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만약의 이야기.

만일 트레이너가 죽지 않고 살아났을 때의

이야기.

메지로 브라이트가 죽은 세계에 남겨진 이야기다.


삑...삑...삑...


낮선 천장에서 눈을 뜬 난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꿈이었다고...?"


"세 여신님 맙소사...트레이너씨,깨어났군요!"


메지로 라이언이 내 곁에 있었고.

그녀는 내가 수면제를 털어넣은걸 보자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살려냈다고 한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녀가 눈앞에 있었는데,살아있었는데.

다시 그녀가 죽은 세계속에 놓여야 한다고?!

"...아니야."


"트레이너씨?"


"현실일 리가 없어! 이건 아니야아아아아아!!!"


"꺅!"


"간호사! 마취제 준비해!"

푹!

나는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그녀를 만나길 바라며...

하지만 불가능했다.

몇번이고 이 망할 병원에서 깨어나,수면제를 겨우

맞고 잠드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트레이너씨,이제 그만 하세요...

더 이상은 몸이 못 버틴다고요..."


"...브라이트가 없는데 나 혼자 살아서 뭐해."


"제발요,브라이트도 이런 모습은 보고싶지 않을

거라구요,그러니 제발..."


"..."

그 말이 맞다.

그녀라면 정말로 이 모습은 보고싶어하지 않겠지.

이성은 겨우 받아들였지만,감정으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네가 내 괴로움을 알아?! 그녀가 없는 이 세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냐고!"


"괴로운 거 알아요,저도 그런걸요. 

저도 맘같아선 트레이너씨처럼 약이라도 먹고

영원히 잠들고 싶었다고요.

하지만 그래도 딛고 일어서서 나아가야만 해요.

...그게 그 아이...브라이트가 바라는 일일테니까..."


"...하...됐어...쉬게 해줘..."


"...알았어요,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녀는 지친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병실을 떠났고,

나는 요근래 처음으로 수면제 없이 잠에 들었다.

눈이 편안히 감기는 이 감각 속에 보인 것은...

...브라이트다!

"브라이트? 너야?"


"트레이너씨도 참...아직은 오시면 안되는데..."


"죽고싶어,네가 없는 세상따위 필요없어.

아니면 나랑 같이 가자,응? 같이..."


"...그러면 안 돼요 트레이너씨,트레이너씨는 엄연히

산 사람이지만,저는 아닌 걸요."


"그런..."


"저는 당신을 따라갈 수 없어요,대신...

당신이 잘 살아가고 있는지,곁에서 쭉 지켜봐드릴

게요.그거면 괜찮을까요?"


"...싫어...네가 없느니 차라리..."


"전 이미 죽었지만,트레이너씨에겐 아직 트레이너씨

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저 때문에 그들을

버리고 가버리는건 싫어요."


"..."


"...트레이너씨,무슨 일이 있어도,살아가는 걸

멈추지 말아주세요. 저와 약속해줘요,트레이너씨."


...알고있다.

이것도 그저 꿈이겠지.

하지만...

"...알았어...그럴게..."


"후후...고마워요,지키는지 아닌지,꼭 보고 있을

거라구요?"


그 순간,센 빛이 쬐어지며 그녀의 모습을 감싸간다...

"시간이...됐나 보네요."


"! 브라이트! 브라이트으으으!!"


"약속,꼭 지켜주세요? 트레이너씨?"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안녕히 주무셨어요,트레이너씨."

메지로 라이언이 강장제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녀가 들어오기 무섭게 강장제를 들이키곤

그녀에게 물었다.

"...트레센 학원엔,연락해뒀어?"


"네,네에...그래도 언제든 돌아오실 수 있게

조치는 해뒀어요."


"그러면...돌아가자."


"트레이너씨...안색이 갑자기 좋아지셨는데...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


"응,좋은 꿈을 꿨어."

나는 짐을 챙기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학원에 돌아가자 모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트레이너씨다! 어서오세요!"

"하여간 걱정시키는덴 뭐 있다니까..."

"감격! 잘 돌아왔네!"


"모두들..."

저 안도하는 미소들.

저걸 두고 가려했던 내 자신의 행동이 뭔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여태껏 고마웠다,라이언."


"헤헤,별 말씀을요!"

언젠가 그녀에게도 보상을 해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할게 있다.

그녀가 남겼던 리본 하나...

선물이라면서 내게 주었던 물건.

나는 그걸 그녀의 묘 근처에 묻었다.


나는 이제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살아간다.

분명 그녀도 그걸 바라고 있으리라 믿으며.

메지로 가에 내리앉은 황혼의 하늘 아래서.

나는 그녀와의 작별을 고했다.

"잘 있어,메지로 브라이트."



2편 요청이 있어서 후일담처럼 써봤음

이제 짧은거 쓸거 생각해봐야지


전편은 여기

https://arca.live/b/umamusume/59150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