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 그물(hay net)이라는 건데 말이 사료를 빨리 못 먹게 하는 용도임. 이 물건을 쓰는 이유는 이렇다고 한다.


1. 말의 소화기관은 구조상 구토를 할 수 없어서 허겁지겁 사료를 먹었다가 장을 막아버리면 말을 다루는 사람이 제일 두려워하는 산통(흔히 콜릭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복부 통증을 칭하는 말임)에 걸리기 딱 좋음. 그래서 이 물건에 건초를 넣어주면 그냥 줄 때보다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확연히 줄어드니까 천천히 먹게 됨.


2. 원래 야생 상태의 말은 깊은 잠을 자는 2시간 빼놓고는 항상 풀을 뜯었음. 그래서 항상 위산이 분비가 되는데 위에 내용물이 없는 상태가 3시간 이상을 넘어가면 위궤양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그물에 담아서 주면 같은 양이라도 오랫동안 조금씩 나누어 먹게 되니까 먹이를 씹을 때 발생하는 침이 제산제 역할을 해서 위궤양 발생을 예방해줌.


3. 여기에 말의 정신 건강에도 효과가 있음. 목장에선 관리인이 있는 일과 시간에 말을 방목장으로 내보내고 저녁에는 마굿간으로 들여보내는데, 초원을 뛰놀던 본성이 남아 있다보니 구사에 들어간 말이 스트레스를 받고 지루해할 수 있음. 이게 심해지면 악벽(stable vice)이라고 하는 나쁜 버릇이 들기도 함. 하지만 저녁 시간에 다음날 아침까지 먹을 건초를 이 그물에 넣어서 주면 말이 건초 빼먹는 재미에 지루함도 달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다른 방식은 공이나 빈 우유통을 구사에 넣어줘서 말이 가지고 놀게 한다든지, 염분 블록을 걸어두는 것)


이걸 쓸 데는 처음부터 그물망이 촘촘한 걸 쓰면 안 되고(말이 성질 뻗쳐서 찢어버릴 수 있으니깐), 그물망이 성긴 것부터 시작해서 적응해 나가면 서서히 촘촘한 사이즈로 교체하면 된다고 한다.


진짜 말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