과부화되었으나, 이내 그것이 피냄새라는것을 깨닫자 그녀는 곧바로 몸을 낮추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조심스럽게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수많은 생물의 살을 둥글게 뭉쳐 허공에 걸어놓은 끔찍한 덩어리가 있었다.

마치 미치광이 예술가의 예술작품이 아닐까 생각될정도로 전위적인 구조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그런 미친 괴짜살인마의 일탈이 아닌, 커먼웰스 곳곳에 산재한 돌연변이 괴물들이 만들어놓은 도시락통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것이 보인다는것은, 가까운곳에 그것을 만든 슈퍼뮤턴트 또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N4-1Va-K0는 조용하게 발을 뒤로 물렸다.

그녀는 분명 하루빨리 인스티튜트로 복귀하고자 했지만, 슈퍼뮤턴트의 둥지를 지나가면서까지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본래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신스가 아니며, 슈퍼뮤턴트와 직접 대치했을때 생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녀의 목적은 인스티튜트의 도구로서 인류에게 봉사하는것이지, 슈퍼뮤턴트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 또한 인스티튜트의 재산을 보존하기 위해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골목에서 이어진 사거리에 돌입했을때, N4-1Va-K0는 레이더와 마주하고 말았다.

앞에는 고깃덩이 도시락의 슈퍼뮤턴트, 뒤에는 사람걸이가 취미인 레이더.


정말 악취미적인 배치라고 밖에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슈퍼뮤턴트보다는 나았다.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둘중 한곳을 지나야한다면 분명 이쪽이 나았다.

N4-1Va-K0는 손에 든 레이저 라이플을 앞으로 겨누었다.





그녀는 전투용 신스가 아니었지만, 몸을 낮추면 피탄면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최대한 몸을 숙이고 레이더와 교전했으며, 다행스럽게도 흰색을 기조로 만들어진 신스의 유니폼은 눈밭에서 위장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더욱이 호재를 부르는지, 교전 도중 갑자기 난입한 마이얼럭 돌연변이가 레이더를 공격해서 N4-1Va-K0는 첫 전투를 큰 손상없이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한 명의 레이더가 남아있었다.

그 레이더는 꽤 노련한 솜씨를 가지고 있었는지, 건물의 외벽에 숨어서 N4-1Va-K0의 사격을 능숙하게 피하고 있었다.

분명 실탄병기라면 저정도의 얄팍한 나무판자는 관통해버렸겠지만, 안타깝게도 인스티튜트의 레이저 라이플은 물체를 관통하기위한 운동량을 가지지 않는 에너지 무기였다.

N4-1Va-K0는 그저 레이더가 고개를 내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길지않은 대치 끝에 레이더가 고개를 들고───









──── 신스 N4-1Va-K0, 개체 활동 능력에 치명적인 손상 발생.






폴크 오랫만에 하니까 졸라어렵네 시발

레이저 라이플이 구데기라 더 그런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