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임팩트같이 존나 좋은 성적의 종마를 쓰기엔 교배료가 너무 비싼데, 그래도 그 혈통을 넣고 싶을 때는 종종 '대용품'을 사용할 때가 있음

대용품은 주로 그 교배료 비싼 종마의 전형제(어미도 아비도 같음)나 이복형제(아비가 같고 어미는 다름), 그리고 반형제(어미가 같고 아비가 다름)가 대상이 됨

교배료 비싼 그 말이 암말인 경우 전형제와 반형제, 수말인 경우 전형제와 이복형제를 대용품으로 사용함

위에서 예시로 든 딥 임팩트의 경우에는 전형제인 블랙 타이드가 대용품으로써 유명함


2011년을 기준으로 딥 임팩트의 교배료는 1000만 엔, 당시 환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1억이라는 거액이었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심볼리 루돌프 이후 첫 무패 3관마라는 타이틀에다, 아비가 바로 없었다면 지금의 일본 경마계도 없었을 거라는 선데이 사일런스라서 교배료는 치솟을 대로 치솟는 중이었음 (이후 2019년까지 계속 올라 4천만 엔을 찍었음)


이처럼 비싼 교배료 때문에 소규모 업자들은 쳐다도 보지 못할 정도였고, 일부 업자들은 딥 임팩트의 '대용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함


2011년을 기준으로 블랙 타이드의 교배료는 딥 임팩트의 10분의 1도 안되는 80만 엔이었음

그 딥 임팩트의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형제임에도 어째서 교배료가 이렇게 싸냐 하면, 보통 대용품은 원본보다 산구 성적이 압도적으로 별로이기 때문임

대용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진짜 유전 운빨이 터져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거는 것이기 때문


아무튼 야나가와 목장이라는 곳에서 딥 임팩트의 교배료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 대용품인 블랙 타이드와 목장 소유 암말을 교배시켰음

그리고 그렇게 1년의 임신 기간을 거쳐 무사히 2012년 3월 10일 한 말이 태어남


하지만 "기껏해야 대용품의 산구"라는 인식에다 1살때부터 다리가 너무 길어지며 신체 밸런스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평가를 는 바람에, 말을 파는 셀렉트 세일에서조차 팔리지 못하고 나중에 목장 주인의 지인이 "자기랑 닮았다"며 350만 엔에 저렴하게 사감


이쯤되면 알 사람은 다 알 거라 생각함

블랙 타이드의 산구로써 태어났고 350만 엔에 거래된 그 말의 이름은 바로 "키타산 블랙"임


목장 주인의 지인은 일본의 유명 엔카 가수 키타지마 사부로 씨고, 목장 소유의 암말은 사쿠라 박신 오의 산구 중 하나인 슈거 하트

키타지마 씨가 소유한 '키타산' 시리즈는 키타산 블랙 이전까지 G1은 커녕 중상조차 잘 이기는 말이 드물 정도였다고 함

그러다가 우연히 유전 운빨이 대성공한 말을 만났고, 살 때는 겨우 350만 엔이었음에도 18억이라는 상금을 가져다 줌


이러한 운빨이 아주 가끔 터지는 것이 바로 경주마의 교배임

대용품을 사용해 운빨이 터진 경우는 아니지만, 혈통이 썩 좋은 경우가 아님에도 그 그닥인 혈통의 장점만을 모아 모아 탄생한 초 운빨이 바로 오구리 캡

물론 역방향으로 운빨이 터질 수도 있음

닛포 테이오라는 훌륭한 아비가 있음에도 산구였던 하루 우라라는 1승조차 거두지 못함


대용품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운빨이 터질 때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