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주의









아침은 좋아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 나밖에 없는 침실

햇빛이 들어옴에도 싸늘한 공기가

우울함이 마음 한켠을 차지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켜 날짜를 확인한다



토요일


우울함이 사라지고 그를 만날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매주 토요일마다

그를 만날수 있다는 사실에 일주일을 버틸수 있는것이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언젠가 했던 그의 말때문에 간단하게 배를 채운다


-아침은 중요하니까요


식기를 정리하고 그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수....


매주 같은 패턴이다

한번만이라도 전화를 받을순 없는걸까?

그의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는 헛된 생각을 한다


-잘 잤어?


그 아이는 그 목소리를 매일 들을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질투심이 생겨난다

언제부터 였을까?

그 아이에게 질투심을 느낀건


우울할때면 아침목욕을 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면

따뜻함이 몸을 감싸서

나 혼자가 아닌것 같아서 편한해진다

목욕을 하고 나와 문자가 와있을 핸드폰을 확인한다


-늘 만나는 곳에서 만나요


늘 만나는 곳

시 외곽에 있는 카페

어디에나 있을법한 인테리어와 커피 그나마 먹을만한 녹차가 특징인 카페

더 좋은곳에 가자고 해도 거기가 좋다고 한다


-여기는 당신과의 추억이 있으니까요


목욕가운을 벗어던지고 옷장을 열어 옷을 고른다

매주 토요일마다 입는 옷들은 정해저 있다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승부복


그의 손에 반지가 없다

왼손 약지에 끼는 금으로 만들고 녹색 에메랄드로 장식한 결혼반지

어느순간부터 그를 만나자 마자 손을 확인하는 것은 나의 습관이 되었다

반지가 없다는 것의 의미는 안다


-오늘은 자고 갈수 있어요


옛날, 반지를 끼고온 그에게 반지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냐며

그에게 돌아가지 말라며 나이에 맞지 않게 억지를 부린적이 있었다


-잊지 않기 위해서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슬프게 웃어 보였다

그 후론 더이상 억지를 부리진 않는다


늘 있던 구석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그와 눈을 마주친다

슬며시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

살짝 앞니가 보이는 그의 웃는 표정은 좋아한다

그러나 평소엔 그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녹차 드실거죠? 주문해 놨어요


매주 오다보니 서로 주문하는것은 전부 외워뒀다


-아침이요? 먹고 왔어요


아침, 그아이가 해준걸까 아니면 오면서 간단하게 먹은 걸까

그의 앞에 있는 케이크 접시를 확인하고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요번주도 잘 지내셨나요?


늘 하는, 그 아이가 예절을 가르쳐준다며 알려줬다는 말

오랜만에 만났으니 안부를 물어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

나에게 저 질문은 거북할 뿐이었다

가볍게 대답하고 역으로 물어본다


-저야 뭐 늘 잘지내죠


그 아이의 이야기로 이어지는것을 피하기 위해 하는 대답

그것이 그의 상냥함이겠지만 마음이 아픈건 사실이다


한번은 왜 자세히 이야기 해주지 않냐고 짜증을 부리며 운적도 있었다

그날은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해주진 않았다

결국 그날은 일찍 헤어졌다


-점심 드시러 가실래요?


하나의 신호

방금 먹은 케이크 덕에 배는 고프지 않다 하지만 항상 저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테이블 위에 차 값을 올려놓고

그의 손을 거칠게 잡아 밖에 주차되어 있는 내 차로 향한다


차를 몰고 내 집으로 향하면서 그가 라디오를 조작한다 조용한 클래식 연주가 흘러나온다

저번주 토요일에 그와 함께 본 클래식 연주가 떠오른다

집의 LP판에 있는 노래였다

그 후론 그 노래를 듣는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호텔은 싫었다

호텔에서 가볍게 맺어지는 그런 얕은, 흔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집에서도 맺어질수 있는 깊은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를 확인하듯 거칠게 입을 탐한다

한번 두번 세번 입을 탐하며 옷도 한꺼풀 두꺼풀 사라진다

아윽고 침실에서, 오늘 아침 일어난 그 침실에서 그와 맺어진다

그 아이도 알까 그가 여자를 거칠게 안는다는것을


-그 사람은 다정하니까


언젠가 그아이가 말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 아이는 모를 그의 일면을 알고 있다는 승리감에 횝싸인다


나밖에 모르는 그의 모습


서로가 서로의 향기로 물들었을 즈음


-샤워하러 가실래요?


방금전까지 거칠게 나를 탐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중한것을 다루듯이 정성스레 씻겨주는 다정함

다정하다는, 그 아이의 말과 같은 그 모습에

나만이 아는 그의 모습은 적다는 사실에

또 다시 살짝 우울해 졌다


저녁은 요리를 못하니까 꼭 그가 해준다

저녁만 해줘도 되지만 걱정된다는 이유로

일주일치 반찬을 다 해놓고 간다

하지만 매번 먹지는 못한다


요리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다

입을 대면 곧 이유모를 역겨움이 밀려와 먹은걸 토하고 만다는것

그렇기 때문에 항상 2명분의 식사준비를 해놓기만 하고

먹지도 못하고 울기만 한다는 것

그것은 그에게 비밀이다

걱정을 끼칠테니까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서로를 탐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주방에서 한번 거실에서 한번 침실에서 한번

그의 존재를 곳곳에 덧씌우듯이


한바탕 거사를 치르고 나면 우린 꼭 손을 잡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보고 웃는다


-웃는 모습도 예쁘네요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그가 먼저 잠에 빠진다

그가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잠에 빠진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일어나는 소리에 잠이깬다

하지만 일어나진 않는다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가 뒷정리를 하고 옷을 챙겨입는 모습을 몰래 처다본다

그가 나에게 작별인사와 함께 볼에 입맞춤을 한다


-잘자요, 좋은꿈 구고요


붙잡고 싶다

가지말라고 하고 싶다

내 곁에 있어달라는 내 욕심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눈물을, 내 마음을 죽여야 한다


그가 방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아침에 가져다 두었을 그의 차가 서서히 멀어져가는 소리를 들은 후에야

마음놓고 울수있다

다시 잠들때까지


매주 이런식이다

이 마지막 마무리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가 떠난 빈자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난 그 아이를 이길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




아침은 좋아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 나밖에 없는 침실

햇빛이 들어옴에도 싸늘한 공기가

우울함이 마음 한켠을 차지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켜 날짜를 확인한다


일요일


우울함이 사라지고 그를 만날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매주 일요일마다


내 딸 킹 헤일로와 그 사람이 오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