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은 화창한 날이었다.

전날 비가 왔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햇빛은 따사로웠다.

"트레이너! 오늘만큼은 기록 잘 재둬!"
"알겠다, 마음껏 뛰어!"
내 담당 우마무스메인 다이와 스칼렛이 병주를 하는 날이다.
상대는....
"부르릉 부르릉~! 달려보자고! 질순 없지!"
임시로 트레이너를 맡아주고 있는 보드카다.
담당 트레이너가 모종의 사건으로 근신을 하게 되어 막내 트레이너인 내가 짬당했다.
ㅈ같은 꼰대새끼들
우선 둘다 시니어 시즌 첫 트레이닝으로, 병주를 통해 라이벌의 레이스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해주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의 승리는 내가 가져가지!"
"웃기지마! 누가 질줄알고?"
라이벌관계인 둘은 티격태격하지만 멀리서 보기엔 친한 친구같은 모습이다.
"얘들아, 시작할거니까 준비해!"
나는 타이머를 손에 쥐고 두 우마무스메들을 바라보았다.
"1600m 잔디, 시계방향. 준비! 시작!"
시작 구령과 함께 둘은 잔디를 박차고 출발했다.
순발력 트레이닝 덕인지 다이와 스칼렛의 스타트가 조금이지만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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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레이스가 막바지로 접어들었을 때, 보드카의 달리는 폼이 뭔가 이상했다.
"헉, 허억!"
보폭이 일정하지 않았으며, 호흡이 균일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속도가 점차 느려지더니 3마신, 4마신차가 10마신차 이상으로 벌어지게 되었다.

"스톱! 스톱! 레이스 중지!!"
이대로 가다간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되어 병주를 중지시키고 보드카가 달리고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목소리를 못들었는지 보드카가 불안정한 상태로 계속 달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담장을 넘어 잔디를 밟는 그 순간.
"끄윽-!?"
퍼억-!
괴로운듯한 단말마와 함께 보드카가 땅에 처박히듯이 넘어졌다.
"보드카!!!!!"
그대로 보드카가 쓰러진 자리로 달려가 보드카를 안정된 자세로 눕히고 상태를 살폈다.
보드카의 왼쪽 다리는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보드카는 괴로운듯이 꺼억대는 불규칙한 호흡을 연신 내뱉었다.
"트레이너, 얘 왜이래!?"
놀란 다이와 스칼렛이 당황한 나머지 보드카의 다리를 움켜쥐었고,
"끄아악!!!"
보드카는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스칼렛, 뭐해! 빨리 병원에 연락해!"
주머니의 휴대전화를 던지다시피 다이와 스칼렛에게 건내주는 한편, 보드카의 다리에 아이스팩을 데어주고, 과호흡 방지를 위해 간이 호흡기를 데어주며 구급차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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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우선 내일까지는 자율 트레이닝이야. 키세키한테 보드카는 당분간 입원한다고 알려주고"
"알겠어. 보드카, 잘부탁해..."
침울해하는 다이와 스칼렛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보드카를 태운 구급차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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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정신을 차린듯한 보드카가 나즈막이 나를 찾는다.
"정신이 들어? 괜찮아?"
"으응... 설마 나 다리 풀린거야?"
실망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귀가 축 쳐졌다.
"너 혹시, 참고 뛴거야?"
"............"
눈을 피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후우.... 됐다. 일단 병원에 도착부터 하고 보자"
보드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불안해 하며 침묵속의 구급차는 병원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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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골절같은 큰 부상은 아닙니다만, 인대가 꽤나 늘어났습니다."
"후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불행중 다행인지 이마와 무릎, 팔 등의 찰과상과 인대가 늘어난 것 말고는 이상은 없는듯 하다.
"우선 일주일간 입원하면서 지켜봅시다. 깁스를 해드릴테니, 당분간 움직이지 않도록 해주십쇼"
"선생님, 감사합니다."
"........."
보드카는 잔뜩 풀이 죽어있는 상태로 고개만 끄덕였다.

몇분 뒤, 의사선생님은 깁스를 채워주고 준비실로 들어갔고, 진료실을 나가기 위해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자, 부축해줄게."
보드카에게 손을 뻗어 부축해주려고 했다.
"........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무리해놓고선! 우선 치료실로 가자"
빨리 나가기 위해 보드카의 왼팔을 들어 어께에 걸치고 내 왼팔을 무심코 보드카의 겨드랑이 사이로 넣었다.
뭉클-
"읏!?"
보드카의 귀가 쫑긋 섰다.
"트레이너! 지금...!? 으아악!!"
깜짝 놀란 보드카가 날 밀쳐내다가 우당탕 소리와 함께 넘어졌고, 얼굴이 새빨개진 보드카가 나를 올려다보며 울먹거린다.
"보드카, 괜찮아!? 그건 실수였으니까...!"
"...알겠으니까 조심해, 트레이너."
귀를 접은 보드카가 내 손을 잡고 일어난다.
"부축... 해줄까?"
"대충 해..."
보드카는 오른팔로 가슴쪽을 감쌌고, 나는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허리춤을 잡고 병실까지 부축해주었다.




필력 개후달립니다.
보드카가 개꼴려서 썼습니다.
2편은 언제나올진 나도 몰?루
자러감 ㅅㄱ


2편 링크 : https://arca.live/b/umamusume/59932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