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당 중인 우마무스메를, 그것도 한창 클래식 시즌 중에 그만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커리어에 타격이 온다. 우마무스메에게도 트레이너에게도. 

특히나 일생일대의 클래식 시즌. 가뜩이나 부상으로 더더욱 중요한 이 시기.


지금부터 새로운 트레이너를 구하는 것도 일이고, 그 트레이너와 재활을 병행하며 시즌을 준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 생초짜인 나라도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불가능 하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도 나는...

결국,


그만뒀다.



수고!!! 이러한 형태지만 자네의 노고는 이해하네!!!



같은, 웃기지도 않는 인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도망치는 거다. 근데 도망치는게 맞잖아. 나는 그 아이를 응원하고 가르치는 사람이지,

그 아이의 눈부신 미래를 내 추악한 욕망의 해소구로 더럽히는 사람이 아니다.

성범죄자는 아니야.


아니고 싶다.




타즈나씨는 복잡한 얼굴로 정해진 직장이 있냐고 물어봤었다. 그건 아마, 그녀 나름의 배려겠지.

있을리가 있겠습니까. 네리마에 작은 소바집. 가업을 잇지도 않고 트레이너가 되겠다고 트레센으로 나온 나다.

본가는 그리 멀지 않지만, 그래도 떠나고 싶었다.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담배를 입에 물고, 요즘 시대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물고서, 재를 떨어트릴 거라면 재떨이는 왜 가져다 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종이가 무정하게 넘어가고, 그러던가. 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안다. 그토록 요리관련의 전문대를 가라고 했던 아버지니까.

그렇게 떠나온 집. 거리는 멀지 않지만, 그 때문에 가본지가 3년이 넘은 집.


그 곳 말고는 없겠지. 염치는 없지만.



"어딜가서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트윙클 시리즈라고 하는 게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나쁜 짓만은 하지 마라. 범죄는 저지르지 말라고."


"내 자식이 신문에 안 좋은 이야기로 나기만 해 봐라."



신문이 사르륵 내려간다. 바 너머의 물소리. 마감이 끝난 후 아버지를 도와 설거지를 하고 있는 굽은 등.




"너희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머리 숙이는 일만 없게 해라."




그런 사람이었다.

그 때의 나는 당연한 걸 왜 그렇게 말 해. 하고 나를 무시하는 -아버지는 항상 그런 태도였다- 아버지에게 살짝

반감이 들어, 퉁명스레 대답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뭔가를 제대로 할 의지도 없는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언한 거겠지. 그렇게 좋게 생각하려다가도 복잡하다.

결국 아버지 말대로, 나쁜 짓... 잘못 된 감정이 들어서 전부 포기했으니까.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을, 게다가 날 골라준 그녀를 배신했다.

두 번 다시 트레이너... 우마무스메 관련 된 일에는 엮이지 않을 거다.

그래야 한다. 이러고 나가서 염치도 없이 무언갈 하고 있다는 걸 알면.



그녀는... 크릭은 용서하지 않겠지.

그녀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트레이너 룸이나 트레이닝 실의 물건은 모두 파기해달라고 타즈나씨에게 말한 뒤에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떠날 때처럼 이유를 묻지 않았고, 어머니는 내 두 손을 잡았다.


부루튼 손. 그러고보니 연이은 불황이라고 했다. 가게 안에는 여전히 어머니와 아버지뿐.

종업원을 구한다고 했었지만 그 마저도 포기한 모양이었다.


하긴, 있는 건 오래 되었다고 하는 연식뿐인 이 낡은 소바집에. 달라질 거라곤 나날이 늘어만 가는 적자 뿐이겠지.





"트레이너가 되서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었니? 어쩌다가..."


"거 여펀네. 뭘 물어. 어차피 뭘하든 어중간한 녀석이니까 그렇지."




그 말대로였다.

가게 2층의 내 방은 여전했다. 보통 출가하면 창고로 쓰던가 할 텐데.

떠날 때와 다른 것은 침대에 깔린 이불 뿐. 먼지는 조금 쌓였지만 완전히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어머니겠지.


매사에 신중하고, 다정하고, 꼼꼼하고, 심지가 굳으신 분이다.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괜히 도시락을 챙기기 싫어했던 -이유는 소바집이기에 매번 튀김을 챙겨 온다는게 눈치 보여서- 나에게 웃으며 억지로 도시락을 챙겨줬던 것이 떠오른다. 뭐라 말 못할 감정이 북차오르지만 지쳤다. 이사장실에서 꼴사납게 울며 애원한 뒤, 그 날 오후 바로 짐을 챙겨 나왔으니.


'띠링'


하고 핸드폰이 계속해서 울고 있다. 수많은 메세지가 떠오르고, 그 갯수에 잡아먹히듯이 몸을 침대에 누윈다.

손에 쥔 핸드폰이 굴러 떨어져, 동. 하고 소리를 낸다.

지쳤어.



크릭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은 건 잘 한거야.

타즈나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관련 자료들 다 폐기 해줬을까.

아, 인수인계용으로 부탁했던 자료도 폐기하면 안 되는데.


게다가 발목 관찰지를 의사랑 이야기 해야되고 소견서 확인해서...

모르겠다.


몰라.


지쳤어.



살짝 습기를 머금은 이불. 하지만 부벼지는 뺨의 감촉은 기분 좋아서. 이대로 눈을 감으면 전부 사라질 것 같아서

그러고 싶어서 깊게 숨을 들이 마신다. 내 숨소리가 거슬리는 적막. 동시에 눈 앞에 그려지는 갈색 머리칼.

포근한 미소. 아, 하고 돌아보며 반짝이는 코발트색 눈동자. 잘 익은 만두처럼 탱글탱글, 부풀어 오르는 뺨. 그 중앙에 먹음직스러운 그녀의 입수...



씨발.



씨발.


씨발.






.

.

.






"잘 부탁합니다. 사장님!"


"나야말로 잘 부탁해. 안 그래도 배달원을 구하려고 했었거든."


"호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기뻐요!"


"응, 덕분에. 가게도 배달 위주로 돌릴 수 있겠어. 홀 서비스만으로는 아무래도 요즘 시기에 힘드니까."


그로부터 6년.

나는 낮에는 아버지 밑에서 일하고, 밤에는 요리 전문대를 다녔다.

그렇게 어느새 36년 세월을 가진 소바집의 사장이 되었다. 상가에서는 집 나간 아들이 겨우 갱생했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때문일까. 젊은 사장이라고 연신 청년회인지 뭐인지에 가입하라고 했지만

아직은 가게에 집중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떠넘겼다.


아버지는 일은 완전히 은퇴하셨다.

바쁜 날에는 어머니가 도와주려 했지만 그것조차 한사코 말렸다.

사장은 저 자식인데 왜 우리가 도와주나? 하고 코웃음을 치며 뒤늦게 복권 사는 재미에 들린지 1년 째.

그러니까 4개월 전의 일이었다.




"어이."



아버지는 항상 날 그렇게 불렀다.



"우리 복권 됐다. 그래서 네 엄마 소원인 크루즈 여행. 가기로 했다."


뭐? 하고 돌아보니 아버지는 언제나 과묵하던 그런 표정이 아니라 조금 상기 되어 있는 얼굴.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런 중요한 걸 왜 지금 말하냐고 목까지 오른 소리를 억누른다. 아버지의 턱 아래. 이제는 3일에 한 번씩 면도를 하는 둥 마는 둥해서 부슬부슬한 턱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으니까. 저런 얼굴을 생각해보면 본 적이 없었지.


"집 비운다. 알아서해라."


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아침부터 부리나케 달려나간 아버지.


'가게 바깥에서 봤을 때 요리사니까 항상 청결해야 된다'라고 항상 꾸미진 못해도 정갈하게

다니는 탓에 어머니마저 속타게 했던 아버지답지 않은 뒷 모습이었다.

다 늙은 할아버지가 그렇게 헐레벌떡 달려나가다가, 택시를 붙잡아 나간 뒤로 그게 진짜였음을 실감했다.




그나저나...

복권 되자마자 집이나 다른 게 아니라, 어머니를 위한 크루즈 여행이라.


무뚝뚝해도 결국 어머니를 좋아하시는거구나.

하고 복권을 쥐고서 헐레벌떡 뛰어가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웃음이 지어진다.

동시에 묵은 반항심은 여전해서, 흥하고 입꼬리를 내린다.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는 크루즈 여행을 단숨에 결심해서 떠나며, 남은 돈을 내게 줬다.

항상 그렇듯이 퉁명스레. '유산이라고 생각해라' 어차피 물려 줄 거라곤 이 가게라며 항상 말했었는데.


그래, 그렇게 받은 돈.

어차피 쓸 거 가게를 위해서 쓰자라고 생각한 나는.



"헤헤! 그러면 출근은 언제부터 하면 될까요?"



이제는 괜찮아졌는지도 모르겠어.

그래 그러니까.



우마무스메 후자 케르나를 고용했다.



배달 일도 잘 할 수 있고, 주방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늘어나기 시작한 우X나 잇X 플랫폼을 사용해도 되지만, 어차피 이 낡아빠진 소바집.

이용하는 건 다 이 동네 사람들 뿐이다. 상점가에서 제일 오래 되었다고 들었었다.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대지값에 자가를 가지고 있었던 게 큰 요소일지도 모르지.


그런 곳에 낼 수수료 대신 자체 배달. 그리고 점포를 보수하는 걸 떠나서 아예 리모델링을 할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우마무스메를 더 고용해서 리모델링 하는 동안은 배달 자체만으로 어떻게든 해나가면 좋겠다.

그 첫 발걸음. 뭐, 이것도 아버지가 당첨 된 복권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내딛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내년 봄 시즌에 리모델링을 할 생각이다.

그렇게 남은 5개월은...



"시즌이라니..."



문득, 주니어니 클래식이니 시니어... 고마 전선하는 말이 떠올라서 웃음을 흘린다.

아직도 꿈 속에 살고 있는가 보구나.

면을 삶는 기계에서 끓어오르는 육수를 바라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다.


육수로 삶는 면이라니, 진짜 특이한 가게로구만.


덕분에 매 번 기계 안쪽 청소가 힘들어 죽겠어.

그래, 이왕이면 리모델링 때 주방기기들도 한 번 싹 갈아버려야지.





.

.

.





"죄송해요 사장님. 지금 배달 왔는데, 돌아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분을 걸릴 것 같아요!"



수화기에서는 다급한 목소리. 삐용삐용. 하고 신호등 대기음과 탁탁탁하는 다급한 발소리. 기다리는 동안 속도가 줄지 않게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몰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11월의 초순이다. 배달 소바가 활약하기엔 아직 조금 이르지 않나. 싶었지만, 갑자기 닥친 한파와 함께 불어드는 눈. 동시에 늘어난 배달량. 적어도 12월즘 되야 회식이다 뭐다, 혹은 한파다 뭐다해서 관절 아프신 어르신들이나 찾을 줄 알았는데.


"이게 마지막인데..."


케르나양의 선전 효과 때문인가. 점점 배달이 늘더니 이제는...

아니, 애초에 이건 내 잘못이다. 기촌 배달량을 넘어설 때,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홀이나 주방은 됐으니까

배달 전담으로 거리를 늘려볼래 케르나양? 하고 말했던 내가 바보였다.


언제든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아니, 괜찮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 눈발도 거세졌다며? 내가 이거 배달하고 끝낼게."



"엇, 괜찮으시겠어요 사장님?"



"응. 케르나양은 맨션쪽 배달 끝나면 그대로 퇴근 해. 뒷정리는..."



"뒷정리 해야죠! 게다가 시프트 아직 남...!"



"시프트는 내가 대신 원래 근무 시간으로 찍어둘게. 오늘 너무 고생했잖아."



"엇... 하지만..."



아무리 우마무스메라도 지칠 거다.

케르나양은 가게에 와서 잠시 물을 마시는 것도 아깝다며 물통을 들고 4시간을 뛰어다녔다.

중간중간 내가 없는 곳에서 쉬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쉰다고 소화할 수 있는 배달과 거리가 아니었다.

한 때 트레센에 있었던 나는 중앙에서 달리는 아이들을 안다. 그 아이들은 물론 어마무시한 집중력과 속도를 유지한 채 달려야 하기에 체력 소모가 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쉬지 않고 4시간을 뛰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그걸 해내는 케르나양은 아마 엄청 지쳤을거야.


사장 잘못이로군.


미리미리 인원을 늘려뒀어야했는데.

그러니까 이건 아주 작은 미안함의 표시다.



"괜찮으니까. 그대로 퇴근 해. 혹시라도 뒷정리 손 대면 시프트 퇴근한 시간으로 찍을거야?"


"..."


"통화녹음 해도 되나요?"


어라? 나 말하고 안 지킨 적 있던가?



"그래. 통화녹음도 하고, 이왕이면 각서에 도장도 찍어 줄게."


"엑, 싫어요. 사장님이랑 도장 찍는다고 하니까 뭔가 되게 기분 나빠요."


"근무계약서 도장 찍었잖아!"


"..."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배달 가 봐야겠다."


실 없는 농담.

딱 이 정도가 좋다.

머리 두건을 풀어 헤치니 이마에 맺힌 땀이 보인다. 가게의 화장실 앞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니 도저히 사람 앞에 설 몰골이 아니었다. 이런, 아버지가 봤다면 뭐라고 했겠는 걸. 하고 다시 두건을 두른 후, 밀가루와 육수로 더러워진 전통 조리복을 바라본다.

흠... 그냥 외투를 걸치면 이상해 보이려나? 아니... 아니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배달은 속도가 생명.

가뜩이나 인간인 내가 배달 해야하는데. 이러다가 굴 프라이가 눅눅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야.

대충 가게에 걸린 한텐을 집어 들고, 하나하나 음식을 체크 한 뒤에 길을 나선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지나치기는 했어서 길은 안다.


역 앞 상점가에서 북쪽으로. 민가를 지나서, 중간에 작은 신사 하나. 그걸 넘고 중학교에서 꺾으면 보이는 버스 정류장. 그 안쪽 골목에 있는 보육원.


아마, 직원들 식사겠지. 갑자기 닥친 한파와 눈. 시계는 9시. 사실 가게를 닫기엔 이르다.

클로즈 문패를 걸고, 가게 전화는 재고 소진으로 인한 영업종료 자동메세지를 띄워둔 후에 달려나간다.

재료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고, 케르나양이 지쳐서 쓰러질까봐 걱정 되는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그건 나도 더이상 주문을 쳐내지 못할 것 같은 걱정도 잃었다.


'운동 해라'


평생 운동은 안하던 아버지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체력이 떨어지긴 했어.


아니, 오히려 잘 한 거야.

이러다가 누구 하나라도 다치기만 해 봐.


그게 더 뼈아프다.

아무리 복권으로 생긴 돈이 있다고 해도, 가게는 하루라도 영업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제로니까.

그리고 내년 봄에 돈 나갈 예정으로 이미 선금을 지불한 상태니까.



"헉...헉..."


힘들구나.

힘들어.


학생 때, 배달을 해본 적은 있다.

아버지는 바빠도 (잘 하지도 못하는) 얘한테 왜 시키냐고 했지만 어머니가 부탁했었다.

아버지의 그 말투가 맘에 안 들어서 할 수 있다고 몇 일동안 했었는데.


그 때의 요령이 아직도 남아 있구나.

음식이 엎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이제 쌓이기 시작한 눈길을 종종 걸음으로 뛴다.

엎어지면 여기까지 달려온 게 전부 허사가 된다. 조심하자.




.

.

.




"...어.."


코 끝을 에는 바람은 이토록 추워서, 콧물마저 흐르는데. 이마와 겨드랑이 이토록 땀범벅인 웃기는 상황.

문을 연 보육원의 따뜻한 온기에 콧잔등이 먼저 녹아내려 목이 메인다.


"아, 이렇게 추운 날씨에. 배달 요청해서 죄송해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


찰랑이는 갈색 머리카락. 그 위에 그 머리카락과 똑 닮은 쫑긋하고 세워져 부드럽게 흔들리는 두 개의 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코발트색 눈동자. 그 때와는 다르게 어깨 선에서 깔끔하게 잘려진 머리카락 때문에

못 알아 본 척 해도 되는데. 그래야 하는데. 알아보고 만다.


어째서라던가, 왜? 라던가. 하필이라던가.

그런 말들이 머리를 스치지만 이미 얼어붙은 머리를 때리기만 할 뿐이다.

이럴거면 이마에 두른 두건 아래의 땀도 식혀줬으면 좋겠는데.

차갑게 정수리까지 샘솟는 걸 느낀다.


"크...크릭..."


"...어...?"



나는,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소리를 내 버린다.

그 때 추하게 이사장실에서 울며 애원했던 시절처럼.


그 때 고백했던 내 추악한 욕망을

잊고 있었던 욕구를



이름을 부르면 안 됐는데

이름을 붙이면 안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