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차이나는 내 여동생은 우마무스메다.

매번 키를 재면 꼭 귀를 더해서 자기가 이겼다고 한다.

그외에도 달리기나 팔씨름 등등, 애초에 힘이나 몸으로 하는 건 하나도 못 이겼다.

나중엔 아예 나를 깔보기 시작했다.

엄마나 아빠는 내가 오빠니까 참으라고만 했다.

물론 나는 그게 싫어서 걔가 좋아하는 인형을 숨기기도 하고 아침에 몰래 도시락 반찬을 빼먹기도 했다.

동생은 날 오빠처럼 대해주질 않는데 나만 동생을 돌봐야 되는 게 억울했다.

친구들은 우마무스메 동생이 있어서 부럽다고 했지만 나는 너네나 가져가라고 말하곤 했다.

엄마도, 아빠도, 마트 아주머니나, 지나던 사람들도, 예쁘다 예쁘다 해주니까 진짜 자기가 무슨 공주님이라도 된줄 아는 것 같았다.

그게 또 꼴뵈기 싫었다.



여름방학에 나는 동생이랑 크게 한 번 싸우게 되었다.

엄마는 또 내가 오빠니까 참아야 한다고 했고 나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나는 종종 친구들과 아지트로 썼던 천막에 숨었다.

원래는 과일을 팔던 천막이었는데 차는 다녀도 사람이 잘 다니질 않는 길목이라 장사가 망했다.

그래서 지금은 쓰지 않는 빈 천막이라 알려주었다.

나를 포함해 3명 정도만 그 내부를 알고 있었다.

훌쩍이던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감기걸렸을 때 썼던 마스크가 있었다.

아무한테도 들키기 싫어서, 숨소리도 죽이려고 마스크를 쓰고 숨어있었다.

씩씩대고, 울고, 그러면서도 소리는 참았다.

어차피 동생만 챙길거면 나를 평생 못찾아도 상관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지쳐서 잠들었다.

친구들이 가져다 놓은 담요도 있었고 그날따라 여름치곤 그렇게 덥진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눈을 떴을 땐 너무도 어두웠다.

한 번 자고 일어나서 화가 났던 것은 잊어버리고 그저 무서워서 움직이질 못 했다.



결국 나를 찾은 건 외할머니였다.

그날은 마침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집에 오시기로 했던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친구 집에 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한 번 삐져서 친구 집에서 늦게까지 놀았던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녁준비를 끝내고 내 친구들 집에 전화를 돌리고 나서야 내 행방을 알 수 없게된 사실을 안 것이었다.

그후로 나를 찾다가 밤이 되었고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가 집에 오고선 사실을 알게되었다.

외할아버지는 경찰서에, 외할머니는 아예 발로 뛰며 나를 찾기 시작했었다.

특히나 외할머니는 동생과 마찬가지로 우마무스메였는데 가족들 중에서 제일 바쁘게 뛰어다녔다.

조금 멀리나와 천막이 있는 길목까지도 왔지만 차도만 있어서 한 번 거르기도 했었다고,

그래도 결국 못 찾아서 다시 동네를 다 돌아다니셨고 다시금 길목에 왔을 때 혹시나 해서 천막을 들쳐본 것이었다.

나는 외할머니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사람이 천막을 걷어서 놀라서였지만 외할머니의 목소리인 걸 알고 그대로 펑펑 울었다.

외할머니는 처음엔 눈물을 닦아주시다가 아예 내가 울음이 멈출 때까지 안고 달래주셨다.

그리고 내가 진정이 되자 외할머니는 집에 가자고 하셨다.

나는 싫다고 했지만 외할머니는 괜찮다고 말씀하시면서 나를 안고서 집까지 걸어가셨다.

동생이 싫다, 엄마랑 아빠가 밉다, 외할머니 품에 안긴채 가기 싫다고 떼를 썼지만 외할머니는,

"그래도 밖은 위험하니까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선 나를 틈틈히 달래주셨다.

집에 돌아갔을 때 엄마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냥 잘 기억나질 않는다.

울어서인지, 아지트가 불편해서인지, 굉장히 피곤하고 졸렸다.

나는 먼지를 씻어내고 밥을 먹은 후 노곤해진 몸을 그대로 침대에 던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렇게 빨리 잠들 수 있는지 처음 알게되었다.



나는 한 밤 중에 깼다.

화장실에 가려고 방을 나섰을 때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에 나를 달래주던 목소리가 아니라 누가 들어도 화가 난 목소리였다.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사고를 친 건 나였으니 결국 나 때문에 화가 나신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무서운 상황에 원인도 짐작이 되니 더더욱 그 주변으로 가기 무서웠다.

나는 화장실도 안 가고 도로 방 안으로 들어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앞으론 그냥 여동생을 무시해야할 것 같다.

중학생이되면, 그래서 트레센 학원인가 거기로 가면 한동안 만날 일은 없겠지.


일단 4화까진 썼는데 아마 10화 이내로 끊을 것 같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네 시발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