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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을 먹지 않겠어.”

 

나는 타키온의 손 위에 있던 약을 먹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역시 그쪽인가. 축하하네, 모르모트군.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되찾게 되었군.”

 

타키온은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타키온, 그럼 잘 있어.”

 

“그럼 잘 가시게.”

 

나는 슬퍼하는 타키온을 뒤로 하고 나는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 어디로 가지. 집으로 갈까?”

 

그런데 잠깐, 나 집이 있던가? 내 집이라면 타키온이랑 신혼집뿐일텐데, 집이 더 있나? 무슨 소리야. 

 

“분명 내가 살던 집은 트레센 주변에 있었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분명 오토나시씨와 연락을 안 한지 몇 년이고 지났는데 연락을 보내자마자 받아준다거나, 트레센에 가자마자 타즈나씨와 키류인씨를 만나고 한 시간도 안돼서 트레센 밖으로 나갔는데 맨하탄 카페를 만나게 되고 기억을 되찾았다. 

 

이게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니. 아무리 소설이라도 이런 전개라면 욕을 먹을 전개인데, 왜 지금까지 의심을 하지 못했지?

 

“타키온, 타키온한테 돌아가야 해.”

 

 

 

나는 곧바로 타키온과 살던 집으로 뛰어갔다.

 

“타키온!”

 

집에 돌아가자마자 타키온의 이름을 크게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타키온! 안에 없어?!”

 

역시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심지어는 집에서 그 어떤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타키온, 방 안에 있어?”

 

집 어디에도 타키온의 흔적은 없었다. 상황파악이 안돼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벽에 걸린 달력이 내 눈에 충격적인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다.

 

[6월 22일, 타키온 기일]

 

“타키온의 기일이라고?”

 

아, 이제서야 떠올랐다. 과거 URA 파이널스 결승전에서 있었던 비극이.

 

 

 

“선두로 달리던 아그네스 타키온!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제발 타키온. 넘어지지만 말아줘.”

 

“결국 발을 헛딛고 마는 아그네스 타키온! 잠시만요, 이거 꽤 큰 부상이겠는데요?”

“아그네스 타키온, 넘어진 이후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구급팀이 급히 투입되고 있습니다.”

 

 

우마무스메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자동차와 맞먹는 속도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지녔다. 하지만 인간과 같이 단 한 순간의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 담당 우마무스메였던 타키온은 URA 파이널스에서 넘어지고 말았고 골절수준의 부상이 아닌 목이 꺾여버렸고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 타키온”

 

그 사건이 있던 이후로 나는 크게 상심했다. 타키온은 내 처음이자 마지막 담당 우마무스메였고 그런 타키온의 죽음을 직접 목격해버린 것은 나의 정신을 병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타키온이 남기고 간 짐이라도 정리해야지.”

 

타키온이 이 세상에 남기고 간 유품들을 정리하려고 타키온의 연구실로 갔고 그곳에서 나는 그 약을 발견하고 말았다.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약?”

 

평소라면 타키온의 장난이라고 여기고 무시했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너무 간절했다.

약이 담겨있는 병 옆에는 타키온이 써놓은 듯한 어떤 종이가 있었다. 부작용이 적혀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얼른 이 약을 먹고 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약을 들이켰다.

 

“이거라면 타키온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리고 나서 지금, 그때 타키온이 만들어둔 약이 다 했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아니 행복했던 환상으로 했던 도피에서 되돌아왔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그리고 내 기억 상실에 대한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이 약의 부작용과 트라우마로 나는 기억을 조금씩 잃은거겠지. 

 

“타키온이 남겨뒀던 종이. 거기에 약과 관련된 정보가 있을 거야.”

 

나는 내 주머니를 뒤지며 타키온이 마지막으로 남긴 종이를 찾았다. 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약에 처음 손댈 때 내가 주머니에 몰래 넣어놨을게 분명하다.

 

“타키온, 나에게 해답을 줘.”

 

타키온의 마지막 종이를 펼치자 그곳에는 약에 대한 얘기가 아닌 타키온이 나를 향해 남긴 마지막 편지가 적혀있었다.

 

[모르모트군, 자네가 이 것을 보고 있다면 둘 중 하나겠지. 

나 몰래 내 실험실을 뒤지다가 발견했거나, 아니면 내가 어떤 이유로 자네를 떠났거나. 

뭐,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네. 내가 모르모트군의 곁에 없다는 건 사실일 테니까.

 내가 이런걸 쓰게 될 줄을 몰랐지만, 결국 나도 쓰게 됐군. 갑자기 우리가 헤어질까 걱정되어 써야 할거 같아서 쓰게 되었다네.

자네는 줄곧 나를 위해선 뭐든지 해왔지만 정작 나는 자네에게 고마움의 표시도, 그에 합당한 보상도 해주지 못했었지.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비록 이 편지가 발견되고 내가 막지 않았다는 것은 더 이상 우리는 만날 수 없다는 뜻이겠군. 

옆에 있는 내 마지막 회심작을 이용한다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의 상상 속의 나와 만날 수는 있을 거야. 

역시 편지 같은 거는 쓴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을 더 적어야 할지는 모르겠다만, 정말로 사랑했다네. 모르모트군. 

내가 없더라도 슬픔에 좌절하여 쓰러지지 말고,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가주게. 그것이 나의 트레이너 아니겠나? –아그네스 타키온]

 

“타키온…. 정말로 미안해… 이런 무능한 트레이너라서… 네 마음도 몰라줘서… 내가 너무 못나서…”

 

나는 타키온의 마지막 편지를 가슴에 파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은 타키온과의 이별에 대한 슬픔과, 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과, 마지막까지 나를 사랑한 그녀에 대한 감사함의 눈물이었다.

 

“타키온, 너무 보고 싶어.”

 

나는 타키온의 마지막 편지 뒤편에 작은 글씨로 어떤 문장이 적었다. 타키온은 보지 못할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편지에 답장을 해야만 했다.

 

[타키온, 너의 사랑이라는 실험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어.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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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번에 실패한 순애로 써봤다. 얀데레를 기대한 사람들이나 타키온이 망가지는 걸 기대한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원래 이 선택지는 이렇게 써질 예정이었다. 늘 재밌게 봐줘서 고맙다. 다음 괴문서는 검은머리 중에서 써올게.

편지 내용 조금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