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초광속과 닿지 않는 꿈 -1- : https://arca.live/b/umamusume/5499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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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나는 그 단어를 정말 싫어했다.


 첫번째는 물론 비과학적이라서고.


 두번째는... 운명론은, 결국 정해진 틀에 박혀 살아야한다는 것을 멋지게 풀어서 말한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해왔다.


 나와는 맞지 않았다, 절대.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그것에 순응해버렸다.


 아아, 나는 달리지 못할 운명이구나.


 아아, 나는 내 소망을 바꿔야 할 운명이구나.


 아아, 나는... 스스로를 부러트릴 운명이구나.


 ...언제부터 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나 스스로를 부정하고 그것에 순응한채 살아왔던걸까.


 심지어 내가 생각하던 운명을 정면으로 부숴주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나 나를 도와줬는데도 그것을 무시한걸까.


 무엇이, 그렇게 조급했기에.....'



 ...



 ...



 ...



 "......젠장, 이래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타키온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큭.."


 쓸데없는 사념에 사로잡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건가, 라고 자책을 수도없이 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회장이 다녀간 이래로 그녀는 잠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의미없는 생각들, 자책들, 후회들.


 그것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며 타키온을 괴롭혔고, 이 상황을 자각하기까지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것일까.


"......"


'우마무스메로써.... 달리는걸, 달려서 정점에 서는것을 동경하는 존재로써 그걸 포기한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알긴 하는건가?'


과연 나는 알고 있었는가?


'....회장이 했던 말 그대로 돌려주겠네, 달리기를 포기한 우마무스메의 결심을 무어라고 생각하는건가?'


과연 나의 결심은 무엇이였는가?


'너는 트레이너의 결심을 무어라고 생각하는거냐! 너 때문에 잠도 줄여가면서 자료수집에 계속해서 분석하고, 고심하고, 자신이 담당한 우마무스메를 위해 자신을 죽여가면서까지 온갖 노력을 쏟아내는게 트레이너다!'


"....하하하."


그렇겠지, 자신이 담당한 우마무스메를 위해 그렇게나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신을 희생하는게 트레이너겠지.


그녀는 나에게 뭐라고 말했었지?


'너의 달리기를, 너의 끝을 같이 보고 싶어.'


그랬지, 멋대로 약을 모두 마셔버리고는 그렇게 말했지.


'모르모트여도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


아하하, 멋대로 모르모트를 자원해버리는 그 괴짜스러움이 나와도 닮았었지.


'너의 달리기를 더 볼 수 있게 해줘!'


...


"나는... 도대체...."


그렇게나 끔찍한 기만을 저지르고도 이렇게 뻔뻔하게 굴어도 되는것인가.


내가 무엇이기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무섭다, 무섭다고...."


 그 사람의 실망하는 표정을 또 봐야하는걸까.


 그 사람의 질책을 또 들어야하는걸까.


 .....이제 이런 방향의 도움을 구할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는데, 나는.


 그런데도... 이렇게...


 ".....역시, 그냥 넘기는게... 으앗?!"


 갑작스레 진동이 울리자 놀라 다시 들어 올리려던 휴대폰을 놓아버렸다.


 자신을 덮고 있는 이불 위에 떨어진 휴대폰의 화면에 적힌 이름은...


 "....모르모트, 군...."


 이 무슨 완벽한 타이밍인가.


 여기서도 무시했다간, 그 얼굴을 다시는 못볼거란 생각에ㅡ.


 ".....여보, 세요."


 힘없이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고 전화를 받았다.


 "....모르모트군?"


 면회 절대 사절, 휴대폰은 아예 전원 off.


 그로 인해 한동안 부르지 못했던 그 이름.


한동안 듣지 못했던 그 목소리.


 ".....타키온!"


 "...ㅡ!"


 너무나 따뜻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걱정했던 자기 자신이 바보라는 듯이 말해주는 그 따스함이.


 "....! .... ....! ......"


 "...타, 키온? 왜 그래..?"


 폰을 다시 이불위에 떨어트리고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뭐야, 다 포기한줄 알았는데.


 "...이렇, 게나..."


 "...응? 뭐라고? 타키온! 무슨일인데 그래!"


 ".....이렇...게나, 자네를.... 원, 하고..."


 난 아직도 바라고 있었는가.


"안들려 타키온!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니지?! 갑자기 면회도 다 막아버리고 연락도 아예...."


"......안하네...."


"...으응? 뭐라고? 혹시 지금 신호가 잘 안터지는..."


"미안하네..... 미안해, 미안해....."


사실상 혼자서 길을 개척하던 자신에게 달라붙어 같이 길을 개척해주던 존재를.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계산없이 자신을 대해주던 사람을.


"....타키온..."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든건지... 나도 모르겠네... ...두려움인지... ... 조급함인지... ... 적어도, 나는, 자네와... 자세하게 상의라도..."


한손으로 입을 막은채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타키온.


생기가 없이 죽어버린 그 두 눈에 활기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깨닫는게 너무 늦었네, 그렇지?"


"자만이였네, 자만이였어... 막상, 다치니 너무 무섭고...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단 말이네, 모든게 혼란스러워서,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너무 크게 실망했어, 당황도 했고... 당연히 사고였어야 할게, 사고가 아니라는게."


"...."


"나는 정말 모든걸 걸어서 타키온을 대해줬는데 타키온은 그게 아닌 것 같아서, 항상 나한테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실험 운운하며 같이 겪었던 일들이 전부 거짓말인 것 같아서."


"할 말... 없네..."


"....내가 처음 병문안 갔을 때는... 그때는 너무 화가 나 있었어, 그래서 이야기도 제대로 못 나누고... 일방적으로 화만 내고 돌아왔어, 그 날은 미안했어 정말."


"...왜 자네가 사과를 해버리는 건가, 여기서..."


"아하하, 하... ...으응, 그래도 옆에서 돌봐주면서 이야기라도 쭈욱 해줬어야 했는걸, 타키온의 트레이너로써... 타키온, 내 홍차 아니면 마시지도 않잖아, 도시락도 비슷하고, 보나마나 쫄쫄 굶고 있겠네?"


".....으으윽! 도대체 자네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애초에 그런식의 앞가림도 못할 정도였으면 트레센 학생도 아니였을걸세!"


"하하하! 좋아 좋아, 조금은 안심했어."


어느새 휴대폰을 집어 들고 대화를 하고 있는 타키온.


아주 잠깐 동안은,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갈게, 문... 열어줄거지?"


"물론일세... ...와서, 마저 못 다한 이야기라도 마저 해야겠군."


"응, 조금만 기다려줘ㅡ..."


달칵.


전화가 끊기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본다.


".......나보다도 더 확실하고, 올곧았군, 자네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며, 타키온은 자신의 병실로 오고 있을 트레이너를 가만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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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트레센의 트레이너 자리를 내려놓았다고."


"응, 난 결국 타키온에게 꽂힌거니까, 그곳에 있는다고 타키온 같은 우마무스메를 찾을거란 보장도..."


"바보인가 자네는! 이미 못 달리게 되어버린 우마무스메를 위해 그 자리를 포기한다고!"


"...깜짝야... 바보는 타키온, 너지. 난 장난으로 말한 거였는데 정말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관리도 안 해서 처음 봤을때는 난 진짜 산 송장인 줄 알았다니까?... 그리고 멋대로 달리는 걸 포기하기나 하고."


침대 옆에 앉아 능숙하게 사과를 깎으며 말하는 트레이너와 침대 머리 맡에 기대어 앉은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타키온.


".....큭,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가볍게 포기한게..."


"그리고 누가 그래? 못 달린다고."


흠칫, 조금 눈이 커지며 트레이너를 바라본다.


"...의사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겠는가? 자네는 설마 아직도..."


"....사일런스 스즈카, 혹시 알고 있어?"


여전히 사과를 바라본 채 차분하게 말하는 트레이너,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타키온은 의아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고 있다만, 그녀가 갑자기 왜...?"


"전에 있던 가을 텐노상에서 다리를 다쳤다고 하더라, 못들었지?"


"....뭐....라고?"


놀라다 못해 황망해진 눈으로 트레이너를 바라보던 타키온에게 트레이너는 웃으면서 잔잔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으응, 다리를 좀 크게 다쳤다는데... 모르겠어 자세한건, 스피카의 트레이너님이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시질 않더라고."


".........."


타키온은 침대 머리맡에 몸을 추욱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벌써 10월이 지났는가?"


"응?"


"벌써, 10월이 지났는가?... 월계배는,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 이였던 것 같다만."


"몰랐구나? 의식이 돌아오는 데에 좀 많이 걸렸어, 애초에 그 상태로 넘어졌는데 지금은 다리만 그렇게 된 게 기적이야."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넘어진 건 나에게도 예상 밖이였다네, 너무나 급작스러웠어."


사실, 원래는 적당히 포기할 이유를 댈 생각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다리의 상태는 타키온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 심각 했었나보다.


온 힘을 다해 무리하자마자, 격통과 함께 중심이 날아가서 결국.


"3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참 힘들었어, 난 혼란스러웠지.... 온갖 기자들은 미친 듯이 몰려들지.... 의사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


"...그렇겠지..."


한숨을 푸욱 쉬던 타키온의 어깨를 트레이너가 톡톡, 친다.


"....'그렇겠지'가 감상 끝이야?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해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미안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밖엔 자네에게 돌려줄 대답이 없을텐데."


"격려도 중요한 요소야, 타키온도 잘 알잖아?"


".....고생했네..... 사과 깎느라, 잘 먹겠네."


"뭐야ㅡ."


킥킥 거리는 소리가 두어번 흘려지고.


"....그래서, 그녀가 왜?"


"격통에 의식을 잃을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텐데, 그녀가 깨어나자 마자 한 약속이 있다고 하더라고, 뭘까?"


"......달리겠다는 말인가, 혹시."


"정답, 루돌프가 알려줬어.... 너한테도 들려달라면서."


"....하하, 회장도 참 쓸데없는 걱정은 많이 해주는군."


"....쓸데없지 않아."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 오물거리다가 가만히 트레이너를 바라보는 타키온.


"......아니, 쓸데없네, 나는 그녀와 달라."


"다를 거 없어, 모든 부상은 언젠가 나을 수 있고 너도, 그녀도 언젠가 예전과 같이 뛸 수 있어."


"내 상태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곧바로 흠칫 하며 깜짝 놀란 트레이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미안하네, 하지만...."


"....뭐든지 해줄 수 있어."


"...응?"


"뭐든지 해줄 수 있다고! 타키온이 다시 뛸 수만 있다면, 아니... 그럴 의지만 되찾게 된다면 정말 뭐든지 해줄 수 있어! 아직도 모르겠어?"


".....자네....."


"......왜 자꾸.... 멋대로 포기하는 건데,  왜!"


그것은 질책보단 절규에 가까웠다.


어느새 물기 어린 눈으로 타키온을 바라보는 트레이너에게 나지막히 타키온이 말을 건넸다.


"....무엇이 자네를 이끄는 건가?"


"......응....?"


"도대체 무엇이 자네를 이렇게까지 이끄는 건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그렇네, 자네는..."


"......"


뭐가 나를 이렇게까지 이끄냐고?


그야... 그런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모르겠어."


"하아....?"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 그 감정을... 황홀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고.... 너무 경이롭기도 해서...."


"...그, 모르모트군?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네만..."


"예전에, 해질녘의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그 모습을."


해질녘의 그라운드라면, 루돌프와의 달리기인가... 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트레이너를 바라보는 타키온의 눈은 이어지는 말들에 점점 크게 떠졌다.


"흩어지는 흙 먼지, 들려오는 발소리, 멀어지는 등.... 그 모든 것이 빛을 발해서, 그 풍경에 나도 모르게 눈을 빼앗겨서..."


"....."


"네가 보여준 열망, 순진해 보이면서도 그만큼 광적으로 집착하던 그 열망에 반해버려서, 숨을 쉬는 것 조차 잊을 만큼 바라보고 있었어."


"....허어."


"...이미, 했던 말이지만...."


타키온을 바라보는 확신에 가득 찬 눈.


아아, 이 눈은...


"너의 끝을, 한계를 보고.... 아니."


자네가 말한 나의 모습과 너무나, 닮지 않았는가...


"끝과 한계가 있다면, 그걸 부수고 싶어! 타키온과 함꼐 그 너머로 가고싶어....!"


".....뭐야 그게...."


타키온은 가만히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그 모든 것이 빛을 발해서, 그 풍경에 나도 모르게 눈을 빼앗겨서...'


트레이너는, 이런 풍경을 보았는가.


'네가 보여준 열망, 순진해 보이면서도 그만큼 광적으로 집착하던 그 열망에 반해버려서...'


동질감인지, 경외심인지, 반해버린걸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숨을 쉬는 것 조차 잊을 만큼 바라보고 있었어.'


어쩐지, 타키온은 이제 트레이너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나도 늦었군, 너무나도....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도.... 자네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건가..."


"....응...?"


"....하하.....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


갑작스레 미친듯이 웃어버리는 타키온을 트레이너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타키온....?"


"아하하아!.... 그래! 자네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단 거군....! 나를 스카우트 하던 그 날에도 자네는 그렇게 말했었지? 내 담당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기묘한 색감의 약을 3개나 먹은 그 날 말이다."


웃음이 잦아들고, 기억을 되짚으며 타키온은 천천히 말해간다.


"....후후, 하하하! 충격이었지, 그 날은 참으로 대단한 모르모트라고 생각했어... 그래. 그 날, 그 붉은 노을 속에서 자네는, 자네의 눈동자는, 제법 광기의 색에 물들어 있었지...."


그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한손을 턱에 짚으며 가만히 고민하던 타키온은 나지막히 말했다.


"아니, 정정하겠네, 자네는...."


자신을 바라보는 순진한 저 두 눈동자.


순진한 만큼,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는 저 광적인 눈동자를 바라보며, 타키온은 말했다.


"....자네는 여전히 광기에 물든 눈동자를 하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아직 모르겠어."


"알고 있었나? 나는 기묘한 것에 끌리는 성격이라네."


멍하니 타키온을 바라보는 트레이너에게,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한다.


".....정말이지, 각오는 진작에 했다고 생각했건만....  이것보다 추한 것도 더 없을 걸세, 아하하!"


"....저어, 타키온? 대화는 양쪽 모두가 이해를 해야 성립이 되는...."


"나의 가능성을 믿나?"


차분해지고 생기가 돌아온 타키온의 눈.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달려와서 보았던 모든 걸 잃어버린 눈이 아닌, 그때의 그라운드에서 보았던 광기 서린 눈동자를 되찾은 타키온의 눈을 보며 트레이너는 가만히 있다가 나지막히 말했다.


".....믿어, 누구보다 확실히, 어쩌면... 타키온 너 자신 보다도 더."


".....그래,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라면,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겠지."


같이 트레이닝을 하던 때로 완벽하게 돌아가지는 못 할 것이다.


오히려 더 절망하고, 미끄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눈동자를 포기하게 만들수는 없다.


이미 그런건, 나 혼자로도 충분하기에.


그러니ㅡ.


"ㅡ그런 고로, 앞으로도 쭉 실험에 어울려줘야겠어, 모르모트 군."


나도 희망을 가져봐야겠군.


그것이 설령, 수많은 고난을 안고 오더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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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는 듯 했으니 이제 존나 피폐하게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