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마. 마력공급이 뭔지 알아?"


나는 트레이너실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렸다.


마력공급이란 어느 고전 유명 에로게에서 유래한 은어로 우마뾰이를 뜻한다. 물론 마법을 좋아하는 스윕이라면 그렇고 그런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의 마력공급을 묻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거 아니잖아. 지금 이 녀석 틀림없이 우마뾰이를 물어보는 거잖아...!'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당장 어제 내 업무용 노트북을 스윕이 쓰도록 두고 혼자 외출했었는데,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때마침 트레이너실에서 에어 그루브에게 끌려나가는 스윕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고 들어가서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브라우저를 열자 에어 그루브가 들이닥치기 직전 스윕이 급하게 닫았는지 비정상적으로 종료된 페이지를 복원하겠냐는 창이 떴고, 나는 예를 눌렀는데...


야한 만화 사이트가 떴다.


사역마... 서번트... 마력공급. 그렇구나. 스윕의 투명 취향. 비밀 같지도 않은 비밀을 확인하고 얼른 페이지를 닫았다.


이제 와서 이 일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트레이너실에서 당당하게 보다가 걸린 게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귀여운 실수니까. 그러나 이 녀석이 이미 알 건 다 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나는 안 그래도 사역마 컨셉 플레이까지 충실히 이행해 주고 있는데 알 거 다 아는 녀석이 이런 걸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고?


'안다고 하면 어떻게 아냐면서 변태 사역마라고 매도할 거고, 모른다고 하면 그것도 모르냐고 비웃겠지? 가불기에 걸렸다. 피곤하네.'


어차피 스윕을 기싸움으로 이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스윕이 날 놀리고 싶어 한다면 순순히 놀림을 받는 편이 낫다.


"마력공급? 몰라."


"헤에~ 스위피의 사역마가 되어서 그런 것도 모르다니. 하여간에 손이 많이 가는 사역마네. 모른다면 내가 특별히 직접 몸으로 알려 줄 수도 있는데?"


"아니! 사실은 알아!"


스윕 녀석 오늘따라 미친 건가? 혹시 모를 일이 벌어져서 타즈나 씨한테 연행되기 전에 원천차단해야겠다.


"알긴 뭘 알아! 너 사실은 나한테 마법 수업 받는 게 귀찮아서 거짓말하는 거지!"


"아니거든? 그러는 너야말로 나중에 타즈나 씨가 알게 되면 어쩌려고 몸으로 알려주겠다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거 위험하다고!"


"흐응...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진짜로 뭘 알긴 아는 모양이네. 좋아..."


그러나 뜻밖에도 스윕은 화를 내기는커녕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성큼성큼 나아가 트레이너실 문을 잠갔다.


"저기 스윕? 문을 왜 잠그는 걸까?"


스윕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너 바보야? 자기가 말해 놓고도 몰라? 타즈나 씨가 알면 안 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아니 그러니까 그걸 알면서 잠근다고?!"


스윕도 슬슬 발끈했는지 빽 소리쳤다.


"아 진짜! 이 바보 바보 바보야!! 지금 주인님이 너한테 마력공급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거잖아! 넌 사역마니까 당연히 협조해야지! 진짜 바보 아니야? 몇 번을 말하게 할 거야?!"


"아니! 바로 그게 문제라고! 나한테 마력공급을 받고 싶다는 그 생각 자체가 문제라니까?!"


실랑이 끝에 씩씩대는 숨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침묵. 나는 문득 위기를 감지했다. 내 원래 의도대로라면 스윕이 이쯤에서 화가 나서 문을 박차고 나가던지 아니면 되도 않는 떼를 쓰기 시작하던지 해야 했다. 그러면 우마뾰이는 일단 뒷전이 되고 스윕을 달래 주는 식으로 수습할 수 있게 되는데...


스윕의 눈에 물기가 돌았다.


"사역마... 나랑 하는 게... 싫어?"


스윕의 트레이너가 된 후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스윕을 보면서 내가 혹시 고삐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스윕이 아무리 생떼를 쓰고 성가시게 굴어도 그게 오히려 내가 고삐를 잘 잡고 있다는 증거였는데. 진짜로 고삐를 놓친 상황이란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말한다. 패턴에서 벗어난 반응에 나도 슬슬 당혹감을 숨기기가 어려워졌다.


"아니, 싫은 게 아니라... 우리의 관계상 위험하고 부적절하니까..."


뱉는 순간에도 어물거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스윕이 일갈하며 말끝을 칼같이 잘랐다.


"뭐가 부적절한데? 어차피 다른 애들도 다들 말로만 그러면서 사실은 하고 있다고 그랬단 말이야! 타즈나 씨도 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라고! 은퇴하기 전에 다들 트레이너랑 한 번씩은 해 본다고 그랬단 말이야!!"


"그런 얘기는 누구한테 들은 걸까?!"


"알려줄 것 같아? 스위피를 바보로 알아? 괘씸한 사역마는 내가 먼저 타즈나 씨한테 일러바쳐야지. 주인 말을 안 듣는 사역마는 진짜로 부적절하게 만들어서 트레센에서 내쫓을 거야! 빨간 딱지 붙여 버릴 거라고!"


"잠깐만? 아까는 눈 가리고 아웅할 거라더니 앞뒤가 안 맞잖아! 그리고 우마뾰이를 안 해 주면 트레이너를 갈겠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몰라!! 사역마는 바보야! 내가 하고 싶은데 안 해 주는 트레이너 따위 나도 필요 없어!!"


막무가내가 따로 없었다. 더 헛소리가 나오기 전에 이 미친 짓거리를 그만두어야 했다. 나도 믿고 싶지 않은 타즈나 씨의 암묵적인 방관은 일단 제쳐두고, 정공법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잠깐만, 스윕... 수업 시간에 성교육은 제대로 받은 거지? 받았다면 알겠지만 아무리 피임을 잘 해도 우리가 건강하다면 임신이 될 가능성은 결코 0이 아니야... 그리고 네가 임신하면 우리는 더 이상 레이스를 할 수 없게 되겠지? 레이스의 마법을 걸기 위해 마력공급이 필요한데 정작 마력공급을 했다간 레이스를 못 뛰게 될 수도 있다니 이건 주객전도가 아닐까?"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이미 주절거리는 수준이라 절반쯤 뱉고 나서 벌써 망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장광설을 주절대는 사이 스윕은 몇 번 훌쩍거리는 소리를 냈고 다 듣고 나서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


"너... 진짜 바보야?"


"뭐?"


이윽고 고개를 든 스윕의 눈가는 새빨갰고 얼굴도 그에 못지않게 물들어 있었다.


"레이스의 마법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실력으로 거는 거야. 남의 힘을 빌려서는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네 마력공급 따위... 피, 피... 필, 필요 없다고. 그러니까 너는, 그냥... 나, 나랑..."


말하다가 도로 고개를 푹 숙인 스윕이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아—!! 이...! 바보 사역마—!!"


내 가슴을 들이받았다.


아마 진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마무스메가 진심으로 들이받았다면 갈비뼈가 작살이 났을 테니까. 이번에는 그냥 뒤로 나가떨어지는 정도로 끝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내 다리를 스윕이 마구 발로 찼다.


"아—!! 왜 이렇게까지 말해 줘도 못 알아먹는데?! 직접 말하게 해야 해?! 넌 진짜 최악이야! 필요 없어! 너 같은 사역마 필요 없으니까 지금 당장 나가!!"


발길질이 점점 약해지다가 이내 멈추었다. 내가 그녀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는 구겨진 마녀 모자를 한 손으로 꼭 쥐고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한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여전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양 손으로 스윕의 그 주먹을 붙잡았다.


"......!"


거부당한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는 몸. 그러나 손이 맞닿자 꼬리털이 반사적으로 내 다리를 휘감으려는 것처럼 다가오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아래로 뻗었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숨소리가 거칠다. 그러나 내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잡았던 손을 천천히 풀며 나는 말했다.


"미안해. 스윕.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


"잘 모르면서 떼 쓰는 거라고 생각했고..."


"......시끄러워."


흔들리는 꼬리가 다가올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떨리다가 다리에 살짝 닿는 정도로 멈췄다. 아직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스윕. 애매하게 고개를 든 채로 우물거리다가 겨우 내뱉었다.


"진짜로... 해 줄 거야?"


"응. 하지만 콘돔이..."


스윕이 홱 고개를 들었다. 뺨에 붙은 물자국이 상기된 혈색 위로 그림을 그려 놓고 있었다. 내가 잘 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가 물었다.


"하아... 너 진짜 바보 맞지?"


아니? 겨우 인정하고 뾰이 해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바보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나는 그녀가 어느새 내게 익숙한 패턴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특히 바로 이 뒤의 일 때문에.


뒤돌아 선 스윕이 제 옷을 시원스레 내렸다. 꼬리 올리기. 뒤를 돌아본 스윕이 조금 부끄러운 듯 구멍에다 손가락을 대고 벌리며 중얼거렸다.


"임신 안 하는 구멍도... 여기 있잖아."




스위삐 뒷보지 개쑤시면서 앞보지 분수절정시키고싶다 ㄹㅇ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