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의 전작, 오블리비언을 해본 유저면 알겠지만 시로딜은 어디까지나 임페리얼 종족 및 제국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숫자의 고대 엘프 유적들이 남아있다.

그 이유는? 또박힌이 탈모어 연회에 잠입해서 깽판치는 시점보다 무려 3천년 전, 시로딜은 엘프들의 도시였고 인류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노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렇게 잘나가던 엘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그들의 몰락을 누가 불러왔는지 알아보자.

0. 서서히 망가지고 있던 고대 엘프 -Ayleids



어느 제국이든 영원할수는 없는 법. 오랫동안 탐리엘 전역을 지배하던 에일리드 엘프들은 그들의 반기에 저항한 스카이림의 노드에게 대패하여 북쪽 지방을 통채로 내주고 만다.

가장 우월한 종족들인 자신들의 쪽팔린 패퇴에 분개한 여러 에일리드의 강력한 가문들은 "그 따위로 할거면 내가 왕권을 잡겠다"라며 서로 내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엘프들이 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노드들의 왕 헤럴드를 보면서 스카이림이 아닌, 시로딜 전역에서 엘프를 몰아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어느 여인이 등장한다.

컴패니언의 영웅이자 엘프들의 학살자, 이스그래머의 13번째 후손이였던 해럴드 제왕
윈드헬름의 벽엔 지금도 그를 기념하는 비석이 박혀있다.



1. 성 알레시아 - 노예의 여왕


제국의 수도, 임페리얼 시티에 위치한 어느 여인의 조각상. (면상림(시그마)에도 있다).
그녀의 정체가 바로 헤럴드의 뒤를 따라 반란을 일으킨 여인, 성 알레시아(Saint Alessia)다.

반란을 꿈꿨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알레시아에게 당시엔 엘프보단 인간들에게 훨씬 더 우호적이였던 신, 카인 (키나레스)는 알레시아에게 그녀가 걸어야할 미래를 보여주며 디바인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 - 모리하우스를 부하로 쓰라고 보내준다. 


모리하우스 (Morihaus) - 기록에 의하면 그는 알레시아와 사랑에 빠졌다고.

또한 키나레스는 앞으로 벌어질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인류의 '무력'을 담당했던 전설적인 성기사, 펠라닐 화이트테이커를 알레시아에게 소개해준다.


2. 반란의 시작


탐리엘의 관우, 여포에 준하는 어마무시한 똥파워를 자랑했다던 펠라닐은 성기사 주제에 무슨 둠가이 마냥 모든 엘프를 반으로 찢어죽이겠다며 보이는 에일리드마다 죄다 대가리를 깨버렸다.

나중엔 에일리드들이 쫄아서 탐리엘 밖으로 도망가자 씨를 말리겠답시고 쫓아갔는데, 하필 이때 엘스웨어 지방으로 잘못가는 바람에 엘프들이 아닌 카짓을 마주친 것이 인류와 캐짓의 첫 만남이였다.


여담으로 캐짓의 귀를 보고 "이새끼들도 엘프구나!"라고 짐작한 펠리넬은 수 천의 카짓 군사, 시민들을 모조리 학살한 뒤에야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시로딜로 돌아갔다고 한다.

분명 인류의 승리에 큰 공을 세우긴 했지만, 날이 갈수록 복수심 서린 광기에 사로잡히는 펠리넬은 알레시아 조차 여러 번 키나레스의 힘을 빌려서 겨우 진정시켰을 정도로 잔인하고 흉포해지고 있었다.

반면 이러다간 시로딜은 물론 엘프 종족이 아예 역사에서 사라지겠다 싶었던 에일리드의 왕, 우마릴은 고심 끝에 생명의 데이드릭 군주 - 메리디아와 계약을 맺는다.


3. 펠리넬의 전사와 인류의 승리


메리디아의 축복을 받은 우마릴은 잔머리를 굴려서 펠리넬을 함정에 빠트린 뒤, 그가 매우 약해졌을때 비겁하게 1대1을 신청한다.
하지만 펠리넬은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지나치게 강했고, 메리디아의 권능 조차 무색하게 100% 풀컨디션으로 싸운 우마릴은 간신히 그와 동귀어진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우마릴은 이미 메리디아에게 영혼을 바친 존재. 그의 영혼은 메리디아의 품으로 돌아가 수 천년 후에 다시 한번 시로딜에 강림할 준비를 하고, 펠라닐은 성령이 되어 우마릴의 재침략을 막고자 선택받은 영웅에게 그의 힘을 빌려준다. (실제로 우마릴과 펠리넬 모두 2천년 이후 오블리비언의 DLC에 등장한다.)

그 와중에 비록 펠리넬이 전사했음에도 확실하게 승기를 거머쥔 알레시아는 스카이림의 노드들과 연합하여 그토록 꿈에 그리던 탐리엘의 해방을 달성한다.


4. 공존의 시대, 그리고 알레시아의 죽음


(알레시아의 영혼가 아카토쉬의 힘이 담겨있었던 Amulet of Kings)

노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지략이 대단했던 알레시아는 정치질도 매우 능숙했다고 한다.

아직 분노에 가득한 인간들을 진정시키고, 탈모어나 우드 엘프 등 다른 엘프들이 섬기는 신들 또한 디바인으로 인정하면서 양 종족간의 화해를 유도했다. 그리고 이때 '로칸'이라는 어느 신을 제외한 에잇 디바인이 최종적으로 확립되면서 수 천년간 탐리엘 전역에서 따르는 메이저 종교로 발전한다.

그리고 먼 세월이 지나 늙고 병들어 죽음을 앞둔 알레시아는 마지막으로 시간의 신, 아카토쉬와 한 가지 계약을 한다. 그녀의 영혼을 소울젬에 가둬 저 목걸이, Amulet of Kings에 담기로. 그녀의 영혼을 대가로 미래의 인류에게 크나큰 재앙이 닥친다면 아카토쉬가 힘을 빌려주기로.



이런 알레시아의 혜안 덕분에 2천년이 지나고 데이드릭 군주 메이룬즈 데곤이 침략했던 오블리비언 대재앙 당시


그녀의 마지막 직계 후손이였던 마틴 셉팀이 저 아뮬렛 오브 킹즈를 부수고 아카토쉬의 힘을 받아 데곤과 함께 장렬하게 산화하며 제국의 멸망을 막을 수 있었다.


(마틴 셉팀. 오블리비언의 주인공과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쯤 제국이고 뭐고 탐리엘 전역이 메이룬즈 데곤에게 정복당했을수도)


일개 노예로 태어나 인류의 수호자가 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알레시아는 3천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마지막 혈육과 함께 성령이 되어 아카토쉬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여담으로 일부 팬들은 이거 딱봐도 잔다르크 오마쥬 한거 아니냐고, 토드가 페그오 해본 거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