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컵에서 동생은 처음으로 접전을 경험했다.
동생의 경기에서 2착으로 들어오는 우마무스메는 항상 'n마신' 혹은 '대차'가 전광판에 뜰 뿐이었다.
근데 이번엔 무려 '코'였다.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2착을 한 우마무스메는 다음엔 꼭 이기겠다는 말을 끝으로 공항 인터뷰를 마치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외의 재팬컵에서 주목할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3착부터 5착까지도 전부 유럽에서 온 우마무스메들이었다.
동생과 같이 나온 국내 우마무스메들은 전혀 힘을 쓰질 못 했다.
이 두 결과를 합쳐서 기자들과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국사무쌍(國士無雙)!>
<"국내엔 이미 적수가 없다." 평가단의 만장일치로 올해의 우마무스메 선정!>
<라스트보스, 마왕, 과연 그녀를 꺾을 용사는 나타날 것인가?!>
오빠의 입장으로선 굉장히 오그라드는 문구들 투성이지만 적어도 우리 반 남자애들은 좋아했다.
하지만 딱 한 명,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내 동생이었다.
이후 아리마에 출주할 것을 기대한 여론과 달리 동생은 트레이닝에 전념하기로 했다.
간만에 도주로 출주한 재팬컵에서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분했나보다.
모두가 승리의 축배를 들 때, 정작 그 트로피의 주인공은 스스로 고배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되먹은 자존심인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자존심이 현 세대 최강인 동생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
연말이 되었고 동생은 간만에 집에서 쉬고 있다.
하드 트레이닝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고,
마침 또 연말이기도 하니 동생은 트레이너에게 가족들과 지내고 싶다 이야기를 했고 동생의 트레이너도 가족들과 인사도 할 겸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동생의 트레이너는 키는 평범하지만 정장바지가 잘 어울리면서 동시에 단아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둘이 같이 붙어 있으면 꼭 소속사 연예인과 담당 프로듀서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개인적으론 살짝 내 취향에 들어오는 미인이었다.
아빠는 그냥 짧게 인사만 나누고 엄마는 동생이 잘 지내는지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앞에서 평범하게 대화하던 것과 달리 살짝 당황한 느낌 눈치였다.
"아, 그 오빠분이시구나..."
동생이 도대체 무슨 소릴 한 걸까.
'그' 오빠라는 건 어떤 오빠인 걸까.
무슨 말을 했길래 처음 본 사람이 저렇게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다른 남매들은 서로 쥐어박거나 때리기도 한다고 들었지만 지금의 내가 동생을 몸싸움을 하기엔 결과가 뻔하니 그저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어... 동생, 그, 잘 부탁드려요...?"
"아, 아! 네, 오빠분."
동생의 트레이너는 그제야 편하게 웃었다.
어느 부분에서 안심을 한 건지 모르겠다.
동생은 날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설명한걸까?
진짜 얄미워서 다른 남매들처럼 한 번 쥐어박고 싶었다.
도대체 날 무슨 오빠로 만든 것이냐며 주먹으로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땅 밑에 묻힐 수도 있기에 참기로 했다.
늦은 이유1) 후지 키세키
늦은 이유2) 노잼파트를 한꺼번에 올리려고 묵혀두는 중