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레이스까지 몇가지 일이 잇었다.

 

 우선 선발 레이스에서 담당 우마무스메들을 스카우트 하겠다는 신청서를 이사장실에 제출하러 갔으나, 이사장이 지금 내 얼굴 보면 울거라면서 타즈나씨가 죄송하다며 대신 받아줬었다.

 

 며칠 뒤 내가 새로운 우마무스메를 스카우트 한다는 소문은 트레센 학원 전체에 퍼져나갔고 ‘황제’ 루나, 그러니까 심볼리 루돌프와 1년간이라도 같은 팀이 되어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울수 있다는걸 기대한 신입 우마무스메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는건 좋았다.

 

 문제는 선발 레이스에 준비하는 우마무스메들이 저녁 늦게까지 자율 야간훈련한다고 통금시간까지 어겨버려 기숙사 사감인 후지 키세키와 히시 아마존 두 우마무스메가 나에게와서 하소연하는 웃지못할 일이 있었다.

 

 심각한 문제로는 이미 트레이너와 파트너를 이룬 우마무스메들이 트레이너와의 담당계약을 해제하고 선발 레이스에 참여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돌아서 카시모토 수석 트레이너를 통해 ‘기존에 계약되어있는 우마무스메들은 선발하지 않는다.’ 라는 정확하면서 가차없는 공지를 했다.

 

 애초에 나랑 루나 역시 트레이너가 없는 우마무스메들만 검토했지 이미 트레이너와 페어를 이루고 있는 우마무스메들은 제외한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처음에는 몇 명부터 받아야할지를 고민하다가 2명으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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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발 레이스 당일 약속장소에 나가자 루나가 먼저 와있었다. 평소처럼 렌즈가 아니라 오늘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경이네. 오랜만에 보는걸.”

 “웬지 오늘은 렌즈대신 안경을 쓰고싶어졌어.”

 

 루나는 오늘만큼은 우마무스메 ‘심볼리 루돌프’가 아니라 서브 트레이너 ‘심볼리 루돌프’로 지켜보겠다는건가. 아무튼 터프를 내려다보니까 어느새 선발레이스 1조가 게이트인을 완료하고 출발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선발레이스 1조가 경주를 시작했다. 날씨 맑음, 거리 1000미터, 경기장 터프에 양호.

 

 루나는 선입 마군에서 달리고 있는 짙은 갈색 머리에 파란색 눈동자를 지녔고, 오른쪽 귀에 별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한 우마무스메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엘레강트 디파이(Elegant Defy), 두번 뿐이지만 어머니가 트윙클 시리즈 G1 우승경력이 있고, 챔피언스 미팅 플래티넘 수상경력도 1회, 골드 1회가 있는 것 같아, 드림 트로피 리그 1년차를 마치고 돌연 은퇴, 담당 트레이너의 고향이었던 한국으로 넘어가서 그녀를 낳았는데 어렸을때부터 외할아버지의 일을 돕겠답시고 수레 끄는 일을 좀 했고 여기 트레센 출신 아버지에게 따로 트레이닝을 받았는지 파워와 스태미너는 평균 이상이지만, 다만 스피드는 조금 부족해 그래도 자질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니 거재마전의 방식으로 훈련하면 클래식의 관을 노려볼수 있다고 생각해”

(車在馬前(거재마전) : 수레가 말 앞에 있다는 뜻으로, 처음 말로 마차를 끌게 하려면 다른 수레의 뒤에 말을 매어서 따라오게 한 뒤에 나중에 다른 마차를 끌도록 훈련시킨다는 의미에서, 사람을 훈련시킬 경우에도 기초적인 일부터 훈련을 시킨 뒤에 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

 

 루나가 첫 번째로 지목했던 우마무스메다. 스태미너가 평균 이상이라는 그녀의 말마따나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발딛을 때 너무 많은 힘을 쓰고 있었다. 저건 어느정도 트레이닝으로 교정해주면 된다.

 

 엘레강트 디파이는 마지막 200미터를 남기고 선두를 가져가기 위해 스퍼트를 시작했지만, 쓸데없는 힘의 낭비로 인해 마지막 스퍼트때 100%를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3착으로 들어왔다. 사실 1착으로 들어온 우마무스메가 더 잠재력이 높아 보였지만 쟤는 경쟁률이 너무 높을 것 같아서 일부러 선택을 안했다. 어느 트레이너를 만나도 잘 할 것이다.

 

 2조에서는 나랑 루나가 봐둔 애가 없었기에 잠시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괜찮아. 표정이 약간 어두운데.”

 “어.. 괜찮아.”

 

 안경을 써서 그런가 루나가 평소와 같은 기백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2조의 레이스가 끝나고 3조 차례였다. 루나는 다시 일어섰다.

 

 “가자, 그대여, 우리가 생각하는 두 번째를 연지구지할때인 것 같다.”

(硏之究之(연지구지) : (1) 어떤 사물(事物)을 과학적(科學的)으로 분석(分析), 관찰(觀察)하는 일 (2) 어떤 일에 대(對)하여 깊이 생각하고 사리(事理)를 따지어 보는 일.)

 

 루나는 나에게 팔을 내밀었고 내가 루나의 손을 잡자 루나는 그대로 잡아 당겨서..

 

 “어..”

 “아....”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그대로 서로 껴안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순간 나와 루나 모두 머리가 정지되어버렸는지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

 

 “헤에.. 회장... 아무리 둘이 좋다 하더라도 보는 눈이 많다고.”

 

 선발 레이스인만큼 차기 학생회장으로서 루나 대신 학생회 대표로 참석중이던 우리 옆에 와서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우릴 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루나는 화들짝 놀랬다.

 

 “미안 이런 백옥미하를..”

 루나의 얼굴이 그녀가 좋아하는 사과마냥 붉어졌다.

(白玉微瑕(백옥미하) : 흰 옥의 작은 티라는 뜻으로, 작은 과실이나 조그마한 실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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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도 시작 전에 나랑 루나는 터프가 잘 보이는곳에 자리를 잡았다.

 3조가 게이트인 완료되고 출발했고 나와 루나는 미리 생각해둔 우마무스메를 바라보았다.

 

“기기묘묘한 우마무스메 하나가 이번에 등장했어.”

“소문은 들었지, 무디 블루스.”

 

 현재 첫 번째 코너에 들어선 선행 마군에서 3착으로 달리고 있는 연보라빛 머리의 우마무스메이다. 오른쪽 귀에 매단 수화기의 스피커같은 모양의 브로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크한 우마무스메의 전술을 바로 뒤에서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

“그리고 마지막에 치고 나가지, 스태미너가 뛰어나다고 해야할까. 저거는 전형적인 라이스 샤워의 전술이었는데.”

 

 라이스 샤워, 동세대에서는 스테이어로서 메지로 맥퀸과는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우마무스메이다. 주로 구사했던 전법이 상대를 마크 후 끝까지 따라가서 마지막 스퍼트로 앞지르는 작전이었고, 이 작전을 통해 루나처럼 클래식 3관을 노리던 미호노 브루봉을 국화상에서 격추시켰고, 천황상(봄) 3연패를 노리던 스테이어 메지로 맥퀸마저 무너뜨렸다.

 

 하지만 무디 블루스와 라이스 샤워는 차이가 있었는데, 라이스 샤워는 상대를 마크하더라도 자신의 포지션과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린다. 그런데 무디 블루스는 그대로 카피 수준이었다. 예로 들면 몇 년전 국화상때 라이스 샤워는 선행마군 5위에서 도주마군 2위로 달리던 미호노 브루봉을 노리다가 최종 직선에서 추월했다. 그런데 만약 무디 블루스였다면 끝까지 3착으로 따라 붙었을 것이다.

 

 루나가 기기묘묘하다고 말할만 하다. 하지만 저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녀에게 알맞은 각질은 트레이닝을 통해 발굴하고, 그녀만의 위치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마크하는 방법을 알려줘야지 만약에 마크 대상이 추입으로 시작해서 레이스 중간부터 규격 외 스퍼트로 치고 나가는 골드쉽이나 중후반부 상상을 초월한 뒷심으로 가속도를 폭발시켜 나가는 나리타 타이신같은 타입일 경우에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그대로 침몰이다.

 

 최종 직선에서 상대가 2착에 오르자 무디블루스는 그대로 스퍼트를 해서 1착으로 들어왔다. 

 

“무디 블루스, 아직 각질쪽에 대한 교관 트레이너의 의견은 없지?”

“항상 모의 레이스때 저렇게만 뛰었다고 하니까 아직 각질분석은 없어, 불가사의한 우마무스메야.”

 

 한번 더 무디 블루스를 바라보니까 가뿐 숨을 쉬며 신체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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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스 직후 루나랑 15분정도 이야기한 끝에 처음 계획했던 데로 엘레강트 디파이랑 무디 블루스 둘을 1순위로 스카우트 하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나는 엘레강트, 루나는 무디하고 이야기하러 가기로 했다. 무디는 1착을 했기 때문에 트레이너 몇 명이 스카우트 할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황제’인 본인이 가서 이야기해보겠다고 그녀가 직접 말했다.

 

 나는 수분회복음료를 마시고 있는 엘레강트를 발견했다. 3착이라 그런지 아직 그녀에게 먼저 다가선 트레이너들이 없다. 기회다.

 

 “저기. 엘레강트 디파이 맞지?”

 “안녕하세요. 이름이 어려우니 그냥 엘리라고 불러주세요. 어라 트레이너시네요?”

 

 엘레강트, 엘리는 내 셔츠의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트레이너 뱃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혹시 트레이너님이 저에게 오셨다면, 설마?”

 “어.. 혹시 아직 스카우트 안되었다면 혹시 내가 너를 담당할수 있는지 제안을 하려고.. 으악 잠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리는 나한테 뛰어와서 내 품에 안겼다.

 

 “3착해서 걱정했다고요. 혹시 아무도 안오면 어떻게 하나, 룸메이트는 다른조에서 1착해서 끝나자마자 트레이너 몇분이 와서 경쟁하는데 저는 아직까지 아무도 안오고 그래서 설마 이대로 고향에서 절 응원하는 분들의 기대와 달리 스카우트 못되는거 아닌지 걱정했다고요.”

 

 엘리는 아예 내 셔츠에 고개를 파묻고 기뻐하고 있었다.

 

 “트레이너, 개수일촉이긴 했지만 무디 블루스의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하필 타이밍도 안좋게, 루나가 무디를 데리고 왔다. 내 품에 머리를 박고 기뻐하는 엘리를 보더니 표정이 약간 굳었다. 나는 부랴부랴 엘리의 어깨를 잡고 거리를 둔 다음 재빠르게 그녀를 180도 돌렸다.

 

 “어.. 어쨌든 스카우트에 동의하는걸로 알고, 서브 트레이너에게도 인사하자.”

 “잘부탁 드립니다. 엘레강트 디파이라고 합니다!! 엘리라고 불러주세요.. 헉... 화.. 황제.”

 “심볼리 루돌프다. 잘 부탁하지.”

 

 루나의 표정은 어느새 평상시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아까 순간적으로 보여준 그 표정은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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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강트 디파이 이름의 유래는 엘레강트는 우아한이란 뜻으로 다른 영단어로는 그레이스(Grace)가 있음 그리고 디파이(Defy)는 저항하다라는 뜻임. 이쯤되면 네이밍 의도 알거라 생각함

 

무디 블루스는 전편에서 누가 댓글로 적은건데, 원하는 대상을 리플레이 해버리는 스탠드 능력을 적당히 응용하면 대충 우마무스메 하나 나올 것 같아서 그걸로 정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