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트레이너가 떠났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그날 아침도 여느 때와 같았다. 아침 조깅 후 밥을 먹고 트레센 학원에 가면 트레이너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트레이너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엄습하는 불안감을 갖고 안에 들어서자 탁자에는 편지 한통만이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내가 너희들과 만나 팀을 이루고 이번 타우러스배에 도전하기까지 말이야. 한참을 떠들썩했지.
최고 중에 최고의 팀을 선발하는 대회였으니까. 3주도 전부터 대회에 맞춰 트레이닝을 조정하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내가 너희에게 말했지.
너희들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허나 정작 내 자신의 무능에 대해선 무지했다. 너희에게 꼭 타우러스배 챔피언의 자리를 주고 싶었는데...
2경기에서 떨어지는 다른 팀을 보며 생각했다. 저 탈락하는 팀 중 하나가 우리 팀은 아닐 거라고. 그 안일함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구나.
사실 너희들을 지도하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그 동안 그 불안감의 근원을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너희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내 줘야하는 내가 도리어 발목을 잡아버리는 그런 일이 일어날까 불안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이로써 내가 트레센에 발붙일 곳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너희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
이렇게 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날 용서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나보다도 너희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트레이너를 만나길 빈다.’
다른 팀원들은 곧 돌아오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마 키타산 블랙이라는 아이가 입학했을 때였다. 그러나 나는 마냥 트레이너가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야 보고야 말았으니까. 레이스 중반,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마루젠스키씨를 제치고 나간 그때, 트레이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광경을 말이다.
나는 문을 박차고 나섰다. 그곳의 공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평소엔 그리도 포근했던 그곳이 모두의 목을 죄어오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다리를 믿어준 사람이다. 그에게서 달리는 요령을 배웠다,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그에게서 레이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 절대 원치 않았다.
트레이너와 같이 시간을 보낸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보았다. 함께 저녁을 먹은 라면집, 새해 첫 참배를 올린 신사, 파카푸치를 뽑은 게임기 앞까지 그 어디에도 트레이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그저 벤치에 앉아있던 때 저 멀리서 타마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문디 가스나야. 만다꼬 이리 싸돌아다니는교. 니 찾는다꼬 아들 사방팔방 들쑤시고 있는 거 아나? 가스나가 핸드폰은 또 와 내비두고 나갔나? 시방 날도 어둑어둑하니 퍼뜩 기숙사로 돌아가래이. 정신 퍼뜩 차리고 내 따라온나.”
그렇게 타마와 기숙사로 돌아온 이후로 기억은 안개가 낀 마냥 흐릿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에 누워있었고 타마는 이미 잠든 것 같았다.
일어나서 창 앞에 섰다. 밤하늘은 그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게걸스럽게 별빛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 책상에서 편지지와 펜을 들었다.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 했다. 하고싶은 말은 많았고 두서없이 쓴 글은 난잡하기 일쑤였다.
그 때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단 한 마디, 지금 드는 생각 단 한 마디면 충분했다.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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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역병마 대회 홍보차 괴문서 하나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