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산 모음집】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97789


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던 장마가 끝날 무렵. 맑은 날에는 매미가 울고 눈 앞으로 다가온 문월(음력 7월)이 찾아왔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네이처, 다녀올게."



현관에서 가죽 구두로 갈아 신고 있는 사랑스러운 남편의 뒷모습. 신혼 무렵... 아니, 아직 그가 담당 트레이너였을 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



"아, 잠깐만요."



그런 그를 불러 세웠다.



결혼한 지 몇 년. 20대 신입 트레이너였던 그도 어느새 30대 중견 트레이너가 되어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변함없이 그 옆모습은 넋을 잃게 된다.



"응?"



그는 구두를 한쪽만 신은 채 뒤돌아보았다.



"잊은 거 없어요~?"



현관 옆 거울에는 그의 낡은 와이셔츠만을 입은 나의 모습... 목덜미에는 그의 독점욕의 붉은 표시가 붙어 있다.



"어? 뭔가 깜빡했나..."



신발을 벗고 다시 나의 옆에 있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젯밤과는 달리 온화한 어조의 그. ....그런 상냥한 모습도 좋아하지만, 가끔 보여주는 남자로서의 면모는...지금도 두근거린다.



"응. 잊은 거."



뒤돌아본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살짝 까지발을 들며 얼굴을 들이댔다.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어요."



그도 알아챈 것 같아... 기뻐...♡ 



"그렇지...?"



살짝 얼굴을 맞대고... 조용히 입술을 포갰다.



남자다운 굵은 목에 팔을 두르자 그도 내 허리에 손을 두르고 안아주었다.



"응...♡"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달콤한 목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음... 미안해, 네이처. 까맣게 잊고 있었네."



"후훗... 착한 네이처 씨가 용서해줄게요...♡"



지금은 거울을 보고 싶지 않다... 분명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을 하고 있을 테니까.



"고마워."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는 그.



그런 그가 웃겨서... 둘이서 웃고 말았다.



"미안해,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



"생각?"



열심히 일하는 그니까, 분명 담당 우마무스메를 말하는 것이겠지.



"응. 곧 여름 합숙인데, 담당하고 있는 아이의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하고 있었어."



"아... 그렇군요."



그의 담당 우마무스메. 딱 한 번이지만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재능 있고... 예쁜데 성격도 사랑스러운 좋은 아이였어.



...같은 여자로서 조금 질투가 날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응. 네이처와는 적성이 다르고 단거리가 특기인 아이야. 오랜만에 전속이라 좀 잘 안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고 보니 내가 은퇴한 후에는 전속이 아니라 팀 트레이너였지.



"그래요... 그렇다고는 해도 팀에 단거리인 아이도 있었잖아요?"



"응. 하지만 전속이니까 팀보다 더 구체적인 트레이닝 메뉴를 짤 수 있으니까... 신선하고 재밌어."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 나도 몇 번이나 그 미소에 기운을 얻었다.



분명 지금의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명히 그 아이도 당신을 믿고 있을 테니까... 열심히 트레이닝시켜 줘요?"



"물론이지. 네이처 못지않은... 전설로 만들어줄 거야."



"정말? 네이처 씨를 이길 수 있을까~?"



"하하하. 네가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 키운 사람이 누구였을까?"



"후후... 알아요♪"



갑자기 대화가 끊기고 다시 시선이 얽혔다.



"하지만... 역시 나의 최고는... 네이처밖에 없어."



"아...♡"



아... 안 돼... 또 키스하고 싶어...



"음..."



"응...♡"



그런 나를 알아챘는지 그는 다시 입술을 포개어주었다...



"하아..."



...그리고, 어째서인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 왜 그래요?"



뭔가 잘못했나...?



"네이처를 떠나고 싶지 않아..."



그는 나를 꼭 껴안았다.



"정말... 응석받이라니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거울에 비친 한심한 모습의 여자는 칠칠치 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후..."



두 번째 빨래를 다 널어놓은 오전 10시,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맑아서 아침 뉴스 프로그램이 말한 대로 세탁하기 좋은 날씨다.



그래서 시트나 베갯잇 등의 침구류도 한꺼번에 세탁했다... 어제는 조금 시트에 얼룩이 많이 생겨서 마침 좋았다.



자, 이 다음에는 침실 청소와... 그가 햄버그를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재료를 사러 가자.



"..."



어젯밤 저녁 식사 때를 떠올린다.



나는 내가 만든 저녁을 먹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옛날부터 엄마를 도와주면서 요리는 잘하게 되었지만, 역시 그가 기쁘게 먹어주니 만드는 보람이 있다.



"에헤헤...♡"



그런 그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뺨이 느슨해진다.



동기들 중에 당시 담당 트레이너와 결혼한 아이가 몇 명 있는데, 다들 나처럼 알콩달콩한 부부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불안해질 때도 있다.



나는 졸업한 후에 그와 사귀기 시작했지만, 트레센 학원의 학생일 때 트레이너와 사귀는 아이는 몇 명이나 있었다.



그는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



트레센 학원에는 나보다 더 예쁜 아이들도 많고, 나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는 굉장히 상냥하고 의지가 되고, 외모도 좋다. 옛날에는 쿨하고 상쾌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어른의 색기도 있는, 그야말로 좋은 남자! 라는 느낌이다.



항상 왼손 약지에 플래티넘 링을 끼고 있지만... 그의 마음을 빼앗을 정도로 매력적인 아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나보다 어리고... 귀엽고... 밝은 아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안 돼! 내가 믿지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



어두워지려던 생각을 떨쳐냈다.



그의 아내는 나. 그를 가장 사랑하는 것도 나. 사랑스러운 그를 빼앗는 도둑고양이에게 절대 주지 않을 거니까.



"..."



...후배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TV나 볼까."



소파에 걸터앉아 TV의 전원을 켰다.



내용은... 아무래도 드라마 같다.



➰♪』



무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화면 속에서는 젊은 여자와 댄디한 남자가 농후하게 얽혀 있었다.



"우와..."



막 사귀었을 때라면 새빨개졌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와서 부끄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하지만... 조금이지만 어젯밤의 그가 떠오른다.



30살이 넘으면 남자는 기운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에게 그런 기색은 없다.



무리를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본 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정말 건강한 것 같다.



"에헤헤...♡"



나도 모르게 뺨이 느슨해져 버렸다.



다시 화면을 바라보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



조금 전의 댄디한 남자와 조금 전의 러브신과는 다른 여자가 격렬하게 다투고 있다.



"이건 뭐야..."



나는 프로그램표를 확인하고 내용을 살펴봤다.



그 드라마의 제목은... 『3년째의 농후한 배신』



...불륜을 주제로 한 아침 드라마였다.



"...!"



급히 뉴스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렸다.



『전 아이돌의 불륜 파문...』



"...!"



이번에는 연예인의 불륜 소동이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TV 전원을 껐다.



"...쇼핑하러 가야겠다."



안 좋은 상상만 부풀어 오른다.



밖에 나가면 기분도 풀리겠지.



"아..."



거울에 비친 우마무스메는 헐렁한 실내복 차림이었다.



"역시 옷을 갈아입어야겠지..."



적당한 사복을 고르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맨발로 복도를 걷다 보니 발바닥이 습기로 인해 바닥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눅눅해..."



이 습기로 인해 머리카락이 퍼진다.



뭐... 이맘때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침실로 들어가니 새벽까지 에어컨을 틀어놓은 덕분인지 조금은 괜찮았다.



심하게 흐트러진 침대에서 눈을 돌리면서 옷장에서 적당한 사복을 찾아냈다.



"응...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너무 촌스럽지도 않은 패션.



이런 나라도 전 G1 우마무스메. 게다가... 아내가 허름한 평상복 차림으로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상점가에 퍼지면... 그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자, 쇼핑하러 갈까, 라는 생각이 들던 그 순간... 침실 벽에 걸린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



자외선 차단 유리 안에 장식되어 있는 것은... 조금은 투박한 종이 트로피.



진짜 트로피도 소중하지만... 나에겐 무엇보다도 소중한 트로피다.



"트레이너 씨..."



나도 모르게 옛날 호칭으로 불러버렸다.



...괜찮아. 왜냐면... 내가 최고라고 말해줬으니까.



내가 그를 가장 믿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



"...좋아, 갈까~"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현관문을 열었다.






=====






오늘은 7월 1일.



그는 잠시 여름 합숙을 떠난다. 



어떻게든 함께 갈 수 없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어떤 방안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네이처."



커다란 트렁크 케이스를 들고 있는 그.



그 짐을 보니 당분간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응..."



불안한 것은 없다.



어젯밤에도 내가 최고라고 몇 번이나 말했으니까.



그러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네이처."



어느새 그가 눈 앞에 서 있었다.



이미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을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 왜요? ...한동안 네이처 씨를 만날 수 없어서 외로워졌나요~?"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그런 것도 있지만..."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오는 그.



"어? 어...? 힉!?"



쿵... 하고 어깨를 붙잡힌 채로 벽에 밀쳐졌다.



"아... 여보...?



남자다운... 밤의 얼굴을 슬쩍 보여주는 그.



"나보다... 귀여운 아내가 외로워 보였으니까..."



"힛...!"



귀에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



안 돼...



항상... 이 목소리에 녹아내려 버려...



"여보...♡"



"네이처... 음..."



"응...♡"



혀와 혀가 얽히는 진한 키스.



방금 전의 불안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츄... 응... 이제 괜찮을지도...♡"



"다행이네... 돌아오면 내가 더 못 참을 것 같으니까... 각오하고 있어?"



"...!"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언제나처럼 나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좋아.... 그럼, 다녀올게."



"응. 잘 다녀와요."



나는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물론 현관 앞까지다. 오늘도 그의 낡은 와이셔츠만 입고 있다.



거울에 비친 이 모습으로 밖에 나가면 여러모로 소란스러워지겠지.



"...괜찮아."



괜찮아... 분명, 괜찮을 거야...






=====






"..."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22시 30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끝나고 저녁 뉴스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있다.



"내일도 비가 오네..."



내가 사는 지역은 내일도 비가 온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합숙소는 맑을까?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며 전국 일기예보를 살펴보았다.



"어? 저쪽은 맑구나~ 다행이네."



일단 한시름 놓았다.



모처럼 바다에 가는 거니까 맑은 게 좋지.



그래야 그도, 후배도 트레이닝이 잘 될 테니까... 그리고 여름 축제까지.



"..."



그러고 보니... 요즘 본오도리에 나가지 않았네...



아직 아이도 없고, 여름에는 그가 합숙을 하느라 없는 경우가 많아서 도저히 혼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여름 축제 행사는 거의 안 가고 있다.



"본오도리..."



떠오르는 것은 여름 합숙 때 참가했던 본오도리 대회.



그저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참가했는데, 그 대회에서 우승하고 말았다. 그것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트레이너 씨 귀여웠지...



"..."



또 옛 호칭으로 불러버렸다.



"지금쯤...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여름 합숙은 우마무스메도 힘들지만, 트레이너들도 힘들다.



아마 지금쯤이면 이미 꿈속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몇 명은 합숙소를 담당 트레이너와 함께 빠져나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에... 어쩌면 그도...



"그, 그만해! 그럴 리가 없잖아!"



그가 그럴 리가...



그라면...



"..."



하지만 만약 지금 담당 아이가 고민하고 있다면? 진지한 상담을 위해 단둘이 있게 된다면?



..상냥한 그라면 분명 친절하게 상담에 응해줄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남녀의 관계를 가질 리가 없지만.



...분명 아니다... 틀림없다.



"...자자."



실제로 보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더 이상 고민해도 소용없다. 오늘은 이제 자자.



"여보..."



심플한 액자에 담긴 웃는 그의 모습과 나의 모습. 이건... 신혼여행 때의 사진이다.



"보고싶어..."



소파에 누워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






『다녀왔어.』



오, 어서 와요, ...음, 여보...?



『자, 소개할게.』



그 아이는...?



『전에 얘기했지? 지금 담당.』



...그 사랑스럽던 아이... 응...



『그래. 너보다 스타일도 좋고, 너와 달리 밝고 긍정적인 아이야.』



나... 나와는 다르게...



『미안해, 네이처.』



어...?



『너랑은 이제 안 될 것 같아.』



네, 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나쁜 건 전부 고칠게요....



가지마요...



...제발, 혼자 두지 마세요...



『...무거워.』



어...?



『그런 무겁고 축축한 면이 싫다고.』



그, 그런...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무리야.』



시, 싫어... 가지마요...



『뭐, 그렇게 말한다면...』



어...?



『일단... 거기서 보고 있어.』



무, 무슨 말이에요...?



『음... 그러면 안 돼... 아직 다른 사람이 앞에 있는데? 다음에는 둘이서만... 응?』



키스... 했어...



『응? 별거 아니잖아?』



...하지만.



『그렇게 싫으면... 지금부터 이 아이랑 침실로 갈 거니까, 이야기는 그 후에 들을게... 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 아하하... 꿈... 꿈이지...?



『꿈? 무슨 소리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싫어, 싫어...!



거짓말이야... 이런 건... 거짓말...



『미안해, 네이처. 지금 나의 최고는...』



싫어... 말하지 마요...



『이제 네이처가 아니야.』






=====






"...!"



벌떡 일어났다.



"하아... 하아... 하아..."



불이 켜져 있는 거실.



에어컨 덕분에 쾌적한 온도일 텐데, 땀 때문에 셔츠가 피부에 달라붙어 있다.



"하아... 하아... 꿈...? 꿈이지...?"



몽롱한 머리로 집 안을 어지럽게 헤맨다.



"여보...? 있어요...?"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침실 문.



무서워... 무서워...



...문을 열면, 벌거벗은 그가 거기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아닌 다른 우마무스메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그가 있을 것 같아서.



"...!"



각오를 다지고 문을 열자... 그곳에는 무더운 어둠의 침실이 펼쳐져 있었다.



"하아... 하아... 다행이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 아하하... 나는... 그냥 꿈인데 왜..."



일어설 수 없다... 완전히 허리가 풀려버렸다.



"아하하... 하하... 흑... 으으..."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합숙에 보냈는데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



그 악몽 때문일까?



...분명 그럴 것이다.



"아..."



문득, 침실 입구에 놓여 있는 빨래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빨래를 한꺼번에 넣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



나는 슬금슬금 기어가듯 빨래 바구니에 다가가 그 안에서 그의 잠옷을 꺼냈다.



"응..."



꼭 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진한 그의 냄새가 남아있다



이런 모습... 아주 아니지만 그에게는 보여줄 수 없어...



그날은... 그대로 잠들었다.






=====






그 악몽 이후, 나는 매일 밤 그와 영상통화를 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통화를 하고, 그의 얼굴을 보면서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느 순간 악몽이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 때문에 쇼핑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밤에 그와 핸즈프리로 통화하면서 차를 몰고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교외의 슈퍼마켓에 쇼핑을 하러 나간다.



"하아..."



악몽에 휘둘릴 줄이야... 나 대체 왜 이러지?



하지만... 그런 나날도 드디어 끝이 난다.



내일부터는 9월. 내일 밤에는 그가 돌아온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밝아진다.



자, 오늘은 남은 음식이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만들어 주자.



"후훗..."



웃으며 밥을 맛있게 먹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요리를 만든다.



그가 기뻐했으면 좋겠다.



그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



하지만 동시에 불안해진다.



곧 돌아올 텐데, 만약에... 그 꿈처럼 담당을 데리고 돌아오면 어떡하지...



나랑은 이제 끝났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럴 리가 없잖아."



방금 도착한 메시지에는 다른 사람이 보면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로 달콤한 말들이 줄줄이 적혀 있다.



메시지를 바라보며 웃고 있던... 그때였다.



"아!"



현관 앞에서 열쇠와 열쇠가 부딪히는 가벼운 금속 소리가 들렸다.



이건... 그가 가방에서 집 열쇠를 꺼내는 소리다.



돌아왔다...!



기다리던 순간.



그리고... 조금은 두려웠던 순간.



"..."



불을 끄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자 실린더에 열쇠가 꽂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 왔어, 네이처."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의 그가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읏...!"



나도 모르게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어이... 쿠, 좋아... 미안해, 외롭게 해서."



그의 손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뇨... 괜찮아요. 제대로 돌아왔으니까요.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마음껏 껴안고 있다.



"...그래."



그런 나를 .... 그는 그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음...?"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그것은... 냄새.



내가 아닌... 우마무스메의 냄새.



...알고 있다. 트레이너인 이상 다른 아이들을 자주 접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네이처?"



"...자, 더웠죠? 목욕 준비했으니까 들어가세요."



"그래... 같이 들어갈래?"



"그, 그건..."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녁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 그의 몸을 보면... 분명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식사 준비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다음에 해도 될까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대신..."



"아..."



다시 한 번 그에게 안겼다.



"네이처... 음..."



"응...♡"



부드럽게 겹쳐진 입술.



기쁘다... 기쁘다...



...그래야 하는데.



"...음? 네이처? 괜찮아? 싫었어?"



"어...?"



왠지 모르게 걱정스러운 표정의 그.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나, 울고 있었어...?



"아, 정말... 너무 기뻐서 울어버렸어요. 정말... 사랑받고 있네요, 서방님♪"



최대한 밝게 행동했다.



...그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그럼 다행이지만..."



그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빨리 목욕이나 하러 가요."



"으, 으응..."



석연치 않은 듯한 그를 욕실에 밀어 넣고 나도 부엌으로 돌아갔다.



"하아..."



그에게 키스를 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애의 냄새도 강하게 느껴져서... 악몽이 떠올라 엄청 괴로웠다.



"...안 돼."



모처럼 그가 돌아왔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르고 요리에 집중했다.






=====






"오! 오늘은 더 화려하네!"



목욕을 마친 그가 설레는 표정으로 식기를 들고 왔다.



"그렇죠~? 네이처 씨, 열심히 했거든요."



기쁘다....



그가 기뻐해줘서 기쁘다...



그런데도... 악몽이 머릿속에 박혀서...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네이처."



"왜요... 꺄앗!?"



갑자기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고마워, 정말 기뻐."



"저, 정말... 놀랐잖아요."



"미안해,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기쁘다... 정말... 기쁘다.



"자, 식기 전에 빨리 먹어요."



"응. 모처럼의 네이처 손맛을 만끽해볼까?"



"후훗..."



그 후, 맛있게 밥을 먹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역시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꿈속의 그와 현실의 그가 겹쳐서... 함께 있기 힘들다.



...오늘은 이만 자자.



분명 내일은 밝은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일 수 있겠지.



"...잘 먹었어요. 저, 목욕하고 올 테니까 설거지 그릇은 물에 담가둬요, 알았죠?"



"내가 해둘 테니까 신경 쓰지 마. 네이처도 피곤하지? 편하게 있어."



"...고마워요, 그럼... 부탁할게요."



...그를 진심으로 웃으며 바라볼 수 없는 그런 나 자신이 싫어진다.



괴로운 마음을 안고 욕실에 들어갔지만, 기분이 풀리지 않은 채로 목욕을 끝냈다.



머리를 말리고, 양치질도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쳤다.



"...끔찍한 표정이네."



누가 봐도 기분 나빠 보이는 어두운 표정.



모처럼 그가 있는데 왜 이런 표정밖에 지을 수 없는 걸까.



거울 앞에서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짓고 다시 거실로 향했다.



"어서 와, 네이처."



부엌에 서 있는 그. 나와 같은 옷차림으로... 여름인데도 크리스마스 색 잠옷 차림이다.



이미 설거지를 끝낸 후 찬장에 정리하는 중이었다.



"정리해줘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오늘은 먼저 잘게요."



"어? 응... 잘 자..."



"안녕히 주무세요..."



미안해요... 내일은 분명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미안해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침실로 향하고,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벽 쪽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은 그도 나와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이다.



자만일지도 모르지만, 그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이기심 때문에 쌀쌀맞은 태도를 취해버렸다.



"미안해요... 히끅..."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네이처."



"...!?"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등 뒤에서 힘껏 껴안았다.



"중요한 말을 잊고 있었어... 피곤할 텐데, 이것만은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무, 무슨 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엄청나게 불안해져 버렸다.



설마... 정말... 그 악몽처럼...



"네이처... 사랑해."



"아..."



고작 여섯 글자의 단어.



그 한 마디만으로... 내 마음의 어둠이 걷히는 것 같았다.



"꼭... 너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어."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내 마음에... 그의 냄새가 가득 채워진다.



"네이처... 무슨 일 있었어?"



"어...?"



"그래도... 트레센 학원에서는 너의 전속 트레이너였잖아? 게다가... 지금은 영원히 네 전담 남편이라는 담당이 되었어. 네가 뭔가 고민하고 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어."



"그건..."



아... 역시 그에게는 숨길 수 없는 걸까.



그리고... 그는 역시 내가 가장 원하는 말을 해준다.



"꿈을... 꿨어요."



"꿈?"



나는... 띄엄띄엄 최근 있었던 일들을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악몽이었어요."



지금이라면 그렇게 단언할 수 있다.



"어떤 꿈이었는데?"



"당신이... 저를 버리고 지금 담당하고 있는 아이와 키스하는 꿈."



"뭣..."



그의 말문이 막혔다.



"미안해요...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래도... 그 꿈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시트에 얼룩을 늘려간다.



"알면서도... 당신이 저를 가장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눈물도 말도... 멈추지 않는다.



"당신이... 제가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고 말했을 때... 발밑에서 땅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이제... 이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진 것 같았어요..."



그는... 그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으으... 하지만 내일은 분명 괜찮을 거에요. 내일은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갈 테니까... 미안해요..."



"...네이처."



그가 내 귀에 대고 말을 끊어내듯 말을 이어갔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어...?"



"네이처... 네가 뭐라고 말하든, 내 최고는 너밖에 없어."



"아..."



"네가 자신만만하게 내가 최고라고 퍼뜨려도 상점가 사람들은 분명 비웃지 않을 거야."



"어...?"



"그보다 나는 네가 없는 곳에서 네이처가 내 부동의 1착이야! 라고 말하고 다녔으니까."



"차, 창피하니까 그만해요...!"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나서 사랑받고 있구나, 네이처짱~ 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그런 거였어...



"아냐, 그만두지 않아. 네이처가 내 최고라는 것을... 네 세상의 상식이 될 때까지 계속 말할 거야."



"그런..."



위험해... 히죽거리는 입꼬리가 다시 돌아가지 않아.



"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좋아. 예쁜 눈동자가 좋아. 요리를 잘하는 것도 좋아. 밝고 상냥한 점도 좋아."



"아, 알았어요! 알았으니까요!"



방금 전의 어두운 마음은 그의 애정 앞에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아니, 안 멈출 거야. 은퇴하고도 기초 트레이닝을 멈추지 않는 성실한 모습이 좋아.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나를 계속 좋아해 주는 널... 사랑해."



"아..."



안 돼... 난 이제 이 사람과 떨어질 수 없어.



"...그런데도."



"어?"



갑자기 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 왜 그래요...? 힉!?"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너는 내 사랑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네."



"그건..."



아니... 그 악몽이 그 증거다.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안을 안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보...?"



그는 내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드럽지 않은 말을 속삭였다.



"...네이처가 나밖에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 줄게..."



그날 밤... 하늘이 밝아질 때까지 그의 애정을 계속 머릿속에 새겼다.






=====






"으응..."



천천히 눈을 떴다.



이미 밖은 밝다... 몇 시쯤일까?



"아..."



눈을 뜨자 바로 눈 앞에 사랑하는 그의 잠든 얼굴이 보였다.



"후후...♡"



귀여운 얼굴... 평소 근엄한 표정과는 또 다른 매력.



"..."



탄탄한 그의 팔뚝에 시선이 꽂힌다.



...잡고 싶어.



그러고 보니 그가 돌아와서 몇 번이고 몸을 겹쳤지만, 손은 잡지 않았다.



"잠깐만이라도..."



조심조심 손을 내밀자...



"주저할 필요 없어."



"꺄앗!?"



꽉 잡힌 나의 손.



순식간에 손가락이 얽히며 움켜쥐어졌다.



"정말... 일어났으면 말해줘요."



"미안해. 꾸물꾸물 움직이는 네이처가 귀여워서..."



"정말... 후훗."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 그런 모습이 조금 귀엽다.



"저기... 여보."



"응?"



분명... 지금이라면 기분 좋게 이 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제일... 당신을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가장 사랑해요...♡"








= 끗 =


담당의 독점력은 결혼을 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마무스메들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아이를 원하는 것은 자신만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독점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