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부끄러운 비밀이 있다. 나는 카페의 트레이너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잠시 마실 것 좀 사오려는데 트레이너씨는 뭐가 좋으신가요?”

 

내 자랑스런 담당마이자 내가 커피를 마시지 못 한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맨하탄 카페’, 카페는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상 나를 배려해준다.

 

“나는 그냥 홍차 종류로 부탁해. 매번 이렇게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커피를 안 좋아하시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카페는 잔잔한 위로를 남기며 음료를 사러 트레이너실 밖으로 나갔다.

 

 

사실 카페가 음료를 사러 간 이유는 내가 평소에 마시던 찻잎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타키온한테서 받은 홍차가 꽤 향이 좋았는데.”

 

 

“카페군~ 안에 있는가? 이번에 내가 커피에서…”

 

“카페는 잠시 나갔어. 아 맞다, 그 혹시 저번에 마셨던 홍차 있잖아. 그거 어디서 구한 거야?”

나는 마침 타키온이 카페를 찾으러 온 김에 저번에 마셨던 홍차에 대해서 물었다.

 

“아, 그거 말인가? 그건 내가 따로 재배한 것인데. 뭐, 카페와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자네가 바란다면 어느 정도는 제공해줄 수 있다네.”

 

“정말 고마워. 홍차값은 어떻게 해주면 될까?”

 

“돈으로 지불할 필요는 없다네. 나중에 내 부탁이나 하나 들어주면 좋겠군.”

 

“부탁 하나 정도야, 뭐 대단한 건 아니니까.”

 

타키온은 만족스런 거래를 했다는 듯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내 트레이너실을 나갔다.

 

 

 

“…트레이너씨, 아까 타키온씨가 왔단 간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 딱히 별 일 없었어.”

나는 간단히 답했다.

 

“설마 바람인가요?”

카페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바람은 무슨 말이야?”

 

“역시 바람이군요…”

 

“그냥 타키온한테서 홍차에 대해 좀 물어본 거 뿐이야.”

 

“정말 그게 끝인가요?”

 

카페의 눈빛이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중에 부탁 하나 들어주기로 했어.”

 

“…얼마 전에 타키온씨의 트레이너가 사라진 일을 알고 계신가요?”

 

타키온의 트레이너와는 그리 친분이 깊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요즘엔 잘 안 보인다 싶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구나.

 

“’친구’가 알려줬어요. 타키온씨가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어떤 약을 먹이고 트레센에 돌아올 수 없게 했다고요.” 

 

“그럼 카페는 타키온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거야?”
 

카페는 내 말에 대답하듯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하하, 걱정 마. 타키온은 확실히 별난 아이지만 나한테까지 그러겠어? 난 카페의 트레이넌데?”

난 카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타키온에게 주문했던 홍차를 받으러 갔다.

 

“고마워, 타키온.”

 

 

“그런데 잠시, 자네는 왜 커피를 마시지 않지? 카페의 트레이너면서 말이야.”

 

내가 커피를 못 마시는 걸 알고 있나?

 

“그냥 기호에 안 맞아서.”

 

“솔직히 말하게.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설마 카페가 말해줬나? 아니, 카페의 성격상 이런걸 막 말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은 알레르기가 좀 있어서 그래.”

 

“역시 그랬군.”

타키온은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 카페한테도.”

 

“자신의 담당한테까지 숨기는 건가? 뭐, 자네가 말하지 말라면 하지는 않겠지만.”

 

 

 

“다녀오셨나요.”

 

내 트레이너실로 돌아가자마자 카페가 화난 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응시했다.

 

“또 타키온씨와 만나고 오셨군요. 그럴거면 차라리 저와 계약해지 하시고 타키온씨와 계약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카페가 어떤 서류를 흔들면서 말했다. 분명 계약해지서겠지.

 

“미안해, 카페. 네가 그렇게까지 불쾌해할지 몰랐어. 네가 그렇게 싫어한다면 앞으로 타키온은 만나지 않을게.”

 

 

“….그렇다면 타키온씨는 물론 다른 우마무스메, 아니 모든 여성들이라도 만나지 말아주세요. 약속해주실 수 있죠?”

 

“모두는 좀 힘들 것 같은데? 타즈나씨도 있고 키류인씨도….”

 

“그러니까 모두인 거에요.”

 

 

 

 

 

다음날, 평소처럼 트레이너실에서 카페의 트레이닝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페의 트레이너군, 있는가?”

 

“응, 안에 있어.”

 

타키온의 손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시험관이 있었다.

 

“설마 그걸 먹으라는 건 아니지?”

 

“저번에 부탁 하나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건 아니겠지?”

 

난 타키온을 빨리 보내기 위해 정체불명의 검은 액체를 한숨에 들이마셨다.

 

“어떤가?”

타키온은 기대에 찬 눈으로 날 쳐다봤다.

 

“코가 좀 막히는 느낌인 거 빼면 딱히 별 느낌 없는데?”

 

“회심작이었는데 실패 해버린 건가.”

타키온은 실망했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나갔다.

 

 

타키온이 나가고 몇 분도 지나지 않고 바로 카페가 돌아왔다.

 

“…흐음.”

카페는 내 트레이너실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멈춰 섰다.

 

 

“트레이너씨, 목이 좀 마르지 않으신가요?”

 

“나 방금 와서 괜찮은데…”

 

카페는 저번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홍차 한잔 끓여드릴게요.”

 

 

잠시 뒤, 카페가 홍차 한 잔을 내 앞으로 가져다 줬다. 카페가 달여준 타키온의 홍차는 평소에 마시던 다른 홍차보다 더 탁했다.

 

“고마워, 카페 잘 마실게.”

 

홍차를 한잔 들이마시자마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흐억… 카.. 카페..”

 

숨이 막힌다. 뭔가가 내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든다. 

 

“트레이너씨, 괜찮으세요?”

카페가 황급히 달려오며 말했다. 그래도 담당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점점 호흡이 힘들다. 정신이 흐려져 간다.

 

그런데.

 

 

 


왜 카페가 웃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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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하다.

다음 편은 투표로 정해서 써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