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우마무스메 하나로도 족합니다.”

“인정! 트레이너가 몇 명의 우마무스메를 맡느냐까지는 학원에서 좌지우지하지 않네. 추가! 자네는 이미 하나의 우마무스메만으로도 여러 우마무스메가 세우지 못할 업적을 세웠다네! 그래서 자네가 추가적으로 맡든 말든 이 이사장은 신경 안쓰네 허나, 문제! 이것은 내 의지가 아닐세.”

 

 어느날 갑자기 타즈나씨의 연락을 받고 이사장실을 갔을 때 아키카와 이사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 하나를 담당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사실 이전부터 내가 맡았던 우마무스메가 드림 트로피 리그로 승격된 이후 이사장으로부터 다음 트윙클 시리즈에서 활동할 우마무스메를 발굴하고 육성해달라고 권유를 받긴 했었다. 물론 베테랑 트레이너들은 둘, 셋, 심지어 일곱명의 우마무스메까지 담당하면서 성과를 올리는 트레이너가 있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싫었다.

 

‘저는 제가 맡고있는 우마무스메 하나면 족합니다.’

 

 라고 답하면서 정중히 거절했었고, 이사장도 그런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었으나, 이번만큼은 강경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럼 누구의 의지입니까?”

“상부! URA의 결정일세, 며칠전 URA 이사회 회의 때 나 빼고 만장일치로 동의했네, 자네에게 새로운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를 육성하라고 거의 강압적인 결과가 나오게 되었네. 자네의 결정을 존중하는 바 나는 필사적으로 반대했으나, 역부족이었네.”

 

 이사장의 표정은 반은 ‘이렇게 될거라 생각했다.’고 반은 ‘미안하다.’라는 표정이었다.

 

“이사장님이 이 학원의 최종 결정권자 아니었나요? 이사회 그 늙은이들이 무슨 권한으로 트레센 학원에까지 내정간섭을 한답니까?”

 

 이쯤되니 나도 울컥했는데 바로 이사장의 일갈이 날아온다.

 

“말조심! 이 학원의 운영경비에는 URA의 자금이 들어오네, 그리고 자네가 그동안 얻은 명성과 자네의 우마무스메가 받은 상금은 모두 URA에서 나온걸세, 그리고 그 상금과 트윙클 시리즈, 드림 트로피 리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며, 그 돈을 모으는데 필요한 것은 자네가 맡았던 학생회장 심볼리 루돌프 같은 ‘슈퍼스타’일세, 역설적으로 말하면 URA는 자네의 실력을 인정하지만, 학생회장이 트윙클 시리즈 3년을 마치고 드림 트로피 리그로 올라간지 2년이 지났고 조만간 은퇴까지 고려하는 지금 자네는 새로운 우마무스메를 맡지 않은거에 대해서 URA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걸세. 동의! 나도 자네의 행보를 존중하네만, 이해할 수는 없네!”

 

 심볼리 루돌프, 무패 클래식 3관, 트윙클 시리즈에서 받은 G1이 총 7관, 드림 트로피 챔피언스 미팅 그레이드 리그 플래티넘 입상 다수 플래티넘이 아니어도 대부분이 결승 진출. 내가 담당중인 우마무스메이자, 나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총 5년간 수 없는 공적을 쌓았고, 그 때문에 도쿄 후추 경기장에는 그녀의 동상까지 세워서 그녀의 업적을 인정하고 있다.

 

 우마무스메의 평균 활동기간 및 본격화기간을 고려하자면 아마 그녀의 커리어는 내년이 마지막이 될것으로 예상 중이다.

 

 URA의 이러한 행보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슈퍼스타인 그녀가 은퇴하면 반드시 영향은 갈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본격화 기간이 끝나가는 그녀를 억지로 붙잡다가 성적이라도 떨어지면 자기들 이미지만 나빠지니, 나에게 트윙클 시리즈 담당 우마무스메를 추가하라는걸 강요하는 거겠지

 

 사실 이것도 이미 2년째 끌고 있는 거긴 하다. 루돌프가 드림 트로피 리그로 이적할 때부터 U당시 URA의 회장이 술자리에서 직접 권유한 내용이기도 했으니까. 

 

 평균적으로 봤을 때 트레이너의 대부분은 자신이 담당하는 우마무스메가 우수한 성적을 거둬서 드림 트로피 리그로 이적하면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 하나를 더 맡기 시작한다. 우마무스메들이 3년간 레이스를 위한 육체훈련만 하는 게 아니다. 보통 오전에는 학교 수업으로부터 이론공부를 하며 그 이론을 트레이너와의 훈련을 통해 실제로 적용해보고 자신의 것으로 습득한다.

 

 요컨대, 트윙클 시리즈 3년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할 경험과 실력이면 드림 트로피 리그에서는 정말 중요한 경기 준비가 아니면 스스로 자신을 단련할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트레이너도 드림 트로피 리거 우마무스메만 전담해서 훈련하지는 않는다. 그 시간에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는 게 드림 트로피 리거나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에게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내가 루돌프 하나만 계속 맡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타즈나”

“예 이사장님”

 

“잠깐만 나가주겠나.”

 

잠깐의 침묵이 끝난 후 아키카와 이사장은 타즈나씨를 밖으로 내보냈다. 

타즈나씨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자 나도 대답으로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조용히 나가서 문을 닫았다. 문 잠그는 소리까지 난 거로 보건대, 중요한 이야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네와 학생회장 사이가 보통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이 학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네.”

 

평소 단어 하나로 외치고 큰 목소리로 시작하지 않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을 꺼낸 거로 봐서는 진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5년 정도 지내면 남자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관계가 남녀관계로 바뀌는 정도는 일반적이지,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 일 거고.”

 

이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학생회장 성격을 잘 알지,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그 어마어마한 독점력 그 점이 나쁘다는 건 아닐세, 그 독점력이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독점욕에는 자네까지 들어가 있다는 거고, 자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겠지?”

 

 정곡이다. 순간적으로 루돌프를 위해 부정할까 생각했으나 이사장의 눈빛은 평소 쾌활하게 큰소리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의 그 눈빛이 아니다. 마치 오랜 시간을 살아서 세상의 지혜를 모두 깨우친듯한 현자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 앞에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학생회장이 회장실에서 업무를 볼 때와 트레이닝을 할 때 혹은 경기장에 나갔을 때의 눈빛에 차이가 있는걸 보고 눈치챘네, 학생회장은 자네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네 역시 그 마음을 거부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학생회장은 학생회장다운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그녀 마음속에 있는 욕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걸세, 자네 역시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지금 나와 대화하고 있는 게 그 아키카와 이사장이 맞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너무 정곡이다. 실제로 작년에 챔피언스 미팅 플래티넘 수상 이후 술을 마셨을 때 그녀는 상당히 많이 마셔서 취했는데, 나를 덮치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는지 소위 ‘우마뾰이’라 불리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네 역시 그녀가 붙잡고 있는 그대에 대한 욕구가 그녀의 이성을 잠식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늘 조심을 하고 있는 거겠지, 혹시라도 자네가 다른 우마무스메에게 더 신경을 쓸 때 질투로 인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봐.”

 

 드림 트로피 리거 우마무스메 정도되면 스스로 훈련을 할 수 잇다보니 팀에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가 있는 경우 트레이너는 자연히 그녀를 더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물론 정상적인 이성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만약 드림 트로피 리거 우마무스메가 트레이너를 짝사랑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매우 달라진다.

 

 실제 그러다가 사고난 경우도 몇 번 있었고,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마무스메 레이스 시리즈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에서 일어난 경우다. 당연하지만 엄연한 성범죄이고, 드림 트로피에 활동하는 우마무스메가 이런 사고를 치는건 언론에 큰 이슈로 나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은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나는 루돌프를 그렇게 허무한 은퇴를 시키지 않기 위해서 아예 트윙클 시리즈 우마무스메를 늘리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말은 안했지만 그녀도 나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이유를 알고 스스로 몸가짐을 바로잡고, 남들에게 명예와 모범을 보여줘서 후배 우마무스메들이 따라올 수 있는 ‘황제’의 길을 걷고 있는거니까.

 

 오죽하면 작년에 그일 이후에는 술을 자중할 정도니까

 

“하지만,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고, 이기적이네. 자네의 그 행동이 과연 그녀가 꿈꾸는 황제의 길과 맞는지를 생각해보게, 그녀가 만드는 황제의 길은 그녀 혼자 군림하는게 아닌, 우마무스메들이 따라올수 있게 이끄는 황제가 되는 거라네, 그렇기 위해서는 자네의 능력이 그녀만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는거네!”

 

 이사장의 일갈에 나는 할말이 없어졌다. 역시 정곡이다. 그녀가 클래식 아리마기념을 재패하였을 때 자신은 우마무스메들이 따를 수 있는 황제가 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것은 그녀를 따를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는거니 이 무슨 어불성설인지..

 

 이사장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일주일!”

 

 다시 원래의 이사장 목소리로 돌아왔다. 대화를 끝내겠다는 뜻이겠지

 

“7일의 시간을 주겠네, 트윙클 시리즈에 데뷔하지 않은 우마무스메중 자네가 맡을 하나를 정하게, 필요하다면 선발 레이스까지 열고 자네에게 첫 번째 선택권을 주겠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네 돌아가게!”

 

 이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으나 무척 고뇌하는 표정인점은 틀림 없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이후에 이사장실을 나갔다.

 

 타즈나씨는 그때까지 밖에 서있었다. 그녀의 표정에 평소에 보여주던, 누구든지 보면 힘이 나게 하는 그 미소는 없엇다. 다만 나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이후에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이사장의 심정도 이해한다. 비록 URA의 강압이 들어가긴 해도 그녀는 트레센 학원에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페어와 학원의 우마무스메들 둘중에서 그녀는 우마무스메를 선택했다. 우마무스메들을 육성하는 트레센 학원 이사장으로서 당연한 선택이고, 나는 그녀의 선택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올게 왔구나라는 심정이었다.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바람 좀 쐬고 싶다. 

 지독하게 오늘 날씨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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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써놓았던 플롯을 괴문서로 가공해서 올려봄

한 2~3편정도 나올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