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의 주인공에게 도바킨이라는 별명이 있듯, 전작의 주인공에겐 "카바치의 영웅"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제국, 나아가 탐리엘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준 인물이다.


특이한 건 보통 무언가 특별한 힘을 물려받았거나 (스카이림-도바킨), 신들의 선택을 받았다거나 (모로윈드-네라바인),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엘리트 (대거폴 - 에이전트) 출신이던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이쪽은 진짜 깜빵에서 썩다가 우연히 탈출하게 된 탈옥수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어떠한 배경이 없음.


그렇다면 이 양반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나아가 어쩌다가 이런 구국의 영웅이 이후 스카이림에선 광기의 데이드릭 군주 - 쉐오고라스로 변했는지 알아보자.


(각종 굵직한 퀘스트까지 언급하면 밑도 끝도 없을테니 메인퀘 위주로만 설명함)


0. 배경



(타이버 셉팀의 초상화)


노드와 제국의 영웅, 타이버 셉팀이 탐리엘 전역을 통일한 이후 시작된 3세기의 셉팀 왕조. 


그러나 황금기는 얼마 가지 않고 미치광이 폭군 펠레지우스 3세와 각종 역병, 기근을 겪으며 나라를 경제적으로 파탄낸 셉팀 2세, 무리한 침략 전쟁을 벌이다가 본인도 전사한 셉팀 5세 등의 무능한 리더쉽을 겪으면서 점차 속으로부터 썩어가던 제국은 그나마 대가리가 좀 멀쩡한 우리엘 셉팀 7세의 등극으로 잠깐의 평화로운 시기를 누린다.



하지만 그의 오른팔이자 강력한 마법사였던 Jagar Tharn이 10년 넘게 셉팀 7세를 감금시키고 대신 정권을 휘둘렀고, 간신히 다시 왕권을 회복했을땐 이미 우리엘 셉팀 7세는 과거 열정적이고 총명했던 왕이 아닌, 그저 늙고 병든, 머지않아 자신의 삶도 끝날거라고 모든 걸 내려놓은 노인에 가까웠다.


게다가 제국의 공격적인 확장 공세에 반발하는 탈모어 도미니언까지 점차 제국과 무력충돌이 잦아지던 그 혼돈의 시기에, 위태로운 등불처럼 힘겹게 버티던 제국의 숨통을 끊으려는 컬트 미씩 던이 정복의 데이드라 군주, 메이룬즈 데곤의 명을 받들고 엄청난 계획을 꾸미고 있었는데...


(메이룬즈 데곤. 정복의 군주 치고는 맨날 털리고 사는 입장이다.)



1. 죄수에서 자유인으로



결국 미씩 던이 본격적으로 황제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그 직후. 뭔 죄를 지은건지는 몰라도 깜빵에서 썩고 있던 주인공은 갑자기 들이닥친 제국의 최고 무력집단 블레이드 단원과 그들이 섬기는 늙고 병든 황제, 우리엘 셉팀 7세를 만나게 된다. 



위험하니 빨리 임페리얼 시티를 벗어나야 한다는 블레이드 단원들을 잠시 제재한 우리엘 7세는 죄수를 보더니 "너가 내 꿈에 나왔던 자로구나. 그렇다면 별들이 옳았어.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기며, 주인공의 독방에 감춰져 있던 비밀의 문을 연다.


그렇게 운 좋게 황제 일행이랑 같이 탈옥한 주인공은 결국 황제를 찾아낸 "미씩 던"의 암살자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블레이드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결국 황제는 목숨을 잃지만, 죽기 직전에 우리엘 7세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목걸이, "Amulet of Kings"를 넘겨주면서 셉팀 가문의 숨겨진 혈통을 찾아 미씩 던의 음모를 막아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아뮬렛 오즈 킹즈)



셉팀 황조는 사실상 우리엘 7세가 마지막인 걸로 알려져 있던 만큼 느닷없이 숨겨진 혈통이 있다는 말에 블레이드 단원들은 놀라지만, 어쨌거나 황제가 죄수를 신뢰한 만큼 그들도 죄수에게 무운을 빌며 하수구의 탈출로를 알려준다.



2. 셉팀 황조의 숨겨진 혈통을 찾기 위해 떠나다



(자프리)


그렇게 하루 아침에 자유의 몸이 된 주인공은 황제의 숨겨진 자손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서 블레이드 단원이 알려준 어느 수도원으로 향한다. 


거기서 만난 전 블레이드 단장이자 지금은 은퇴한 수도승인 자프리는 주인공에게 그 목걸이, Amulet of Kings는 먼 옛날 데이드라의 침략으로부터 제국을 지키기 위해 아카토쉬가 직접 하사한 보물이라며, 오직 셉팀 혈족의 피를 물려받은 자만이 그 목걸이에 숨겨진 힘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해준다.


(데이드라의 침공을 받기 전인 카바치)


그리고 황제의 숨겨진 자식이자 셉팀 황족의 마지막 생존자는 카바치에서 목사로 활동 중인 '마틴'이라며, 미씩 던이 그를 찾아내기 전에 그를 대피시켜달라는 퀘스트를 내준다.



3. 메이룬즈 데곤의 침략과 카바치의 멸망



하지만 메이룬즈 데곤과 미씩 던은 한발 더 빨랐다. 마틴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데곤이 직접 보낸 데이드라 대군이 오블리비언 게이트를 통해 우르르 쳐들어온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씩 던의 암살자들이 자프리의 수도원까지 기습해서 아뮬렛 오브 킹즈를 훔쳐간다. 


(황제의 옷을 입은 마틴 셉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직접 오블리비언 게이트에 뛰어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으로 데이드라의 침략을 저지 - 간발의 차이로 데이드라보다 앞서서 마틴을 구조하며, 이때부터 "카바치의 영웅"이라는 칭호로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아뮬렛 오브 킹즈를 되찾기 위해 자신을 깜빵에서 탈출하는데 도와준 블레이드 단원- 바우루스와 협력하여 미씩던 컬트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Baurus.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사망할수도 있다. 일부로 위험천만한 미씩던 잠입계획에 주인공을 뒤로 물리고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인배.)



4. 미씩던의 정체와 역습의 기회


(많은 이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겠다며 속인 미씩던의 지도자 Mankar Camoran. 많은 수의 미씩 던 대원들은 결국 자신들의 운명이 정복의 군주 - 메이룬즈 데곤의 지옥같은 영역에서 영원히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미씩던이 숭배하는 가르침이 적힌 서적들을 조사하여 그들의 모임 장소에 잠입, 도중에 들키긴 하지만 어쨌거나 미씩던의 지도자가 Mankar Camoran이라는 사실과 그가 Myterium Xarxes라는 마법책을 일종의 포탈로 쓰면서 도주하는 걸 밝혀낸 주인공.


(스카이림의 미씩던 박물관에도 등장하는 마도서, Xarxes의 한 페이지)

마틴은 이 마도서를 연구한 결과, Mankar Camoran이 도주한 미지의 땅으로 가기 위해선 디바인의 피, 데이드릭 유물 1개, 그리고 Great Welkynd Stone이라는 먼 옛날 멸망한 미지의 엘프 종족 에일리드가 남긴 유물을 찾아야한다고 한다.


데이드릭 유물은 아무 퀘스트나 클리어해서 보상으로 받은 걸 던져주면 끝. 웰킨드 돌맹이도 그냥 에일리드 유적을 클리어하면 끝. 하지만 실체도 없는 디바인의 '피'를 도대체 어떻게 얻을지 고민하던 마틴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린다.



5. 탈로스의 무덤을 파해치고 오블리비언 대침공에 맞서 싸우다.


(탈로스가 모셔진 묘지, 생크리 토르)


유일하게 모든 디바인 중에서 한때 인간으로 살았던 자, 노드들의 영웅이자 전 탐리엘을 제국의 깃발 아래 통일시킨 황제 탈로스 - 혹은 타이버 셉팀의 시신이 모셔진 무덤에서 그가 남긴 방어구에 묻은 혈흔을 얻어낸 주인공.


(오블리비언 게이트의 심장부에 위치한 시질 스톤. 스카이림의 용의 영혼과 비슷하게 주인공에게 특별한 힘을 준다.)


그리고 마틴은 이번엔 들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일부로 미씩 던이 또 한번 오블리비언 게이트를 열고 브루마라는 다른 도시를 침공하게끔 유도한다. 


여기서 마틴과 블레이드, 브루마의 경비들이 방어전을 펼치면서 어그로를 끄는 와중에 주인공은 게이트에 직접 뛰어들어서 오블리비언 게이트를 유지하는 힘의 원천 - Great Sigil Stone를 훔치고 브루마를 구한다.


그렇게 적들의 계획을 막아내고 모든 조각을 모은 마틴은 미씩던이 숨어있는 "위대한 천국"이라는 영역으로 통하는 포탈을 만든다.


이런 끔찍한 모양의 포탈을 타고 들어가면


미씩던의 추종자들이 약속받은 거짓의 천국, Paradise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인공이 여기서 미씩던의 마지막 군단과 그들의 지도자 카마론을 죽이고 탈출하는 것으로 미씩던은 사실상 멸망.



6. 메이룬즈 데곤의 침략과 마틴의 희생


(임페리얼 도시 사방에 오블리비언 게이트가 열리면서, 데이드릭 군주와 쏟아져 나오는 무한한 데이드라 군단에 맞서 싸우는 제국병들)


그러나 브루마에서 거둔 승리의 기쁨도 잠시.


추종자들의 실패에 분노한 메이룬즈 데곤은 직접 제국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본인이 직접 강림하며, 그 어떠한 힘도 데이드릭 군주 앞에선 무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틴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부여받은 황제의 의무 - 시민들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스스로 희생한다.



아뮬렛 오브 킹즈의 힘으로 아카토쉬의 화신인 용으로 변신한 마틴은 메이룬즈 데곤을 물리치고 다시금 오블리비언 저 너머로 격퇴하는데 성공하나, 한낮 필멸자의 몸으로 디바인의 힘을 휘두른 대가로 그 또한 목숨을 잃게된다.


비록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제국뿐만 아니라 필멸자들의 세계인 Nirn을 구해낸 업적으로 이때부터 주인공은 카바치의 영웅이 아닌, 시로딜의 챔피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7. 에일리드 문명의 마지막 생존자, 불멸의 우마릴을 막아내다.


이때부턴 DLC 스토리다. 


(불멸의 우마릴, 과거에 멸망한 고대 엘프 종족 에일리드의 최후의 생존자 중 하나로, 영원한 생명의 데이드릭 군주 메리디아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나인의 기사단 DLC에서 주인공은 과거에 사라진 걸로 알았던 어느 기사단의 도움으로 디바인들을 넌의 세계에서 몰아내려던 메리디아의 챔피언- 우마릴과 그의 추종자들을 무찌른다.



솔직히 스토리만 보면 딱히 별거 없는 DLC. 어쩌면 이때 힘이 너무 빠진 나머지 메리디아가 스카이림에선 네크로맨서 하나 못 쫓아내서 빌빌거리는 걸수도?



8. 쉬버링 아일즈와 주인공의 실종, 그리고 광기의 시작


마지막으로 알려진 주인공의 행보는 갑자기 제국의 변두리에서 열린 또 다른 오블리비언 게이트 - 광기의 군주 쉐오고라스가 지배하는 미지의 땅 쉬버링 아일즈로 향하는 관문이 열리면서 시작된다.


쉬버링 아일즈의 풍경


천만다행히도 메이룬즈 데곤과는 달리 관문에서 막 데이드라가 쏟아지진 않았지만, 그 안으로 향한 자들이 모두 실종되거나 완전 미쳐서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조사하러 떠난 주인공.


지갈렉과 그의 추종자


여기서 그는 모든 데이드릭 군주 중에서도 감히 겨룰자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강력한 적 - 질서의 군주 지갈렉이 쉬버링 아일즈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오블리비언에 등장하는 쉐오고라스. 그는 주인공을 자신의 챔피언으로 임명한 뒤 분열된 쉬버일 아일즈의 주민들을 통합하고, 나아가 지갈렉을 무찌르라는 퀘스트를 내준다.)


대체 왜 시로딜의 챔피언이 또 다른 데이드릭 군주를 돕기로 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그저 필멸자에 불과한 주인공이 지갈렉을 상대로 승산이 있을 턱이 없는 상황. 


그런데 사실 쉐오고라스의 정체가 "지갈렉의 힘을 질투한 다른 데이드릭 군주들의 저주로 인해서 그로부터 분열된 또 하나의 인격체, 또 하나의 '지갈렉'"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고, 결국 지갈렉이 강림하자 가짜에 불과했던 쉐오고라스는 감쪽같이 사라지자 쉬버링 아일즈는 진짜 멸망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하스칼, 광기의 땅에 사는 사람치고 머리가 비범할 정도로 좋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주인공이 쉐오고라스의 힘을 물려받는 것이라고 판단한 (전) 쉐오고라스의 오른팔이자 충실한 집사, 하스칼은 주인공을 사실상 새로운 쉐오고라스로 만들고 지갈렉과의 마지막 결전을 준비 - 주인공은 광기의 힘으로 지갈렉을 물리치지만, 지갈렉은 오히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또 하나의 인격체를 완전히 몰아내줘서 고맙다고, 주인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마치고 자신의 오블리비언 영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때 지갈렉이 주인공을 필멸자가 아닌, 불멸자와 필멸자 사이의 무언가라고 부르는 걸로 주인공이 이제 인간을 넘은 미지의 존재가 되었음이 사실상 확정된다.



즉 100% 확증은 아니지만, 마틴을 "아아, 내가 알던 친구였는데 용으로 변해버렸지"라고 언급한 스카이림의 쉐오고라스는 바로 전작의 주인공이자 한때 시로딜의 챔피언으로 불렸던 인물일 확률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