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울음과 함께 종려나무들을 길벗한, 그런 포근한 여름 저녁이야말로 오스티안으로 향한 길을 떠날 가장 좋은 시각이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더운 날씨가 만연하다. 가끔 날씨가 우중충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욱하고 축축한 안개가 해안을 몇 시간이나 덮는다.


오스티안은 네림 남방의 수도로서, 비단 최남단 항구도시라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다로 통하는 수문이 있는 운하와 인접해, 오스티안은 전 대륙으로 통하는 교역 중추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이 도시의 건축 양식은 지역의 고저차를 극복하고 널리 받아들여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장관을 이루는 건물은 바로 등대이다. 신전에 지어진 과시적인 거주지와 함께, 등대는 그 보루 위에 장엄하게 떠받들어지고 있다. 미완성의 등대는 도시의 지붕 위에 솓은 기념비처럼 서 있는데, 지난 몇 년동안 공사가 불안해진 탓에 그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바로 지금까지도 말이다. 네림의 건축술 대가, 니셰브 발로리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진작에 빛을 밝히며 수많은 교역선들을 팔 벌려 기다리는 도시의 품 속으로 이끌어야 했는데.


보루의 든든한 장벽 아래로는 거주지가 펼쳐져 있다. 간단한 외견을 특징짓는 요소들은 그 자재, 주로 나무와, 다닥다닥 붙여서 지은 배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숙련되지 않았다면, 집들을 연결하는 오솔길과 징검다리들은 미로가 되기 십상이다. 구조물들을 감싸는 절벽들 안으로는 도시의 거주민들이 파 놓은 창고용 동굴들이 있는데, 그 안에는 도시의 보급을 상당기간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물자가 쌓여 있다. 부둣가는 특히 해질녘을 노려 방문해봄직한데, 대양을 향한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말할 것 없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오스티안에도 역시 어둡고 생기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동쪽의 노동자 구역은 버려져 있다. 서로 연결된 건물들은 개보수 없이 천천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 구역은 대낮이라도 방문할만한 곳이 아니며, 그 집들 속에 무슨 종류의 하층민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적당한 불빛 아래 으스스하게 변할 수 있는 구역은 또 있다. 오래된 채석장 말이다. 이 장소 역시 노동자 구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어쨌거나 북쪽으로 향하면, 다시금 활기가 넘친다. 이 곳에 형성된 시장은 많은 주민들을 끌어모으는데, 성당이 있는 광장은 오스티안의 삶을 이루는 중요 지점이라고 해도 좋다. 낮동안의 활기는 저녁이 되면 선술집 안으로 이동하는데, 예를 들자면 선술집 "죄 많은 집단"이 사람들이 밤 늦게 마셔대는 가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도시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장소는 바로 경기장이다. 이 곳에서, 무모한 전사들이 생사를 걸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여기서는 심지어 야생 늑대 등 다른 야생 맹수들과 싸워 물리쳐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 노력의 대가로, 승자는 큰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종교로 말할 것 같으면, "창조주"에 대한 교단과 그 영향력이 오스티안의 거주민들의 믿음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신전에서는 온 도시와, 나아가 남방 전체의 정치적 권한을 쥐고 그의 심판을 철권 집행하고 있다. 수많은 사당과 치솟은 돌탑은 그 발치에 공물단을 두고 도시의 안팎을 둘러싼 채 건립되어 있다. 호기심에 찬 관광객들과 종교적 순례자들이 여기 이끌려 찾아오곤 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탐험의 열망에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신중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스티안에서 신중함이란 주의깊은 여행자의 최고의 동반자이다. 속 편한 목가적인 경험은 이 곳에서 찾기 힘든 것이므로.



출처: 엔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