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타카라즈카 기념에는 메지로 맥퀸도, 토카이 테이오도 없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메지로 맥퀸와 토카이 테이오가 양쪽이 다 골절당했다.


천황상(봄)에 있었던 결투의 반동이었을까,


두 우마무스메는 이번 타카라즈카 기념에 출주하지 못했다.




그녀들의 팬들은 생각했다.


‘메지로 맥퀸도, 토카이 테이오도 없는 이번 레이스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생각을 보여주듯이, 레이스장에는 G1 경기에 어울리지 않는 침묵이 감돌았다.


침묵은 마치 그녀들이 없는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역이 없다고 한들 타카라즈카 기념은 시작했다.


설사 주역이 없다고 한들, 레이스는 주역을 만드는 법이다.


레이스의 주역을 꿈꾸는 수많은 우마무스메들.


메지로 파머 또한 그 수많은 우마무스메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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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지로 파머의 데뷔는 기구하게 시작했다.


동기인 메지로 라이언과, 후배임에도 자신보다 뛰어난 메지로 맥퀸이 있었다.


그녀는 메지로 가에서, 언제나 은연 중의 비교의 대상이었다.




이런 ‘메지로’의 이름에 짓눌려 살아왔던 메지로 파머는, 뛰어난 레이스를 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녀를 따라오는 건, 메지로 파머가 상상하는 ‘메지로 가의 수치’라는 이름의 괴물.


‘메지로 가의 수치’는 언제나 자신의 있을 장소를 없애온다.





‘메지로’ 파머는 ‘메지로’ 다운 고결한 달리기를 하지 못한다.


‘메지로’ 파머는 ‘메지로’ 치고는 비루한 혈통이다.


‘메지로’ 파머는 ‘메지로’ 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메지로 파머는 연기했다. 하다못해 ‘착한 아이’로 있자고.


‘착한 아이’로 있는 자신은, 적어도 ‘메지로’ 가에 구석에나마 있을 수 있으니까.


끊임없이 노력하는 ‘착한 아이’에게 뭐라 할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파머는 메지로에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바뀌었다.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태양과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갑갑한 메지로 가에서, 그리고 ‘착한 아이’로 있는 자신에게서 도망갈 수 있게 되었다.






‘프리스타일 레이스라, 해보는 게 어때?’



남자는 그녀의 등을 밀어주었다.



‘네 담당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남자는 그녀를 긍정해주었다.



‘파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말이야.’


‘..다크 서클? 아니,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들러리에 못난 그녀에게, 있을 장소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태양, 헬리오스는...





“웨이 웨이 웨이 웨이~~ 파머, 곧 레이스 시작한다구~.”




지금도 이렇게, 파머의 곁에 있다.


곧 있으면 레이스가 시작하는 데에도, 아무런 망설임도 불안함도 없었다.


헬리오스는 파머와 달랐다. 너무나도 달랐다.


헬리오스는 레이스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달리는 기쁨을 알고 있었다.


걱정 없이 밝은 모습과, 모두에게 활기를 가져다주는 모습은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


트레이너가 파머를 이끌어주었다면, 같이 걸어준 건 헬리오스였다.





“에~~ 파머, 엄~청 진지한 얼굴, 파머답지 않다구~ 자자, 웃어.”


“곧 있으면 대도주 초도주로 나를 쫓아와야 하는데, 그런 얼굴로 되겠냐구~.”





...분명, 그녀들은 레이스에서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답도 없는 하이페이스 바보들의 도주극은, 레이스를 망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과거의 파머라면, 그녀 자신만이 느끼는 괴물의 압박과 차가운 시선에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곁에 있는 헬리오스(태양)가 있다.


조용히 자신의 등을 밀어주고 있는 트레이너가 있다.


더 이상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었다.






그래, 보여주자.


모두에게 알려주자, 여기에....





“아, 파머의 미소, 초~ 위험해 보이는뎁쇼~ 그래도그래도, 내 쪽이 더 빠를 거라고~.”






‘메지로’ 파머가 아닌.


메지로 ‘파머’가 여기에 있다고.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헬리오스에게 외쳤다.





“가자, 나의 태양! 모두에게 초도주를 보여주자고!”


“웨이웨이~ 대도주 초도주 폭도주~ 기분 좋게 도주해버리자고~.”





그녀들은, 사이좋게 패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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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주역이 없다한들, G1은 G1.


모두가 주역이 없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가 울린다.


경기장스럽지 않는 수근거림이 경기장에 감돌며, 동시에─.


타카라즈카 기념이 시작되었다.


우마무스메가 꿈을 안고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경기장에는 해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달려나가는 우마무스메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다름 아닌 파머.




[이건 완전히 많은 분의 예상대로, 메지로 파머가 도주의 꿈을 싣고, 선두에 섰습니다.]




메지로 파머, 그녀는 느꼈다.


바람이, 무척이나 기분 좋다.


지난번에 맥퀸의 등을 바라보기만 했어야 했던, 천황상과는 다르다.


기분 좋게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녀의 등 뒤에는, 헬리오스가 있었다.


달려나가는 그녀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해설이 말한다.





[메지로 맥퀸도, 그리고 토카이 테이오도 없지만..]


[하지만 재미있는, 재미있는 타카라즈카 기념입니다.]


[12번의 메지로 파머가 선두, 그리고 2위에는 3번의 다이타쿠 헬리오스...]




바보같은 도주마들의 도주극을 보여주듯이, 헬리오스와 파머는 달려나갔다.


하지만 그녀들의 뒤에는, 이번 경기에 절실한 한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카미노 크렛세.


천황삼 봄도, 야스다 기념도 2착.


메지로 맥퀸과 야마닌 제퍼에게 지고 말았던 그녀는, 첫 G1 제패를 위해서 이를 갈고 있었다.




‘이번에는 야마닌 제퍼도, 메지로 맥퀸도 없어...’




쟁쟁한 라이벌들이라고는, 이번 타카라즈카 기념에는 없다.


그걸 보여주듯이, 그녀는 1번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따라갈 수 없는 스테이어도, 마일에서는 심볼리 루돌프를 이길 수 있다는 강자도, 여기에는 없다.


그렇다면 주역은 자신일 수밖에 없다. 그녀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앞에 있는 두 명은, 어차피 하이 페이스 도주로 무너진다.


최근에 메지로 파머가 1착을 해냈다지만, 그건 G3 경기.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다이타쿠 헬리오스도 강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일의 이야기.


2200m의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가장 우승에 가까운 건 자신이다.




[6번, 카미노 크렛세,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과연 G1 제패를 이룰 것인가?]




확신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게 뛰어간다.


제 3 코너를 지나, 제 4 코너로 들어온다.


대부분의 거리를 지났다. 이제 다이타쿠 헬리오스는 침몰한다.


어정쩡하게 대도주하는 그녀, 메지로 파머 또한 무너진다.





확신에 가득 찬 카미노 크렛세는, 어느새 제 3 코너를 지나 4 코너를 통과하며, 다이타쿠 헬리오스를 지나간다.


그리고, 그녀에게 읊조린다.



“수고했어. 이제는 내 차례야.”


“헥헥.. 에엣? 크레셋찌??”




바보 같은 칭호로, 다이타쿠 헬리오스는 나를 부른다.


어처구니없는 바보 같은 모습에, 나는 무심코 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잘 봐주도록 해, 네 친구가 침몰하는 모습을 말이야.”


“···, 이봐 크레셋찌, 잘 들어.”





어라, 이 녀석.


이런 얼굴도 할 줄 알았던 건가.


엄청나게 비릿하지만, 그러면서도 통쾌해 보이는 미소로 그녀, 다이타쿠 헬리오스가 말했다.




“내 짱친인 파머는, 이제부터가 본 실력이라고.”




그리고, 레이스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큰 목소리로, 그녀가 외친다.


아까까지의 표정은 어디에 갔는지, 무척이나 통쾌하고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이겨버려어~~~~~~~~~~~~~~~~!! 파~~~~~~머~~~~~~~!!”




그녀의 외침을, 카미노 크렛세는 비웃는다.


흥, 그래도 상관없어. 다이타쿠 헬리오스.


메지로 파머는 지금부터 스피드가..




스피드..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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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달린다.


도망친다. 도망친다...!




마지막 코너를 달려 나가면서, 느껴지는 시선과 목소리.



‘또 저 녀석들인가.’


‘저래도 금방 무너지겠지.’


‘맥퀸이 있었으면 이쯤에서 따라잡았을 텐데~.’




누구 하나도, 우리가 이기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바보들의 도주극은, 언제나 레이스를 망칠뿐이다.





그러니까 달린다.


그러니까 도망친다.


세간의 평가로부터, 나를 조여오는 괴물로부터.


답답하고 갇혀 있어야만 했던, 내 과거로부터.


같이 도주하는 나의 태양이, 곁에서 말한다.




“아하하하!! 파머, 이거 혹시 우리 이길지도 모르겠는데?!”




그래,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가능성이 있다.


주역이 될 기회가, 레이스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발이 가볍다, 팔다리도 자유롭다.


분명히 지쳐야 할 시간인데, 전혀 지치질 않는다.


몸이 말하고 있다. 여기서 달리라고.


레이스가 끝나고 몸이 무너질지라도, 그럼에도 달리라고 말하고 있다.





“오오?! 파머, 쩔어쩔어 개쩔어~ 찐으로 기세 탔는 걸!”




점점 뒤로 가는 헬리오스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그래, 그녀의 말대로다. 기세를 탄 나는, 달린다.


지치지 않고 달린다. 중간에 힘이 다할지라도, 더 이상 뛰지 못할지라도. 나는....!





“이겨버려어~~~~~~~~~~~~~~~~!! 파~~~~~~머~~~~~~~!!”





절대로, 이긴다!



‘고마워, 헬리오스.’





아아아아아!!!!”




다리에 남은 힘을 쏟아 붓는다.


어디까지든, 어디까지든, 앞으로 나아간다.


한계였던 속도를 올린다, 더더욱 올린다.


더 이상 도달하지 못할 속도까지도 모두 끌어올린다.





“잘 보라고 모두!!! 이게, 나의...”



관중이 술렁인다. 모두 하나같이 ‘설마 이기는 건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 표정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표정의 모두에게, 외친다.






“이게 나의, 우리들의 대도주다~!!!”




메지로가로부터.


세간의 평가로부터.


우리들을 비하하는 모두로부터.


그리고, 나를 쫓아오는 그녀로부터..!






도망가고 도망치고 도망친다!



“으아아아아아아!”





[메지로 파머 도망간다! 메지로 파머 도망간다!]


[오오, 메지로 파머의 독주가 되고 있다!]


[메지로 파머, 독주 태세다!]


[키미노 크렛세, 쫓아오고 있지만 닿지 못한다!]





쭉쭉 기분 좋게 도주해나가는 메지로 파머에게, 관중들은 놀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녀들의 도주극.


2 마신차 정도로 보이는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카미노 크렛세가 쫓아가지 못했던 게 아니다.


메지로 파머가, 자유롭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도주하고 있다!




[메지로 파머, 메지로 파머, 메지로 파머다!]



그대로, 누가 보아도 상쾌한 도주극의 끝에─.



[도망쳤다, 메지로 파머다!]


[맥퀸을 대신해, 메지로 파머가 도망쳐 버렸다!!!]





메지로 파머, 아니, 파머는.


마침내, 당당하게 도주했다.






대도주 바보들의 유쾌한 반란의, 시작점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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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여 트레이너, 뭘 그렇게 보고 있어.”



파머의 질문에, 나는 사진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옛날 사진을 보고 있었다고.


사진에는 자신이 담기지 못한, 타카라즈카 기념 우승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부끄럽게도, 자신은 담당의 첫 G1 승리의 날에, 꼴사납게도 기절해버렸다.


당당하게 1착의 기록을 남기고 돌아온 그녀가, 대기실에서 기절해 있는 자신을 보았을 때의 표정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담겨 있는 사진에는, 묘하게 초라한 모습의 파머와 헬리오스, 그리고 구무원씨만 계셨다.





“아하하, 그때의 일을 아직도 신경 쓰고 있어? 신경 쓰지 말라니까~.”



착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머쓱하게 웃었다.


언제나 바보 같은 우리들의 대도주극이, 처음으로 인정받았던 순간.


가장 기뻐해야 할 사람이 없다니. 너무나도 미안했다.





그렇게 말을 전하니, 파머가 부끄럽다는듯이 옆머리를 긁었다.


이에 휘날리는 꼬리와 앞머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파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그러면 말이야.”


“사죄할 겸 이번 휴일에 같이 나가지 않을래?”


“우..우연히 헬리오스랑 약속이 취소되어서 말이야, 수족관 티켓이 하나 남거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뒤로, 수풀 사이에 나뭇가지를 들고 숨어 있는 헬리오스가 있었다.


여전히 바보 같은 콤비구나, 라고 생각하고 피식한 나는,


머쓱하게 뺨을 긁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좋아, 나의 최고의 담당마 씨.”



당당하게 말하는 내 얼굴에, 파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여전히 직구에는 약한, 귀엽디귀여운 내 담당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레이스를 떠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앞길이, 앞으로도 멋지기를 바랬다.








끝.





파머 아껴요


카미노 크레세 (애니메이션 2기, 카니아 테라시온)에게는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