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umamusume/67087178




"디지털.... 나왔다."

문을 열고 트레이너실로 돌아와보니, 디지털은 원고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소재 생각났나봐?"

"네, 네에에... 그렇죠....!"

디지털은 다 그렸는지 이내 손을 멈추었다.

"다 그렸어? 선 따줄게."

원고를 받으러 디지털의 책상 앞으로 갔다.

"괘 ,괜찮아요! 이건 제가 직접 할게요."

평소에 어시스트를 맡기던 디지털은 그리던 애써 그림을 숨기면서 나를 돌려보냈다.

"음.... 알겠어. 그럼 뭐해?"

"그, 일단은 여기까지 할까요?"

디지털은 원고를 봉투에 급하게 집어넣고 정리했다.

"어, 응...."

"그, 그럼 수고하셨습니다아!"

디지털은 급하게 챙긴 짐을 가지고 트레이너실을 빠르게 나갔다.

"디지털이 갑자기 왜 저러지...."

지금은 짐작만 할 뿐이다.




"저기, 디지털?"

다음날, 트레이너실로 출근한 나는 디지털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뭐, 뭘 그렇게 보시나요?"

디지털은 전에 외출했던 때와 같은 고급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오늘 레이스나 이벤트도 없는데?"

"소, 소재를 구해야죠...."

"원고는...?"

"하루 쯤은 자료조사 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디지털은 가방을 손에 쥐었다.

"겨, 경비는 제가 지불할테니까...."

".... 알겠어."

나는 비품실에 들어가 그나마 디지털에게 어울릴 옷을 찾아서 입고 디지털과 함께 외출을 나갔다.


"트레이너씨, 카페부터 갈까요...?"

"알겠어."

거리를 걷던 우리는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트레이너씨, 이거 어떤가요...?"

디지털은 카운터 앞에 있는 특별메뉴를 가리켰다.

"디지털...?"

"이왕 자료 조사하는 김에 제대로 하는 것도 나쁘진 않죠..."

디지털이 고른 메뉴는 커플세트였다. 톨사이즈의 음료에 커플빨대, 거기에 케이크 한조각 까지.

".... 나왔으니까... 먹어볼까?"

세트를 받아온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렸다.

서먹서먹한 분위기 가운데, 이건 자료조사라고 자기최면을 걸며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잘랐다.

"자, 디지털.... 아, 아앙..."

부들거리는 손으로 디지털에게 케이크을 내밀었다.

"자, 잘먹겠습니다...."

디지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케이크를 먹었다.

"맛있어?"

".... 네..."

얼굴이 새빨개진 디지털을 보자 내 얼굴까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목마르다..."

나는 빨대에 입을 대고 음료를 빨아먹었다.

솔직히 내가 마시고 있는게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그럼 트레이너씨..."

디지털은 작위적인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잘라 내밀었다.

"아앙~"

나는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마, 맛있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 잘됬네요... 트레이너씨 입맛에도 맞고...."

서로 떠먹여주면서 빠르게 해치운 우리는 빠르게 카페에서 빠져나왔다.

"디, 디지털... 이만 돌아가는게..."

디지털은 내 소매를 붙잡았다.

".... 아직 코스는 남았다구요...?"

"어딜 가야해...?"

디지털은 아무 말 없이 내게 수족관 티켓을 내밀었다.

"그래, 가자..."

우리는 서로의 발걸음에 맞춰 걸으며 근처 수족관 까지 이동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비로운 풍경, 디지털과 자료조사를 하겠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저기, 트레이너씨?"

"어, 디지털?"

"그... 계속 그쪽만 본다면... 외롭다구요...."

"아, 미안...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넋을 놓았네..."

우리는 수족관을 거닐다가 인적이 뜸한 곳까지 들어왔다.

"조용하네요..."

"그, 그러게..."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가슴.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부끄러워서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 트레이너씨, 저기 해파리가 있어요."

디지털은 해파리를 보았고,

"그러게...."

나는 디지털을 보았다.

그리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해파리가 참 예쁘네요."

"응.... 예쁘네..."

디지털이 이쪽을 돌아봤다.

"트레이너씨, 다음은.... 어..."

"아, 미, 미안... 무심코..."

나는 고개를 돌렸다.

"트, 트레이너씨... 오늘은 여기까지...."

"..... 그러자...."

우리는 서로 멀찍이 떨어져서 수족관에서 나왔다.




이른 저녁, 말없이 걸어온 트레센 학원 근처의 공원, 우리는 벤치에 앉아 머뭇거리면서 서로 떠나지도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죽도 밥도 못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씨...!" / "디지털!"

"아냐, 먼저...." / "아뇨, 먼저..."

겹쳐버린 말, 우리는 다시 머뭇거렸다.

디지털은 손을 들었다.

"머, 먼저말해. 디지털..."

"네, 네에...."

디지털은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귀를 파닥였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러니까..."

얼굴이 새빨개진 디지털은 꼬리를 붕붕 흔들며 입을 뗐다.

"데, 데이트 즐거웠어요!"

"그, 그치...?"

나는 주위를 슬쩍 보았다가 다리를 떨었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저기, 디지털...."

"예, 예...!"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만 같았다.

"어, 음.... 그러니까... 저기..."

방금까지 하려고 했던 그 한 마디가 안나왔다.

말문이 막히고 슬쩍 본 새빨간 얼굴의 디지털, 디지털의 눈빛은 내 입에서 나올 말을 아는 것만 같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 디지털...."

그리고 결국 내뱉었다.

"진짜 사귈까...?"

잠시동안의 정적, 그 잠시가 나에게 있어선 억겁과도 같았다. 내가 실수를 하진 않았을까, 과연 디지털은 받아들여줄까....

그 순간만큼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잠시가 끝나고, 내 귀에 디지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 말을 기다렸다구요..."

나는 다시 디지털을 돌아봤고, 디지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쭉 동지라고만 생각했어요... 같이 우마무스메짱들을 보면서 덕질을 할 수 있는 동지..."

디지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언제부턴가 트레이너씨를 생각할 때 마다 가슴 한켠이 쑤셔왔어요..."

디지털은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 트레이너씨와의 첫만남부터 지금까지 쭉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디지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곧 졸업인데, 더는 못볼까봐 무서웠는데....."

디지털은 행복한 미소로 나를 올려다봤다.

"정말 고마워요..."

나는 디지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고마워, 디지털...."




우리는 그날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진짜 연인으로써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데이트 목록에는 레이스 관람이나,

"효에에에~ 역시 최애의 달리기는 최고네요!"

"확실히 보드스카의 레이스는 감동이긴 하지."


덕질이라든가,

"우효오! 테이오씨의 굿즈를 드디어 발견했어요!"

"디지털! 여기 메지로 세트있다!"


디지털의 어시스턴트라든지.

"트레이너씨, 잉크 연해졌다구요?"

"잉크 꺼내기 귀찮은데..."

나는 잉크를 꺼내다가 흠칫했다.

"..... 이거 데자뷰 아닌가?"

사귀기 시작했어도 평소와 똑같은 나날, 그래도 특별한 일이 있을 줄 알았지만 역시나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대로인 나날에도 바뀐 것은 있다.

"디지털. 내일 레이스 뭐 있었나?"

"레이스요? 내일 평일인데 무슨 레이스가 있겠어요~"

"그럼 데이트할까?"

디지털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 네..."

"그럼 영화나 보러 가자."

나는 펜촉을 닦았다.

"그건 그거고 오늘 그 원고 마쳐주셔야해요?"

"아깝다..."

물론 바뀌지 않은 것 투성이지만.







한번 더 분할하겠읍니다.

다음편은 뾰이편 할 예정임



3편 링크 : https://arca.live/b/umamusume/67230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