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지로"의 유래

일본 경마계에는 자신이 소유한 말에게 '관명'을 붙여 이름을 짓는 풍습이 있다. 관명이란 "이 말은 내가 가진 말이다" 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붙이는 일종의 성씨 비슷한 것으로, 대표적으로 에이신, 다이타쿠, 심볼리 등이 있다. 메지로도 관명으로, 메지로 목장 또는 메지로 상사가 소유한 말에게 붙이는 관명이었다. 예외도 있어서, 메지로 목장이나 메지로 상사 관계자가 개인으로 소유한 말에도 메지로가 붙기도 했다.


이름이 메지로 ○○인 말들은 어지간해서는 메지로 목장이나 메지로 상사 소유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메지로 목장, 메지로 상사에도 이름의 유래가 있다. 메지로 목장은 메지로 상사의 전신이 되는 '키타노 건설'에서 지은 것으로, 키타노 건설이 위치한 도쿄도 도시마구 메지로(東京都 豊島区 目白)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즉, 메지로 ○○ 시리즈는 주인인 메지로 상사 또는 메지로 목장에서 이름을 따왔고, 메지로 상사와 메지로 목장은 결국 도쿄의 한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우마무스메에서는 메지로 관명 대신 메지로 가문이라는 설정으로 나타난다. 메지로 가문은 상당한 상류층 가문으로 보이는데, 추측이긴 하지만 이 또한 고증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메지로 지역에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 중 하나인 "가쿠슈인(学習院)"이 위치해 있는데, 이 학교가 일본 천황의 가족인 황족이나 고위 귀족인 화족만이 다닐 수 있는 학교였고 지금도 높으신 분들이 재학하고 있다는 것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2. 천황상

당시에는 천황상(봄)과 천황상(가을)이 모두 3200m였다. 천황상(봄)이 교토에서 열리는 3200m 장거리 경기였다면 천황상(가을)은 도쿄에서 열리는 3200m 장거리 경기였던 것. 봄과 가을 천황상은 개최 시기와 장소만 달랐지 같은 경기 취급을 받았고, 서로 다른 경기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지금도 회차만큼은 공유한다. 예를 들어 2022년 천황상(봄)이 제 167회 천황상이었다면 2022년 천황상(가을)은 제 168회, 2023년 천황상(봄)은 제 169회 천황상인 것.


3. 메지로 아사마와 키타노 토요키치 그리고 키타노 미야

1967년 메지로 목장이 설립되고 1970년 메지로 아사마가 천황상(가을)에서 승리를 하게 되면서 메지로 목장의 초창기 운영에 큰 보탬이 된다. 당시 마주였던 키타노 토요키치(北野豊吉) 마주는 메지로 목장을 흥하게 한 메지로 아사마를 너무나도 아꼈다. 메지로 아사마는 현역 시절 독감에 걸려 항생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것이 정소에 영향을 끼쳐 사실상 생식 불능에 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아사마를 끔찍이 아꼈던 토요키치 마주는 아사마의 산구를 보고 싶어 한다.


산부인과 의사마저 동원한 끝에 아사마는 기적적으로 총 21마리의 산구를 배출했고, 이 중 하나였던 아들 메지로 티탄이 1982년 가을 천황상을 승리하게 되면서 아사마와 티탄은 부자가 천황상을 승리하는 쾌거를 이룬다. 이후 토요키치 오너는 1984년, "반드시 티탄의 자식으로 천황상을 제패해 사상 최초로 부자 천황상 3연파를 이뤄달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아내인 키타노 미야 오너가 마주를 이어받는다.


사실상 이때부터를 메지로의 황금기라 평한다. 1984년 메지로 안타레스가 장애물 G1인 나카야마 대장해에서 1착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1986년에는 메지로 라모누의 사상 최초 암말 3관 달성, 메지로 듀렌이 킷카상 승리, 1987년에는 다시금 메지로 듀렌이 아리마 기념 또한 승리한다. 그리고 1990년 메지로 맥퀸의 킷카상 승리로부터 시작되는 맥퀸-라이언-파머는 메지로를 당시 최고 수준의 목장으로 끌어올릴 정도였다.


4. 장거리의 메지로

메지로 목장은 본래부터 훌륭한 장거리 적성의 말들을 뽑아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원래 말의 유전이란 정말 운빨이라, 수많은 산구들을 뽑아내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그런데 메지로 목장은 혈통 배합을 정말 귀신같이 잘 해서, 목장의 소유마만으로도 최적의 부모 조합을 찾아내 좋은 성적의 산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특히 장거리 혈통 배합은 2023년 현재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장거리 혈통 배합의 극한이었던 것이 맥퀸이라고.


5. 꿈을 이룬 메지로

전 마주 키타노 토요키치의 유언이었던 "티탄의 자식으로 천황상 3연파"는 천황상(가을)이 아니라 천황상(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1984년 이전까지는 봄과 가을 모두 3200m였던 것이 1984년부터 봄만 3200m로 바뀌었던 것. 메지로가 자랑하는 극상의 장거리 혈통이었던 맥퀸은, 클래식 시절에는 더트를 뛰었다 잔디를 뛰었다 할 정도로 몸이 올라오지 않았었다. 허나 1990년 여름 급격히 능력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그 해 킷카상을 승리해 장거리로써 두각을 드러냈고, 결국 1991년 천황상(봄)을 승리하면서 메지로 목장에 걸려있던 사상 최대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남편이었던 키타노 토요키치가 유언으로까지 남겼던 것을 아내인 키타노 미야가 이룬 것. 맥퀸은 이후에도 천황상(봄)을 한 번 더 승리하고, 타카라즈카 기념도 승리하게 된다.


한편 킷카상과 천황상(봄)에서 맥퀸과 겨루었던 메지로 라이언은 좀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었지만 1991년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훌륭하게 1착을 거둔다. 그리고 메지로 파머는 1992년 타카라즈카 기념을 대도주로 승리했는데, 메지로 목장에서 파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아 목장 관계자가 한 명도 오지 않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문에 1992년 타카라즈카 기념 우승마 기념 사진에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이 적다. 파머는 이후 같은 해 아리마 기념까지 도주로 승리하면서 그랑프리 연파라는 타이틀까지 메지로에게 쥐어주게 된다.


6. 도베르, 브라이트, 그리고 최후의 "메지로"

1984년 그레이드제가 도입되었을 때와는 다르게, 1990년대 중반부터는 G1에서 외국산 말(외산마)의 출주 금지 규정이 많이 완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외산마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외산마 뿐만이 아니라, 1994년 후지 키세키를 시작으로 선데이 사일런스 산구가 일본 경마계를 지배하게 된다. 황금세대로 일컬어지는 스페셜 위크, 세이운 스카이, 킹 헤일로, 엘 콘도르 파사, 그래스 원더 중 스페셜 위크는 선데이 사일런스 산구, 킹 헤일로는 외산마는 아니지만 부모가 모두 외국 혈통, 엘 콘도르 파사와 그래스 원더는 외산마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메지로는 꿋꿋이 준수한 성적의 말들을 배출한다. 메지로 라이언의 첫 해 산구였던 메지로 도베르와 메지로 브라이트가 바로 그 말들이다. 메지로 도베르는 96' 한신JF, 97' 오크스, 97' 슈카상, 98' 99' 엘리자베스 여왕상을 승리하면서 G1 5승에 빛났고, 브라이트는 장거리의 메지로라는 이름을 마지막으로 이어받으면서 1998년에는 G2 및 G1을 4연승하며 98' 천황상(봄)을 승리한다. 그리고 라이언의 산구는 아니지만 메지로 파라오가 1999년 장애물 G1인 나카야마 빅 점프를 승리하기도 했다. 이 시기를 메지로의 제 2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데이 사일런스와 외산마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몸집을 키운 샤다이 레이싱에 밀려 메지로는 제 2의 황금기조차 얼마 누리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지로의 혈통을 파악하고 배합을 귀신같이 하던 담당 인원이 노화로 사망하는 바람에 혈통 배합조차 자랑할 수 없게 되고 만다. 결국 메지로 최후의 G1마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동기인 메지로 베일리로, 00' 아사히 FS를 승리한 뒤 클래식을 통째로 휴양, 이후 복귀하지만 굴건염으로 은퇴하고 메지로 최후의 G1마는 경주마로 더 이상 뛰지 못했다. 


메지로 목장은 이후에도 경영난, 화산 폭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결정타로 맞아 결국 경마 산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후 메지로 목장의 전무이사가 목장 전체를 인수하여 새로이 재설립했고, 목장과 마주를 겸업하던 기존의 메지로와는 다르게 재설립된 목장은 마주는 겸하지 않고 오로지 말을 생산하기만 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