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어디에도 없다.


내 상쾌한 하루를 책임지는 삶의 활력소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월요일 아침의 트레이너 기숙사에서, 나는 정신없이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마스터, 오늘의 트레이닝 계획에 대해서입니다만...”




끼릭.


찾기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내 방 여분 열쇠 따위 진작에 확보해버린 부르봉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제는 부르봉이 갑작스럽게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게 된 나는 부르봉을 향해 외쳤다.





“부르봉! 큰일이야!”


“..? 무슨 일이십니까, 마스터.”





평소에 느긋하던 성격의 나답지 않게, 다급한 모습을 보여서 그랬던 걸까.


당황한 부르봉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닥을 흝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밑에서 보니까 부르봉의 기세가 굉장하구나, 같은 본능적인 감상을 느꼈다.


하지만 프로 트레이너였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이 중대한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그녀에게 알려야만 했으니까.






“부르봉,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사라졌어.”


“...긴급 상황임을 인지했습니다. 마스터, 목표는 무엇입니까.”





분명 나를 깨울 겸, 겸사겸사 같이 등교하면서 슬쩍 나에게 트레이닝의 추가 애누리를 할 겸 왔을 터인 부르봉의 눈빛이 변했다.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할 생각으로 가득 차 보이는 부르봉에게,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내 애착 베개가 없어!”


“목표를 확인... ...네?”


“10년을 함께해온 애착 베개가 없어졌어!”


“···.”




부르봉의 눈빛이, 순간 마스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눈빛으로 바뀌었다.


평소 세이운 스카이 양 이상으로 느긋하면서도 유능한 마스터를, 평소에도 종종 한심하게 봐오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다 큰 어른이 고작 베개 가지고 1시간 이상 방을 뒤지고 있었음이 틀림 없었으니까.


이 생각이 부르봉의 시선에 그대로 담겨 있었는지, 그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니아니, 이건 중대사항이라고! 바다를 넘어 이 트레센 학원까지 오는데 고국에서 필요한 건 그 베개 하나뿐이었어!”


“....그런 물건이었습니까. 마스터.”





한일 혼혈이자 작년에 일본에 이민 온 그가, 고국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 베개 하나뿐이었는가.


그렇다면 필히 가족의 유품이거나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아니? 다O소에서 3천원주고 샀는데?”


“미치셨습니까, 마스터.”





‘그럼 오늘, 같이 돈키호테에 가죠.’ 라고,


은근슬쩍 데이트 약속을 잡는 부르봉을 무시하고,


이 멍청한 트레이너는 슬픈 듯 우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첫 심부름으로 사온 물건이란 말이야.”


“앗... 설마, 마스터...”




혹시 정말로 유품이었던 걸까..?


무심코 그에게 심한 말을 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부르봉의 뇌리에 스친 순간─.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부르봉, 내 농담에 너무 속는거 아니야?”


“....마스터. 머리에 문제가 있으십니까?”


“아하하, 미안미안, 주먹 내려 부르봉, 내가 잘못했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는 부르봉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동시에 트레이너가 개연성을 확보한 외모(적어도 부르봉의 눈에는)로 싱긋 웃어주니, 


부르봉은 자신도 모르게 힘이 사르르 풀려버리고 말았다.






“...이번만입니다.”


“역시 우리 부르봉, 오늘은 햄버그라도 먹자고~.”


“···.”




살랑살랑살랑.


부르봉의 꼬리가, 더할 나위없이 신난듯이 흔들렸다.


트레이너가 지난주의 데이트에서, 햄버그에 오래 시선을 두고 있던걸 잊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언제나 부르봉이 감정이 상할 법한 순간마다, 그는 이렇게 살살 꼬드겨왔기에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먼저 반한 쪽이 지는 법이었을까, 부르봉은 언제나 져주고 말았다.


꼬리를 내린 부르봉을 보고 안심한 트레이너는, 돌연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약간은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평소의 그와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였다.






“...그래서 내 애착 베개는 어디로 갔을까.”


“···.”


“밤색의 긴 다키마쿠라인데, 분명 어제까지 있었단 말이지...”






‘밤색..?’




부르봉은 순간, 그의 방에 찾아오는 길에 보였던 봉고차를 떠올렸다.


봉고차의 짐에는,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맞은듯한 기다란 솜으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있었다.


폐가에나 있을 법했던 그 물건을 떠올린 부르봉은, 망설임없이 트레이너에게 말을 걸었다.





“마스터, 그 물건이라면 아까...”




자비 없이 쓰레기장으로 직행했을 거라고, 부르봉은 말했다.


그러자 트레이너의 의욕이, 루나짱의 농담을 들은 에어 그루브처럼 되어버렸다.


‘저 인간이 저렇게까지 실망할 일인가.’ 하고 부르봉이 놀랄 정도였다.





그에게 있어서 애착 배게는 어떤 물건이었던 걸까, 싶었던 부르봉은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부르봉의 눈에 그 물건은, 줘도 안 가질 정도의 상태를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좋은 베개를 썼으면 하는 부르봉은, 언제라도 부탁하면 구해다 줄 수 있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마스터, 양질의 다키마쿠라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아니, 나는 그 밤색 다키마쿠라가 아니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단 말이야.”


“...그렇습니까?”





잠자리가 예민한 편이셔서 그런 걸까, 라고 생각한 순간.


그의 입에서 의외인 소리가 나왔다.


한 번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였다.





“...우리 집은 시골이어서, 마당에 엄청 큰 대형견 하나를 기르고 있었거든?”


“···.”


“덩치에 맞지 않게 이름은 시츄였는데, 이름도 없던 유기견을 내가 억지를 부려서 데려온 거였거든.”


“···그렇습니까.”


“주변에 또래도 없고, 학교는 버스로 1시간 넘게 가야 나오고.. 놀 친구가 없었던 나는 시츄랑 자주 놀았거든?”


“···.”


“놀다 지치면, 시츄의 품에서 잠들곤 했어, 시츄도 내가 좋았는지 내가 자는 동안 계속 곁에서 곁잠을 자 주었거든, 저 배게가 약간이지만 그 느낌을 들게 만들어줬어, 색도 똑같고 말이지.”





그래서 평소에도 절대 당황하지 않는 트레이너가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걸까.


지금 그의 아련한 눈에는, 이제는 멀리 떠난 벗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쓸쓸해 보이고, 한 편으로는 그리운 듯한 눈짓에 부르봉은 살짝.


아주 살짝이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답답한 가슴을 감추듯이, 부르봉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그랬군요. 마스터..”


“아,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니까 안심해, ...뭐, 이제는 먼 추억이니까, 가슴에 묻어 둬야지, 음.”





이럴 때에는, 평소처럼 농담을 해주면 좋겠는데.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는지, 트레이너가 멋쩍게 웃으며 볼을 살살 긁었다.


부르봉의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힐 정도로 갑갑해졌다.






‘밤색의 다키마쿠라를, 지금 당장이라도 구해드려야 할 텐데.’





언제나처럼 트레이너에게 받기 보다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부르봉이 생각에 잠기자,


부르봉의 다리 아래로, 그녀의 밤색 꼬리털이 여기를 보라는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번뜩인 부르봉이, 귀를 쭈뼛 세우고 황급히 내렸다.




‘...!’


‘하지만, 너무.. 읏...’




“..? 부르봉?”





위험해, 들킬지도 모르겠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수상할 정도로 눈치가 빠른 그녀의 트레이너라면, 그녀의 상상을 읽어버릴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트레이너의 씁쓸한 웃음을 지우고 싶었던 부르봉이, 다급하게 사고 회로를 가속시켰다.







...부르봉은 잠시 망설였지만,


판단은 역시 G1 우마무스메답게, 무척이나 빨랐다.


빠르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무사히 ‘도주’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의 1착이라는 골까지.




“마스터, 오늘 밤까지, 마스터의 ‘배게’를 새로 공수해 오겠습니다.”


“엉? 아니, 괜찮아. 귀농한 아빠한테 연락하면...”


“해외에서 트레센까지 택배가 오기까지는, 최소 2주 이상이 소모됩니다. 마스터.”


“...욱, 그건 그렇네.”





그렇다면 그는, 최소 2주 동안은 홀로 쓸쓸하게 밤을 보내야 한다.


그걸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부르봉이, 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뾰족한 수단이라도 있어?”


“우마돌인 팔콘 양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맡겨주시길.”


“오... 그럼 맡길게, 어떻게 받으면 될까?”


“···.”


“택배로 오나? 아니면 직거래?”


“마스터, 의심하지 말고 들으시길.”


“엉..?”





몸을 앞으로 내밀어 주의사항을 말하는 부르봉.


트레이너는 아까까지의 우울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그도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주춤거리던 탓에, 부끄러움을 최대한 감추고 있는 부르봉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제가 엉뚱한 요구를 하더라도, 모두 수용하셔야합니다. 마스터.”


“...읭? 그 정도야?”


“네, 따르지 않으시겠다면 영원히 목표를 받으실 수 없습니다. 주의하시길.”


“···.”






트레센에 제대로 된 연고도 없는 트레이너였기에 그가 직접 물건을 구하기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 트레이너는  ‘어, 응..’ 하는 작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뾰족한 수단도 없었을 뿐더러, 묘하게 무서운 부르봉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어딘가의 명가의 아가씨들처럼, 명품 베개라도 가지고 오는 걸까.


그런 선물을 하나라도 받았다간, 어느샌가 자신의 소속이 바뀐다는 괴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트레이너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를 하는동안 둘은 사이좋게 지각하고 말았다.


또한 시간은 금방 흘러, 어느새 밤이 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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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도, 이걸로 마무리잇..!’



아무도 없는 트레이너의 기숙사방, 그는 유일한 휴식처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방에서조차 일하고 있었다.


그가 바깥에서 당당히, 아주 여유롭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이 점은, 미호노 부르봉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 피나는 노력을 알고 있기에, 둘은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곧 11시네, 근데 온 문자가...’




의외로 올드한 감성의 폴더폰을 연 트레이너가 문자 내역을 확인했다.


내역에는 부르봉이 10시 반에 보낸 문자가 한 통 있었다.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마스터, 물품을 확보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밤에만 대여가 가능한 모양입니다.


이 다키마쿠라는 매일 아침마다 특수한 건조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여의 형태로 드린다고 합니다.


또한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흔적이 잔뜩 있는 모양입니다. 남성분에게는 더더욱.


그러니 오후 10시 50분, 트레이너의 침실에 안대를 끼고 누워계시면 제가 찾아가서 다키마쿠라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너의 기상 시간 전에, 제가 직접 찾아가 회수하겠습니다.


번거롭지만 이 수단 외에는 없었습니다. 이것도 팔콘 양 덕분에....」








뒤로는, 어째서인지 수상할 정도로 변명 같은 글이 잔뜩 있었다.


글을 모두 읽은 트레이너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한량처럼 보이는 그는 사실, 매일 매순간순간마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었다.


그러니 그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의 담당인 부르봉이었으니까.


그녀가 자신에게 해를 입힐 일 따위, 있을 리가 없다고 굳건히 믿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번거로운데..?’



효과가 영 좋지 못하다면, 다음에는 부탁하지 말자.


그렇게 마음 먹은 트레이너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평소처럼 안대를 끼고 침실에 찾아가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못해 눈 앞이 보일 정도였다.


언제나 있었던 애착 배게가 없는 자리에 지친 몸을 뉘인 트레이너는,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역시 좀 쓸쓸하네.’



그는 어릴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았다.


마이페이스 적이고 4차원적이라는 소리는, 그의 생활기록부에 늘 적혀 있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마음이 통한다고 믿고 있었던 건, 그의 똑똑한 벗이었던 시츄뿐이었다.








뭐, 지금은 그의 담당 우마무스메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실소를 흘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겠지, 하며 트레이너는 헛된 기대를 품는 걸 그만두었다.


그리고 귀신같이 그녀의 생각을 하자마자,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침실 앞까지 다가가, 문을 똑똑 두들기고는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스터, 미호노 부르봉입니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배게를 침대에 두고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덜컥,하고 침실의 문이 열렸다.


동시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천천히 침대로 다가왔다.




푸욱, 하고  폭신한 무언가가 그의 곁에 떨어지는 동시에 문이 닫혔다.


그리고 멀리서, 부르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밤 되시길, 오전 6시에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틀림없는 부르봉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렸다.


하지만 방금의 소리는 약간 기계음 같다고, 트레이너는 무심코 생각해 웃었다.


부르봉이 정말로 사이보그가 된걸까, 하는 시답잖은 감상을 품었다.







그녀에 대한 감상은 둘째치고, 그는 물건을 확인해야만했다.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를 위한 확인을.








“...자, 그럼 어디 보자...”



잘 보이지도 않지만, 트레이너는 손을 뻗어 소리가 났던 장소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모포가 그의 손길에 닿았다.






“오, 이건 꽤 괜찮은데.”



재질이 고급품 같다. 역시 명품이 맞았던 걸까.


솜들 사이로 살아 있는 동물의 털 같은 촉감이 느껴졌다.


명품은 이런 식으로 차이를 두는구나, 하고 멋대로 착각한 그가 손을 쭈욱 뻗었다.






안대 너머로 흘낏 보이는 색을 보아도, 틀림없는 밤색이었다.


안대가 실크로 만들어졌기에, 어두운 방에서도 보이는 색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촉감도 색도 모두 확인한 그가, 이제 망설일 리가 없었다.









“부드럽네, 좋네에...”


“····.”




그의 만족감에 흠뻑 젖은 소리에,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역시 명품이 맞는 걸까.”


움찔.


“킁킁, 와... 정말로 살아있는 양이 있는 것 같은데...?”


움찔움찔.






움직이는 정체는.


당연히, 다키마쿠라로 위장한 부르봉이었다.










‘너무 가깝습니다. 마스터..!’ 라고, 위장한 부르봉이 말할 리가 없었다.


이 상황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 기껏 도와주신 에이신 플러시 양에게 너무 미안했으니까.


친절하게 밤색 천과 약간의 솜을 두르기만 했을 지금의 모습에 대한 협조와,


자신을 이 장소에 옮겨주며 위증까지 해주기까지 한 그녀의 성의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이런 사람을 룸메이트로 둔 팔코 양이 어떻게 연애를 못 하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지금, 어두울지라도 어느 정도 앞이 보이는, 밤눈이 밝은 부르봉의 눈에는.


자신의 흉부, 다시 말해 윗가슴에 얼굴을 푹 가져다대고 냄새를 맡는 마스터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았기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제 3자의 눈에는, 필사적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는 부르봉과 부르봉의 품을 원하는 트레이너가 있었을 것이다.


까슬까슬한 트레이너의 머리카락 감촉이, 예민한 부르봉의 피부에 닿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트레이너가 닿을 때마다, 부끄럽다는듯이 시시각각 색이 바뀌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부르봉이 그의 다키마쿠라가 되어준 이유에는, 쓸쓸해 보이는 그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도 있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욕심이 상당히 섞여 있었다.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그를 보고 싶다는, 가장 진실한 모습의 그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남에게 대하듯이 자신을 대하지 말고, 특별히 대해주었으면 하는 감정을, 부르봉은 언제나 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 기회였다.


누구도 볼 수 없는 경치가,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음냐, 음냐, 으음....”





어미의 품을 갈구하는 새끼처럼, 트레이너가 부르봉의 품에 몸을 맡겼다.


코알라가 어미에게 안기듯이, 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점점 밀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르봉은 그의 모든 걸,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이 장소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향기, 심장 소리,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애스러운 목소리.


엘리트 트레이너의 모습을 모두 버린, 진솔한 그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츄우, 시츄우우...”



그의 모든 걸 받아주는 사이에, 트레이너가 잠들었을까.


이제는 없는 친구의 이름을 계속 부르던 그가, 부르봉을 꽈악 끌어안았다.


가장 소중한 걸 주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처럼, 팔로 꽈악 그녀를 조여왔다.


이제는 위장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잠에 취해 있는 트레이너가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지마, 가지마아아..”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의 애타는 목소리에, 가만히 있을 우마무스메는 없었다.


우마무스메의 타고난 신체능력 덕분에, 트레이너가 전력으로 끌어 안았음에도 부르봉은 무사히 있을 수 있었다.




오히려,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움직였다. 그리고 동시에─.


엄마 같은 미소로, 부르봉은 말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입을 다물 수 있었을, 사랑에 빠진 우마무스메가 있었을까.






“여기에 있습니다. 마스터.”


“...으응..”




앗, 잠이 깨려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버린 부르봉은, 다급하게 다시금 말했다.





...결코, 우마무스메라면.


아니, 멀쩡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성이라면 할 수 없을 소리를.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해버렸다.




“멍..멍..?”


“으음. 꿈인가..”




앗, 이게 아닌가.


당황한 부르봉은, 학원에서 우연히 본 적 있는 수상할정도로 개에 가까운 선배를 떠올렸다.


분명, 남들 몰래 애처로운 소리로, 이렇게 말했었다.





“끼..끼잉..끼이잉..?”


“...아, 꿈이구나, 으음, 몰라아...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다, 시츄야아...”


“끼이잉...”


“나도 좋아.. 응.”





잠결에 그리운 친구를 다시 만난걸까, 트레이너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면서 잠들었다.


확실히 잠에 든 걸 확인한 부르봉이, 안심한듯이 살짝 웃었다.


모포에 가려져 있는 얼굴을 빼꼼 내밀고는,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했다.











“잘 주무세요. 마스터.”










...부르봉의 체력이 +70 회복되었다.


의욕은 절호조로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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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부르봉! 덕분에 잘 잘 수 있었어, 이야, 성능 끝내주더라.”


“..그렇습니까.”


“그래서말인데, 아빠 말대로라면 배송까지 최소 1달은 걸릴 것 같거든? 그 베개, 어떻게 살 수 없을까?”


“무리입니다. 팔콘 양의 말대로라면, 아무래도 대여가 한계인 모양입니다.”


“....그래?”




짐짓 아쉬워하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부르봉은 무심히 툭, 말했다.





“...오늘 밤도 부탁드릴까요?”


“어? 가능해?”


“오늘, 라이스 씨와 같이 가는 오퍼레이션:쇼핑에 협력해주신다면 부탁해보겠습니다.”


“부탁할게, 무엇이든지 해주고 말고! 왜냐하면 나...”





어제와 다르게 늦지 않은 등굣길에,


트레이너가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동시에 부르봉의 가슴 속 답답함도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그 베개가 없으면 잠 못 잘 것 같더라.”


“.....그렇습니까.”


“베개만 아니었다면 결혼하고 싶을 정도, 랄까나~ 하하하.”




...




“에, 부르봉?”


“···.”


“잠, 잠깐만, 멈춰봐!!”






갑자기 먼저 걸어나가는 그녀를, 트레이너는 뒤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누가 보아도 행복에 겨워하는 표정이었을테니까.


그리고 이 일은, 나중에 다키마쿠라의 정체를 들키고 초밀착 우마뾰이를 당하기 2주 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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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오랜만입니다. 라고는 해도 대충 이틀만일까요

일섭 괴문서도 썼으니 한섭 괴문서도 써야지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겜 불타던 시점에서 올렸던 퇴근길의 부르봉에 이어서 침대속의 부르봉입니다


딱히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평행 세계 비스무리로 봐주세요.


오랜만에 긴 글을 갈겨서 그런지 제대로 쓴 것 같지 않네요, 달달함이 다 산 것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충 야시꾸리한 묘사가 너무 많아서 다 드러냈더니 이렇게 된 모양입니다 ㅎ;


구체적으로는 야꼭지를 착각한 묘사나 뭐 대충 그런건데, 넘어갑시다


푹푹퍽퍽농밀타액교환야스를 하는 부르봉 순애 괴문서를 보고 싶은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