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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s://arca.live/b/umamusume/643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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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는 감각에 무스코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핏물 같은 붉은색 액체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멍하니 보았다. 주변에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소년의 팔을 거칠게 잡아 들어올렸다.
무스코는 멍해지는 감각에 힘없이 남성들에게 끌려 우리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 몸안에 무엇인가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무스코는 가슴을 쥐고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몸을 몇 번이나 뒤척이고 괴로움에 몸부림 쳤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열병이 오른 듯이 달아오른 몸에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들 때, 우리 안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처음보는 우마무스메였다. 무스코는 곧장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눈을 떴다.
“학…!”
무스코는 멈췄던 숨을 거칠게 토해내고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 아프고 괴로운 주사를 맞을 때처럼 괴로웠다. 몇 번이나 기침을 토해내고 몸을 비틀어서야 무스코는 제대로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제서야 무스코는 누군가가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등을 문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다, 괜찮다, 걱정할 필요없다, 괜찮다..”
아키카와 이사장, 자신의 어머니가 되어준 사람이었다. 무스코는 아무런 말도 없이 아키카와의 품에서 몸을 웅크렸다. 자그마한 손이 등을 문지르는 게 느껴졌다. 무스코는 아키카와 야요이의 등을 꽉 끌어안은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다정한 목소리에 무스코는 딱딱하게 굳은 몸의 긴장이 느릿하게 풀리는 감각을 느꼈다. 무스코는 본능적으로 야요이의 어깨를 깨물고는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무서웠지만, 안정되었다.
상반되는 감각에 소년은 천천히 눈을 감았고, 소년의 어머니가 되어주겠다던 야요이는 정말로 그 말을 지키듯이 소년이 잠들 때까지 조심스레 그 작은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켜 주었다.
***
“어라, 무스코군. 오늘은 이사장님을 따라 온 건가요?”
반갑게 인사하는 타즈나의 모습에 무스코는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한 채, 고개를 들지도 않고 이사장 실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우면서도 안타까운 지, 타즈나는 길게 한숨을 토해내고는 한 동안 말없이 문을 바라보다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타즈나씨, 처음 보는… 아이가 방금… 여기로 들어 간 것 같은데요.”
“아아, 카페양이군요., 방금 그 아이는 이사장님의 아드님이에요.”
“응? 이사장이 아이가…. 있었습니까? 잠깐만요… 이사장님과 제 나이… 차이는….”
“하하, 양아드님이에요.”
놀란 듯한 카페의 얼굴에 타즈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간단하게 설명했다. 오히려 자세히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흐음… 그래, 친구도 봤구나… 그래,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타즈나씨, 방금 들어간 아이… 우마무스메였던 것 같은데. 왜 ‘아들’이라고 말한 건가요?”
카페는 방금 흘깃 보았던 우마무스메 특유의 특징을 떠올리면서 되물었다.
“트레센에서는 딱히 비밀로 할 필요는 없기도 하고, 이사장님이 허락했으니 카페씨에게 말씀드려도 상관 없겠네요. 무스코군은 남성 우마무스메입니다.”
카페는 타즈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눈만 껌뻑였다.
“저도 놀랐습니다. 무스메라고 부르는 게 이상하겠지요. 우마무스꼬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전에는 한 번도… 아니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기록상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니까요.”
“...제가 지금 이해한…. 것이… 맞다면.”
맨하탄 카페는 길게 한숨을 토해내고 말을 이어나갔다.
“남자… 우마무스메… 라는 것이지요. 인간이 여성과… 남성이 나뉜 것처럼… 남성 우마무스메… 즉, 우마무스코라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네, 정확하게 이해하셨어요.”
“...타키온씨에게는 당분간… 비밀로 하겠습니다.”
“아하핫….”
타즈나는 놀란 드물게 놀란 기색을 보이며 이사장실을 바라보는 맨하탄 카페의 모습에 뺨을 긁적이며 웃었다.
***
이사장실로 도망친 무스코는 한동안 말 없이 문을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며 경계하는 모습에 서류 작업을 하던 아키카와 이사장은 소년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펜을 움직였다.
“앗… 죄, 죄송해요… 그, 그….”
“안정! 긴장할 필요 없다! 의자에 앉아서 쉬도록!”
시선을 마주보지도 못한 채, 웅얼거리는 소년의 모습에 아키카와 야요이는 그저 어린 아들이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자신 옆에 의자를 끌어와 소년에게 앉으라는 듯이 두드렸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이거… 부, 부탁하셨던… 서, 서류인데요….”
“칭찬! 무서웠을 텐데, 용기를 내줘서 고맙구나!”
이사장은 자신보다 자그마한 체구의 소년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행정실까지 갔다가 오는 장면을 상상하며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하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 몸을 잔뜩 움츠리고 긴장한 탓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도망치듯이 아니면 구석에 숨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키카와 야요이의 꾸준한 노력에 무스코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매일 악몽을 꾸는 탓에 옆에서 달래주고 재워주는 탓에 수면이 약간 부족했지만, 그정도의 피로는 야요이로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물론, 아직 자신 이외에 누군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자신이 누군가의 몸을 만지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지만….
“저, 저…. 자, 잘했어요…?”
“긍정! 너무나도 잘했다! 오늘은 아들이 좋아하는 당근 스테이크를 먹도록하지!”
야요이의 칭찬에 무스코의 꼬리가 살랑거리며 조심스레 야요이의 발목 언저리를 휘감았다. 소년의 두 귀가 옆쪽을 향해 있었다. 어린 소년의 몸에서 나는 달짝지근한 냄새에 야요이는 묘한 행복감을 느끼며 소년의 의자를 조심스레 자신 쪽을 끌었다.
놀란 듯 몸을 움츠리다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기대오는 어린 아들의 행동에 야요이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상하게 어머니가 보고싶은 날이었다.
“무스코, 졸린게냐.”
“조금이요….”
어느순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어린 우마무스메. 아니, 우마무스코의 모습에 아키카와 이사장은 그 작은 몸으로 옆에 앉은 무스코를 무릎에 앉힌 채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소년의 몸에서는 이상하게 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옅게 웃게 만드는 좋은 향이 났다.
요근래 자꾸 허벅지에 힘이들어가고, 야릇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정도로 행복한 기분에 야요이는 어린 아들의 몸을 꼭 끌어안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남은 일들은 내일 해도 되겠지.
조금은 무책임했지만, 오늘은 괜찮을 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