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승부복과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던 그녀.

트레이너에게 장난치기도 하며, 레이스에서 승리할때마다 BBQ 파티를 하자며 해맑게 웃던 그녀.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난다. 처음이나 끝이나 별 차이없던 그녀가 생각나며 쓴웃음이 나왔다.

피곤하고, 힘들던 생활에 한결같이 다가와주면서 활기를 불어넣어준 그녀.
그런 그녀도 천천히 다가오던 운명을 피할수는 없었다.

같이 생활하기 시작하고, 트레이닝하고, 경주를 뛰면서도 같이 웃고 장난치면서 추억이 하나씩 생기는만큼..

본능은 경고하고 있었다.

이것이 영원할수는 없다고.

그러기에 더욱 더 진심으로 그녀를 대할수 있었다.

후회하기 싫으니까.

이제 그녀가 없는 마장에 홀로 서서,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그녀가 항상 갖고다니던 리볼버를 괜시리 만지작거리면서, 계속 걷는다. 한바퀴, 두바퀴.. 그녀 생각만 하면서 셀수없이 돌았다.

어느덧 맑았던 하늘에 노을이 지자, 사방에 노란 빛이 내려앉았다.

당장이라도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내 이름을 불러줄것만 같다. 같이 놀자고, 장난치면서 웃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뒤돌아봤을땐, 축 처진 채 마장을 걷는 도토와 고양이 한 마리만이 멀찍이 있었을 뿐이다.


차가운 현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가자,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은 통증이 아려왔다.

다신 볼수 없어.

조금 더 쓰다듬어줄껄. 조금 더 칭찬해줄껄.

한번이라도 더 같이 외출을 나갈껄. 한번 더 같이 장난치면서 놀껄. 한번이라도 더 끌어안고 다독여줄껄.

...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단 한번만이라도.

아무리 진심으로 대해서 후회 안한다고 해도, 이런 생각이 드는건 별수 없나보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어두워진 마장을 계속 걸어다니던 다리에 힘이 풀린다.

잔디밭이 진창이 되도록 파인 그녀의 발자국 위에 주저앉아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물에 막혀 나오지 않던 목소리를, 간신히 짜내어 중얼거린다.

" 안녕. 타이키 셔틀. "

추모곡 들으면서 챈 돌다가 즙짜면서 썼다...

말붕이들처럼 글솜씨가 좋지 않은점 양해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