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주소 : https://www.pixiv.net/artworks/98124003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131837


맥퀸 :   https://arca.live/b/umamusume/55161535 

고루시 :   https://arca.live/b/umamusume/55246907 


부회장님 귀엽지 나도 좋아해




〇월 ✕일 맑음. 꽃 : 아직 발아하지 않음

트레센 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학생회에 가입하고 나서부터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회 활동에 후배들로부터의 상담 요청, 취미인 화단 가꾸기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물론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생각따윈 추호도 없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전화로 슬슬 트윙클 시리즈에 나가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여기 입학하고 나서부터, 수업이나 자율적으로 트레이닝은 하고 있지만

아직 데뷔는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동기 중 대부분은 이미 출주를 하고 있다.

무의미하게 초조함을 느끼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 학원에 입학한 목적은 위대한 어머니가 승리했던 오크스에서

딸인 나 역시 승리하기 위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트리플 티아라를 획득해 어머니를 뛰어넘는 것.

무엇보다 후진 양성에 전념하는 것.

슬슬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〇월 ▼일 흐림. 꽃 : 아직 발아하지 않음

그로부터 며칠 뒤, 트레이너를 모집한다는 뜻을 내비치자 무수한 요청이 쇄도해 왔다.

학원 내외로 명성이 높은 숙련된 트레이너, 레이스나 우마무스메 데이터량 No.1 트레이너, 열혈 트레이너...

솔직히, 정확히 나를 지도해주면서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상관 없다.

그렇게 생각해 일단 숙련된 트레이너의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트레이닝은 당일부터 시작됐다.

소위 무난한 트레이닝이라 딱히 별 생각은 안 든다.



〇월 △일 비. 꽃 : 아직 발아하지 않음

오늘은 스즈카와 병주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나와 스즈카는 학년은 다르지만 동시기 데뷔를 눈앞에 둔, 좋은 라이벌이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먼저 골 라인을 통과하게 됐다.

역시 병주 트레이닝은 충실감이 다르다.

그 다음에는 후배들에게 지도를 실시, 학생회 업무의 잡무를 처리.

무엇 하나 바뀌지 않는 평온한 하루가 될 것... 이라고 생각했다.



상동 비. 꽃 : 아직 발아하지 않음

아무래도 담당 트레이너와 회장님이 나 때문에 서로 다툰 듯하다.

들어보니 내가 학생회 업무나 사적인 지도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을 트레이너가 독단으로 나에게서 빼앗으려 한다는 얘기였다.

그녀가 상기한 시간들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단언하자, 그녀를 향한 내 관점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더 이상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돼 계약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이 학원에 나와 뜻을 함께 해줄 자는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자

한 신인 트레이너가 스카웃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 왔다.

이 얘기는 어디서 듣고 온 건지, 이미 내가 프리라는 점을 알고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 신인 트레이너라면 아직 사고방식이 굳어 있지도 않고, 뭣보다 독단으로는 뭘 행동하려고 하지도 않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게 있어서는 딱 좋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네놈은 트레이닝만 생각해라, 라고 주지시키면서

일단 내일 트레이닝 메뉴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〇월 ※일 흐림. : 꽃 : 발아

다음날, 약속대로 대략적인 트레이닝 메뉴를 가지고 트레이너가 찾아왔다.

내용 면에서는 합격점이라고 할까.

이렇다 하고 특출나게 좋은 점은 없지만, 뭐 수행할 만한 능력은 있다.

담당 트레이너가 될 것을 인정하고, 다시 한 번 트레이닝만 신경쓰라고 주지시켜줬다.

그리고, '여제'라는 내 별명에 걸맞는 결과는 승리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전달했다.

미덥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지만, 애당초 이 쪽도 완전히 의지할 생각은 없다.



✕월 〇일 맑음. 꽃 : 변화 없음

오늘은 내 데뷔전이 있는 날이다.

준비도 철저히 해 뒀고, 트레이닝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목 차이로 2착.

설마 패배할 줄이야, 꼴불견도 정도가 있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결과는 결과.

이제 와서 한탄해봤자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후에는 레이스를 치른 뒤라 원래는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지만,

트레이닝 메뉴의 개선을 위해 미팅을 진행하고자 놈과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이 자식도 지난번 트레이너와 마찬가지로 학생회의 집무나 후배에 대한 지도를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뭐 그렇다면 계약 위반으로서 계약을 파기할 뿐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여제로 군림해 보이겠어.



✕월 ☆일 맑음. 꽃 : 성장이 늦어지다

오늘은 메지로 도베르의 트레이닝을 보는 날이다.

처음엔 데뷔전에서 꼴사납게 패배한 주제에 주제넘는 조언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관계 없었다.

도베르는 남성을 싫어한다.

물론 이 학원의 트레이너 중에는 여성도 있지만, 남성에 비해 그 수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도베르는 어쩔 수 없이 남성 교관에게 지도를 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고전하고 있는 듯하다.

나로서는 아직 역부족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가 학원생활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면 조언을 아낄 수는 없지.

오후에는 안뜰을 거닐고 있다가 멍하니 있는 스즈카와 만났다.

스즈카 왈, 트레이닝 코스의 정비상태 불량으로 달릴 수 없게 돼, 뭘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미 학생회가 대응해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전해줬다.

그러자 찌푸려져 있던 얼굴이 펴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코스로 달려나갔다.

그녀도 도베르와는 다른 방향으로 입학 당시 꽤나 고전하고 있었다.

탐욕스럽게 승리를 추구하며 달려나가는 모습, 그리고 원체 말이 없는 것도 있었겠지.

지금은 스즈카를 존경해 함께 트레이닝을 할 것을 부탁하는 우마무스메도 적지 않다.

모두가 학원에서 자신답게 있을 수 있도록 나 역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 여제로서.



✕월 ▢일 맑음. 꽃 : 줄기를 뻗다

뭔가 내가 할 일을 새치기당하기 시작했다.

한 학생으로부터는 자주 트레이닝 메뉴를 함께 생각하거나,

그리고 또 어느 학생회 임원으로부터 자료 정리를 돕게 되거나.

그 정체는 물론 녀석, 신인 트레이너다.

무슨 생각인 건지, 트레이닝 이외의 쓸데없는 짓은 자신이 맡겠다 뭐 이런 건가.

이를 추궁하자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자신도 소중하게 여기고 싶어서

그것을 도와주는 것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점은 자신을 좀 더 의지해 달라는 것인가, 그런 건 좀 더 믿음직해진 다음에 입 밖으로 꺼내줬으면 하는데.

하지만...

'큰 뜻을 향해 끊임없이 함께 길을 걷는, 신뢰할 수 있는 지팡이'

인가...



✕월 ☆일 맑음. 꽃 :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다

오늘은 지난 번의 설욕을 위한 미승리전이다.

녀석이 이것저것 도와줬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트레이닝에 충실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몸 상태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해 볼만 하다.

결과는

5마신차를 벌린 1착.

오늘 레이스로 많은 사람들의 눈에 확실히 새겨졌겠지.

비견할 바 없는 여제, 에어 그루브의 전설의 막이 열렸다는 것을!



✕월 △일 맑음. 꽃 : 잎사귀가 늘어나다

조금 마음이 걸리긴 하지만 녀석에게 꽃을 돌보는 일을 맡기기 위해 녀석을 불러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하는 게 없었다.

씨를 뿌린 뒤 덮는 흙의 양조차 부족하다.

거기다가 뭣보다 하나하나가 조잡해서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

어찌저찌 작업을 끝내가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의외로, 녀석의 얼굴에는 '꽃을 좋아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꽃은 공을 들여, 마음을 다해주면 훌륭하게 성장해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리고 성장한 꽃은 열매를 맺고 씨앗을 남겨, 다음 세대에 희망을 이어준다.

그야말로 나라는 씨앗을 피워준, 터프를 질주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장절한 경합 끝에, 어머니는 오크스를 승리해 명실상부 최강의 여왕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부르르 떨며, 강하게 동경했다.

무엇보다도 나도 어머니도 마찬가질, 뒷세대의 동경이 되는 존재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위해 그저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학원이라는 토양을 정비하는 것 역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신뢰할 수 있겠다고 말하자, 트레이너는 더욱 자신을 믿어달라고 콧대를 높였다.

그런 건 내 신뢰를 더 얻고 나서 말하시지!



✕월 〇일 맑음. 꽃 : 꽃봉오리가 돋아나다.

우선 오우카상.

트리플 티아라를 달성하기 위해 질 수 없는 싸움이다.

어머니는 3착이었지만, 나는 반드시 그것을 뛰어넘어 보이겠어.

뒷세대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초석이 되어 보이겠어.

그래, 여제로서 말이야!


결과는 1착.

당연한 결과였지만 녀석은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었다.

너무 들떠 있다고 가볍게 꾸짖자, 한 눈에 침울해진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기뻐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는데, 절도를 지키란 말이다.



▼월 ☆일 맑음. 꽃 :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하다

오크스가 1주일 뒤로 다가왔다.

여기까지 올 때까지 본의 아니게 녀석으로부터 몇 번씩 신세를 졌다.

후배에게 댄스를 지도하고 있을 때, 실수로 상처를 입었을 때는 내 몸을 걱정하며 쉬라고 제언했다.

처음에는 반발하기도 했지만, 그게... 녀석의 마음이 전해져서 나도 쉬기로 했다.

휴일에는 갑자기 불려나와, 어머니의 날을 위해 카네이션을 나눠주고 있을 때도 내가 자기 일을 너무 뒷전으로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염려해 주었다.

확실히 마지막 남은 한 송이를 양보해 주었지만 그거면 됐다.

나는 오크스의 트로피를 어머니에게 보낼 생각이니까.

그리고 녀석이 뭔가 호들갑을 떨며 기색을 살펴주기 때문에 눈치챈 부분도 있다...

훗, 얼마 전의 나한테 말해봤자 결코 납득하지 못하겠지.




☆월 △일 맑음. 꽃 : 꽃봉오리가 열리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어머니가 제패했던 오크스가 왔다.

세간은 내가 승리해 어머니에 이어 여왕에 등극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곳에서 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혼자서는 여왕이 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어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결과는 1착.

세간에서는 새로운 여왕이 탄생했다는 환희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그리고 나는 어머니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마지막 슈카상에서 이겨서 트리플 티아라를 달성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겠어.

뒷세대에게, 그리고 녀석에게...



◎월 ☆일 쾌청. 꽃 : 3할 정도 피어나다

오늘은 여름 합숙에 왔다.

합숙에서는 발밑이 제대로 밟히지 않는 모래사장 위를 달림으로써,

체력과 체간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회에게는 트레이닝 말고도 하나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밤의 여름축제 순찰이었다.

학원을 떠나, 환경이 크게 바뀐 탓인지 도를 지나치는 학생들도 많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을 지키는 것 또한 학생회의 역할이다.

녀석에게 그렇게 말하며 트레이닝을 마무리짓자고 하자, 녀석은 여기에 따라가겠다고 대답했다.

별로 상관은 없지만, 놀이가 아니라 일이라고 주지시키자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군.


몇 시간 뒤, 여름 축제를 순찰하고 있자 뭔가 사줄까, 하고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놀이가 아니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 못난 놈!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자, 뭔가 우마무스메와 카메라를 든 남자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뭔가를 느꼈는지 녀석이 먼저 말리려 가려 해서 이를 제지하고 내가 말리러 갔다.

그리고 지극히 온건히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녀석은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나.

이전의 나라면 카메라맨의 태도에 격분했었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냉정하게 주위를 살피며 최선의 선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네놈 덕이 큰 건지도 모르겠다.


대략적인 순찰을 하고 있자 어느새 교대 시간이 되었다.

슬슬 이대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

어디선가 불꽃놀이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평소의 답례를 겸해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장소로 데려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나는 여름 밤축제의 분위기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불꽃놀이도 사람의 손을 빌려 피어날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하자

너라면, 불꽃이라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녀석이 말했다.

훗, 하늘에 꽃을... 말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언제가는 반드시...

그런 내 옆모습을 보고 녀석은 "예쁘다"라고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거기서 네놈이 얼굴을 붉히면 나도 부끄러워지지 않나!

더 못 배기고 숙소로 돌아가려 하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신고 있던 힐이 날아가버렸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 때 힐을 신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네놈의 눈동자에, 난 어떻게 비치고 있나?"

대답에 따라서는 지금까지의 우호적인 관계를 한 번에 망가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질문을 했다.

녀석은 "넌 이상적인 여제야"라고 대답했다.

훗, 그런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상적인 여제로 남아야겠군.

그리고 네놈이 꽃으로 훌륭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성장시켜 보이겠어.

마음 속으로부터 그렇게 다짐했다.



※월 ✕일 흐림. 꽃 : 8할 정도 피어나다

트리플 티아라 중 마지막인 슈카상.

오늘은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도베르도 보러 와주었다.

남성을 싫어하는 도베르도, 나와 자주 있는 트레이너에게는 마음을 연 듯 참으로 우호적이었다.

후배가 조금이라도 혐오를 극복할 수 있게 돼 견딜 수 없이 기뻤다.

안 되지 안 돼, 지금은 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해.

출주마는 모두 강적들이다, 흐트러진 마음가짐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단독 1번 인기.

트리플 티아라 모두 1번 인기, 모두 1착으로 따내 보이겠어.


결과는 1착.

목표였던 트리플 티아라를 달성한 것과 동시에, 모두에게 길을 보여줄 수 있었다.

트레이너는 울고 있었다.

정말이지... 승리한 본인보다 먼저 울면 쓰나.

그래도 뭐 좋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틀림없이 녀석, 그래, 트레이너의 덕분이니까.



§월 ☆일 흐림. 꽃 : 8할 정도 피어나다

슈카상이 끝나고 잠시 쉬기로 했다.

나는 나대로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학생화 활동을 중심으로,

트레이닝은 조금 가벼운 메뉴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트레이너는 무려 도베르의 담당도 맡게 됐다.

바로 전날, 도베르가 트레이너에게 담당을 맡아달라는 뜻을 전해 왔다.

물론 환영했다.

그 도베르가 스스로 남성 트레이너를 맞이하다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있을까.

마침 트레이너와 도베르가 반대쪽에서 트레이닝을 하며 담소하고 있었다.

훈훈한 광경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지...

어째서 이렇게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거지...



¶월 ✕일 맑음. 꽃 : 8할 정도 피어나다

오늘은 어머니가 학원으로 찾아오는 날이다.

뭣보다 이번에 출주할 예정인 가을 텐노상을 볼 겸 트레이너의 얼굴을 보고 싶으시다나.

전날 그것을 알고 방 청소를 하거나, 몸단장을 정돈하거나 하는 등 큰일이었다.

정문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별 일 없으신 것 같아 안심이 됐다.

그러고 나서 나를 포함해 3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솔직히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트레이너에게 하는 건 그만뒀으면 했다.

트레이너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며 나가자

"에어 그루브, 너 트레이너를 사랑하는구나♪"

라며 너스레를 떨길래 흘려넘기려 하자

"예전에 아빠를 보던 엄마랑 쏙 빼닮았어"라고 하셨다.

그런가, 지금까지 트레이너를 대하던 감정이 언제부터인가 신뢰로부터 사랑으로 바뀌어 있었던 건가.

그래서, 나 말고 다른 우마무스메와 사이 좋은 모습을 보자 왠지 열받기 시작하고,

정작 단 둘이 남으면 눈조차 마주칠 수 없게 된 거구나.

하지만, 이런 경험이 전무한 탓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 어머니에게 여쭤보자

"정면으로 맞부딪히렴, 내 딸아! 너라면 괜찮을 거야!"

그래, 나는 여왕의 딸, 여제 에어 그루브다.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가을 텐노상이 끝나면 모든 마음을 고백하자.

설령 어떤 결과로 끝난다고 해도...



¶월 ☆일 비. 꽃 : 만개

이런저런 생각 끝에 드디어 가을 텐노상이 찾아왔다.

트레이너와 도베르는 오늘도 나를 보러 와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자연스러운 거리감에 오한이 밀려왔다.

설마... 안돼, 지금은 눈앞의 레이스에 집중해야 해.

이 레이스에는 스즈카도 나온다, 방심했다간 질거야.

스스로 그렇게 다그치며 게이트에 들어섰다.


결과는 1착.

이차원의 도망자라 일컬어지던 스즈카에게 이김으로써 명실상부 진정한 여제로 거듭났다.

위너즈 서클에 서서 트레이너의 모습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일련의 세레모니를 마치고 위닝 라이브가 열릴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트레이너를 찾아 지하도를 빠져나오자, 비어있어야 할 대기실에서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트레" 거기까지 말하려다가 곧장 말문이 막혔다.

그곳에는, 도베르와 포옹을 나누고 있는 트레이너가 있었다.

그 모습은 뭔가 우연한 사고라든가 그런게 아니라, 그야말로 남녀 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역시 그랬던 거군... 내가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도베르는 트레이너와...

후훗...

이전의 나라면 간단히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물러터졌군.

난 여제 에어 그루브,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어 왔다.

날 우습게 보지 마라, 도베르.

그렇게 말하며 발길을 돌려 위닝 라이브로 향했다.



Φ월 ☆일 맑음. 꽃 : 열매를 맺다

아무도 없는 학생회실에 트레이너를 불러냈다.

몇 분 뒤면 곧 오겠지.

다른 멤버들은 합숙소에서 노후화를 발견, 새로운 합숙소를 찾기 위한 시찰을 나간 상태다.

며칠 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때까지 학생회실을 맡고 있는 건 부회장인 나다.

나도 전날 슈카상에서 이기고 URA 파이널즈를 마치고 잠시 은퇴한 상태다.

앞으로의 일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잠시 느긋하게 있고 싶다.

최근 몇년 동안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으니까 말이지...

혼자 남겨진 학생회실에서 후임을 위해 인수인계 서류를 정리했다.

후임 부회장으로는 도베르를 추천했다.

그녀라면 내 후임 역할도 멋지게 해낼 것이다, 라고 회장에게 제언하자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이윽고 트레이너가 왔다.

트레이너에게도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네놈 덕분이다.

그렇게 말하자, 대뜸 쑥스러운 듯이 서류 정리를 도와주었다.

아마 앞으로도 도베르를 트리플 티아라 우마무스메로 만들고, 더욱 훌륭해지겠지.

뭐 이 나의 트레이너를 했던 몸이니까, 안심해도 좋다.

그렇게 말하며 지금까지의 고생을 치하하고자 차를 내줬다.

트레이너는 그것을 마시자마자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곯아떨어진 채, 하복부에도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수면 촉진을 위한 원추리, 미약 대신 카투아바 약초를 끓인 차를 마셨으니까.

뭐 솔직히 이렇게까지 약초로 변화를 일으킬 줄은 몰랐는데, 트레이너도 꽤나 단순한 몸을 지녔군.

...자 이제, 도베르가 인수인계 서류를 확인하러 올 때까지 앞으로 30분.

네놈은 어떨지 몰라도 난 첫 경험이거든.

어디까지 일을 진행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놈과 내가 가장 고양돼 있는 타이밍에 도베르가 온다면 최고겠지.

또다시 도베르가 남성 불신, 어쩌면 여성불신에 빠질 지도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나는 뒷세대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게 설마 내 자식을 포함한 거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내가 어머니를 동경했던 것처럼, 될 수 있다면 나와 마찬가지로 트리플 티아라를 목표로 하는 우마무스메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이 일기를 쓰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왜냐하면 내일부터는, 두 사람의 일기가 될 테니까!





그 시절의 나에게, 담당이 네놈이라고 말해봤자... 아마도 경악하겠지.

지금도 믿기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