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https://arca.live/b/umamusume/66749709




점점 호흡이 힘들다. 정신이 흐려져 간다.

 

아, 안돼. 눈 앞이 안보여. 이렇게 죽는 건가?

 

..

…..

 

 

 

 

 

 

“앞이 보여?”

정말 다행히도 눈이 떠졌다. 그렇게 심하진 않았나 보네.

 

“쿨럭, 이건 뭐지? 여긴 어디야?”

내가 눈을 뜬 곳은 어딘지 알아볼 수 없는 버려진 창고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내 몸엔 어째선지 밧줄 같은 것으로 포박되어있었다.

 

 

“잘 잤어?”

그림자 진 곳에서 카페가 무언가를 홀짝이며 말했다.

 

“카페? 혹시 이것 좀 풀어줄 수 있을까?”

 

“음, 아직도 내가 카페인줄 아나 보네.”

 

“카페, 이상한 연기하지 말고 빨리 풀어줘. 재미없어.”

 

 

“…진짜로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카페가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미세한 빛에 비친 카페의 얼굴을 평소의 카페와는 달랐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설마 너는?”

 

“이제야 눈치 챈 것 같네.”

카페의 몸을 차지한 것은 만족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널 뭐라고 불러야 하지?”

 

“그냥 카페가 부르던 대로 불러, ‘친구’라고.”

카페의 몸을 차지한 존재는 자신을 ‘친구’라고 소개했다.

 

 

“나한테 왜 그랬던 거야? 나한테서 뭘 바라는 건데.”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겐 ‘커피’를 탄 홍차를 먹인 이유를 물었다.

 

“이유는 알 거 없어.”

그 순간 ‘친구’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다시 되물었다.

 

 

‘친구’는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나랑 영원히 함께해줄 거라고 맹세해줄래?”

‘친구’가 내 앞에 살포시 앉으며 말했다.

 

 

“카페의 얼굴로 그런 말하지 말아줄래?”

 

아무리 그래도 담당이 그런 말을 하는 건 거부감 든단 말이야.

 

 

“거절하는 건가, 아쉽네. 카페는 오래 전부터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카페가 나를 좋아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카페 같은 우마무스메가 나 같은 아저씨를 좋아한다니.

 

“카페가 답답하게 굴길래, 내가 대신 해주는 거잖아.”

 

 

 

“그렇다면 진짜 카페가 말한다면 믿을게.”

 

설마 진짜 본인이 그럴 리는 없겠지.

 

 

“그럼 금방 불러올게 잠시만.”

‘친구’는 갑자기 기절하듯이 잠들곤 잠시 후 다시 깨어났다.

 

“…트레이너씨, ‘친구’의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어요.”

카페는 수줍다는 듯이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하하,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일단 이것 좀 풀어줄래?”

 

“좋아해요.”

 

응? 갑자기 좋아한다고? 아무리 카페가 미인이더라도 내 취향은 아닌데다 미성년자인데.

 

“너가 그렇다면, 나도 좋아해. 카페.”

일단은 수락한 다음 언제 기회를 봐서 거짓말이라고 말해야지.

 

 

“흐음..”

카페는 뭔가 수상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트레이너씨, 연기 진짜 못하시네요.”

 

“티 많이 났어?”

나는 머쓱하다는 듯이 웃었다.

 

“안되겠네요. 입 좀 벌리고 계셔보세요.”

 

카페는 마시던 커피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카페!”

나는 황급히 입을 닫았다. 또 커피를 마신다면 정말 죽을 거야.

 

하지만 자그마한 저항도 무색하게 카페는 힘으로 내 입을 강제로 열게 만들었다.

 

 

 

“트레이너씨. 정말 좋아해요.”

카페는 내 의사와 상관 없이 내 입에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들이부었다.

 

 

 

일단은 뱉어야 돼.

 

“우웩, 켁. 쿨럭.”

나는 강제로 먹여진 커피를 바로 뱉어냈다.

 

 

“제 성의를 뱉어버리셨네요.”

카페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

 

“미안하지만 난 커피를 못 마시는 체질이라.”

 

“알고 있어요. 알레르기시잖아요?”

카페가 어떻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너 그걸 어떻게?”

 

“트레이너씨에 대한 것은 전부 알고 있다고요. 키, 몸무게는 당연하고 혈액형에 인간관계, 심지어 은밀한 것까지..”

카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리고 트레이너씨가 천식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카페가 손에 내 천식약을 흔들면서 말했다. 

 

“이제 슬슬 시간되셨는데. 이거 안 필요하세요?”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약 언제 먹었지? 어쩐지 아까부터 숨 쉬기가 계속 힘들더라.

 

“그래도 트레이너씨가 잘못되는 걸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직접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

카페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나는 조심스럽게 카페의 손 쪽으로 내 손을 움직였다.

 

 

 

“카페, 이제 약.. 돌려줘..”

 

카페는 내 앞에 내 천식약을 떨어뜨리더니 발로 짓뭉개버렸다. 

 

“지금, 쿨럭. 뭐하는 거야?”

 

 

“이런 실수해버렸네요. 그래도 아직 하나 남았잖아요?”

카페가 자신의 입 안에 마지막 남은 알약을 집어넣었다.

 

 

나는 원치 않았지만 카페의 입 안에 내 혀를 집어넣었다. 그 순간 카페가 손으로 내 머리를 잡아서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았다.

 

카페의 달콤함, 커피의 쓴맛. 이 두 가지가 내 입 속에서 순간적으로 교차되며 내 머릿속을 새까맣게 만들었다.

 

 

 

“아아… 트레이너씨, 드디어 제 마음을 받아주시네요.”

카페는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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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이나 늦어서 미안하다. 바쁜 것도 있는데 솔직히 스토리 괜찮은 게 없어서 갈아엎은 것만 5개가 넘더라.
그래도 다음에는 열심히 써올게. 다들 재밌게 봐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