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움..." 


아그네스 타키온이 입을 오물거리며 무언가 연신 말하려는 듯 소리를 낸다. 


"말을 해. 타키온." 


연신 자신이 안겨있는 트레이너의 등을 두드려대며 불만스러운 듯 강하게 목덜미를 빨아대던 타키온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하아... 모르모트군은 나와 몇년을 같이 지냈는데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건가?" 


타키온의 입을 모르모트의 목덜미에서 입을 떼자 침방울이 도르르르 흘러내려가 모르모트의 옷을 적신다. 


"억지 부리지마. 무슨 지시던 간에 우물거리면서 내 등을 두드려대는걸로 알 리가 없잖아?" 


"모.르.스. 부호일세! 단지 두드리기만 한다니. 모르모트가 아니라 햄스터인가? 모르모트 군은." 


"시끄러워. 애초에 이렇게 앉아야만 연구할 수 있다는 것도 말도 안되잖아. 네가 드라큘라야?" 


최근 들어 점점 강도를 에스컬레이터하기 시작한 타키온의 실험은 그 내용 뿐만 아니라 방법도 일선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요즘의 당연한 방법론이라며 타키온이 시행하기 시작한 연구법은 앉아있는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무릎 위에 앉아, 안겨있는 동시에 심적 안정을 위해 트레이너의 목덜미를 살짝 물고 가끔은 빨며 진행하는 해괴한 방법이었다. 


껌과 같은 원리라며 이제는 트레이너의 무릎 위에 앉지 않으면 연구는 물론 연습을 포함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불합리한 파업을 선언한 타키온 탓에, 이제 지나가는 우마무스메들 조차 타키온의 냄새가 가득한 트레이너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키스마크처럼 남아서 어디가서 옷도 못 벗어." 


"에?" 


키스를.. 하는 것이라고는 아마 타키온은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라고 덧붙였지만, 타키온의 귀에 더 중요하게 들린 부분은 따로 있었다. 


"자, 자, 잠깐... 모,모, 모르모트군...?" 


"왜?" 


"자네가 옷을 벗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나 이외의 누군가의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데! 우마무스메... 아니 그럴리 없지, 인간인가? 인간인가?! 인간은 대체로 인간뾰이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여도 나 자신의 연구와 매력을 측정한 실험을 바탕으로 페로몬에 절여놓았을텐데 역시 남성은 후각보다 시각에 우선한다는 연구결과를 무시한..!" 


"지, 진정해! 타키온. 그런 의미로 옷을 벗는다니.. 나는 아무도 그런 상대도 없는걸." 


자기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트레이너를 독점하는 것에는 병적인 분노가 치솟아오르는지, 겹쳐서 앉은 상태에서 다리와 팔을 버둥거리며 마구 난동을 부린다. 

덕분에 당황한 트레이너는 작은 체구의 타키온이 떨어질라 몸으로 꼭 안은 상태였다. 


"...없어?" 

"...없어." 

"아-... 아. 누가 뭐라고 했나? 상관없어. 그런건. 하.하.하." 


그리고 해명을 듣자마자 방금 전이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오히려 꽉 끌어안으면 아프다며 풀썩 트레이너의 품에서 나와 옷을 탁탁 턴다. 


"슬슬 점심시간인데, 먹여주겠나? 식당에서는 자네가 젓가락으로 먹여준다고 해도, 지금은 입이 아니면 안 먹을걸세. 쓰러지면 무조건 모르모트군 책임이니." 


당연스레 자신의 건강을 무기삼아 터무니없는 요구를 이어간다. 


"...아니. 너 젓가락질 나보다 잘 하잖아." 


"하?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가? 나는 그런 것 할 줄 모르는데. 모르모트군이 할줄 모른다면 가르쳐줄 수는 있지만." 


기가 막히는 소리다. 트레이너는 이제 더 이상의 어리광을 받아줄 마음이 떨어졌다. 어제도 트레이너 회식에 여자가 있는걸 알고 억지로 마취시킨 것부터, 오늘도 하루종일 사무일도 못 보게 타키온을 안아줬다. 


인간보다 약간 체온이 높은 우마무스메 특유의 따뜻함 탓에 겨울에조차 땀띠마저 생길 지경이니, 짜증이 날 법도 했다. 


"...안돼. 타키온은 혼자 살아." 

"싫어. 싫어! 이 아그네스 타키온은 해주지 않으면 못한단 말일세!" 

"할 수 있잖아! 나랑 페어가 되기 전에는 잘 했으면서." 

"그럼 페어하지 말지 그랬나!" 


팔을 빙빙 돌리며 기싸움하던 타키온은 실수로 금구를 뱉어버렸다. 아차하며 자신의 입을 가리지만, 트레이너는 이럴 때 무섭다. 


"...누, 눈이 무섭네 모르모트군..?" 


구석으로 타키온을 몰아 양쪽 어깨를 다부진 손으로 꽉 잡는다. 발힘만큼은 특급인 우마무스메도 강한 체격의 남성에게 어깨를 잡히면 탈출하기 어렵다. 


"왜 요즘 부쩍 응석이 늘어나는거야?" 


"...조금, 그... 있지 않는가." 


아그네스 타키온이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곤 뺨을 붉혀왔다. 항상 당당하던 그녀가 처음 보여주는 모습에 트레이너조차 움찔 뒤로 물러날 것만 같다. 


"그...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길러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게..." 


"응?" 


"모르모트군만 기다리고, 자네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감이... 생각보다 흥분.. 된단 말일세." 


타키온의 빨간 얼굴은 어느새 타키온의 옷 소매 사이로 감추어진 후였다. 


최근 우마무스메들이 트레이너를 피하던 것은 단지 평범한 타키온 냄새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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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은 타키온의 그냥 야한 취미 

3편은 타키온의 많이 야한 취미 

4편은 여기 못 올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