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링크 : https://arca.live/b/umamusume/67999808




"미안, 사토노양. 오늘은 자율 트레이닝을 해야 될 것 같네."

[알겠어요, 트레이너씨...]

실망한 목소리의 사토노양, 난 애써 무시하고 통화를 마쳤다.

"트레이너씨, 괜찮겠나요?"

"뭐, 흔한 정떨구기지..."

미노루양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열심이신 분이..."

"사토노양도 이제 곧 은퇴할거니까..."

"사토노양은 아리마 기념까지 나갈거라고..."

"불가능한 일이잖나.."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트레이너씨가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징크스를 깰거라고..."

나는 무시했다.

"사토노양과 함께 다시 우승할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난 입술을 깨물었다.

"근데 왜 그런 선택을..."

"타즈나씨..."

이사장 비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저와 사토노양의 일입니다. 전 사토노양을 제대로 바라봐줄 수 없다고요."

난 품속에 넣어두었던 봉투를 꺼냈다.

"오후에 이사장이 돌아오거든 전해주십시오"

하얀 사각봉투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이사장실을 나왔다.




어두운 방에서 울리는 알람소리, 부스스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한 알, 두 알... 손에 올려진 영양제를 털어넘기고 옷을 챙겨입는다. 


"훅, 훅...."

오늘도 습관처럼 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 하아, 하아...."

오늘따라 쉽게 지쳐버렸다. 평소보다 절반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조금만 더 해야겠군... 음?"

저 멀리서 보이는 두명의 우마무스메, 나는 나무 뒤로 모습을 숨겼다.

"다이아짱, 괜찮아? 요즘 많이 힘들어보이는데..."

"괜찮아, 키타짱... 걱정 안해도 되..."

사토노양이 빨리 지나쳐가길 바라며 나무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1분 쯤 지났을까, 편자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후우...."

나는 나무 뒤에서 나와 다시 강변을 따라 뛰었다.



"트레이너씨?"

"사토노양, 좋은 아침이군."

굳이 오지 않아도 될 트레이너실에 온 사토노양, 나는 덤덤하게 하던 일을 마저했다.

".... 뭐하시는건가요..."

떨리는 목소리의 사토노양, 아마 소식을 들었겠지.

"어째서 트레이너 은퇴 신청을..."

나는 묵묵히 짐을 싸고있었다.

"말을 해주세요, 트레이너씨! 어째선가요!"

격양된 목소리의 사토노양, 나는 말을 아꼈다.

"그동안 열심히 해주셨잖아요! 징크스를 같이 깨왔잖아요!"

난 손을 더욱 분주히 움직였다. 하고싶은 말을 참고 참는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도망가시는거냐구요! 전... 전... 트레이너씨를..."

소리를 내지르는 사토노양, 그리고 사토노양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사랑한다구요..."

쨍그랑-

덜덜 떨리던 내 손에서 컵이 떨어져 깨진다.

"그래서야... 그래서라고 사토노양..."

결국 눌러뒀던 내 속에서 무언가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왜... 왜 자꾸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건데..."

부풀기 시작한 것이 점점 터질 듯이 한계까지 치솟는다.

"난 트레이너라고... 트레이너로써 널 대해주는데, 대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하겠어. 내가 이런 나이에 널 만나면 안되잖아... 근데..."

결국 폭발해버린다.

"근데 넌... 넌 대체 나 같은 아저씨 어디가 좋다는건데...!"

사토노양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몰려온다.

"난 너 같은 어린 우마무스메와 사귈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안된다는건 너도 알잖아..."

나는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난 널 좋아하면 안된다고! 그러니까... 우린 이어질 수 없어...."

난 결국 인정해버린 것이다. 사토노양을 좋아한다는 것을.

트레이너로써가 아닌, 한 명의 남성으로써...

".... 미안, 사토노양... 난...."

포옥-

어느샌가 내 앞에 다가온 사토노양이 나를 끌어안았다.

"그런건 징크스잖아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치만... 난... 널 사랑할 자격 없다고..."

"그것도 징크스에요."

나는 입을 뗄 수 없었다.

"트레이너씨, 그렇게 도망치기만 한다면 저한테 따라잡힌다구요."

나를 끌어안은 사토노양과 눈이 마주쳤다.

"... 미안..."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트레이너씨?"

"미안... 미안해... 사토노양..."

몇 년 만일까.

"울지마세요, 트레이너씨..."

이런 감정, 지금까지 무뎌진줄 알았던 그 감정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다는 것. 정말 다행일지도 모른다.

"징크스, 같이 깨주실거죠?"

"응.... 깨자... 같이... 같이 깨보자..."




[사토노 다이아몬드, 골인!]

높고 푸른 하늘 아래의 교토 레이스장, 

[그랑프리 우마무스메 사토노 다이아몬드, 요도에서 부활이다!]

사토노양은 징크스를 깨부셨다.


"고생했어, 사토노양..."

"돌아와주셔서 고마워요, 트레이너씨..."

위닝라이브까지 끝난 뒤의 대기실, 서로를 끌어안은 우리는 잠시 온기를 나누었다.

"돌아가는 길에 데이트할까?"

"좋아요, 트레이너씨."

"대신 너무 티나게는 안되, 사토노양..."

사회의 시선이 있게 때문에 데이트를 대놓고 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우승을 한 날, 눈치를 볼 이유는 적어진다.

"사토노양, 맛있나?"

"네, 트레이너씨."

사토노양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기 위해 야키니쿠 집에서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트레이너씨, 술은 맛있나요?"

"안되, 사토노양. 사토노양은 아직 어려서 마시면 안되."

혹시 모르기에 나는 술병을 뒤로 뺐다.

"징크스는..."

"이건 법이란다, 사토노양."

나는 볼을 부풀리는 사토노양을 무시한 채 술잔을 기울였다.

"사토노양은 3년 뒤에나 마실 수 있으니까 꿈 깨도록 해."

"한 모금 만이라도 안되나요?"

애원하는 눈빛,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알겠다, 사토노양."

나는 잔에 반만 따른 뒤 사토노양에게 건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었다.

"..... 괜찮나, 사토노양?"

"헤헤... 헤헤헤..."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토노양, 나는 그런 사토노양을 업은 채로 나 역시 비틀거리며 길을 걷고 있었다.

"... 벌써 통금시간인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10시 다되어 가는 시간, 나는 릿토 기숙사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오랜만이군 후지양. 사토노양이랑 레이스 끝나고 뒷풀이 좀 했는데 통금시간이 지나버렸군."

"... 알겠어, 후지양. 내일 잘 돌려보내지."

전화를 끊고 사토노양을 부른다.

"사토노양,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자도록 하지. 시간이 너무 늦었어."

"네에~ 뜨레이너씨~"

혀가 풀린 사토노양을 보고 싱긋 웃은 뒤 우리 집으로 향했다.





5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트레이너의 본심을 듣고 흥분한 사토노가 그냥 덮쳐서 순애뾰이를 하기보단 분위기를 만들고 나중에 뾰이하는게 좋다고 생각되서 뾰이를 따로 6편에 다루고 끝내겠음


6편 링크 : https://arca.live/b/umamusume/690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