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호노 부르봉의 트레이너다. 

말그대로, 나는 부르봉이 싫다. 

부르봉은 얌전하다. 하지만 너무 얌전해서 말이 없다. 

그래서 가끔 말을 걸면 이해하기 힘든 대답만 돌아온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중장거리를 달리고 싶으면 하다못해 마일부터 달려보면서 천천히 바꿔보면 될텐데,

자기 의견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채로 중장거리에서 뛰겠다고 버텼다. 

그래서 옆에서 조용히 마일부터 나가보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트레이너로 해달라고 달라붙었다. 

원래 안받으려 했는데 갑자기 공주님 안기를 하더니 나무위로 휘떡 던져버린 이후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이때부터 나는 부르봉이 싫었다. 

힘은 장정 열댓명보다 쎈 주제에, 번개만 치면 꼬리를 감추고 무서워하는것도 싫다. 

일기예보 안보냐고 했더니, 자기가 티비를 보기만 해도 고장이 많이 나서 티비는 물론이고 휴대폰도 일부러 중고를 여러개를 사서 들고 다닌다고 한다. 고장나도 바로 바꿀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내가 일기예보를 체크해 준다. 

이런 세세한 점을 신경써야 하는게 싫다. 

그래도 잘 달리기는 하는데, 킷카상에서 라이스한테 밀려서 져버렸다. 

솔직히 아깝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이런 일 없이 달려서 한번쯤은 져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퇴근하던 길에 혼자 벤치에 앉아서 무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위닝 라이브 전에는 라이스에게 축하해주고 나한테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만 말하고 가더니 남들 안보는 곳에서는 혼자 울고 있다. 

얌전하지만, 필요할때 말하지 않는 그런 성격이 싫다.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패배를 준 라이스는 더 싫다. 


아무튼, 나는 부르봉이 싫다. 

너희는 부르봉 담당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